[서치라이트] 전북현대 중상위권 도약 비결
기사입력 1997년 03월 28일 15시 54분
`인간 수류탄' `황금박쥐' `콧수염 할아버지'. 별을 촘촘히 두른 딱지에나 나올 법한 이름들이지만 사실은 프로축구 전북 현대축구단 수비수 3인방의 별명이다. 듣기에도 섬짓한 `인간 수류탄'은 왼쪽 수비수 (28)의 닉네임.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고 공격해 오는 상대방 선수와 함께 장렬히 산화(?)하는 경우가 많아 골키퍼의 절대적 신임을 받고 있다. 그렇다고 언제나 `몸으로만 때우는' 것은 아니다. 지난 22일 전남과의 아디다스컵 개막전에선 극적인 동점골을 성공시켜 올시즌 공격부문에서도 멋진 폭발을 예고하고 있다. 20대 이상의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어린시절 안방에서 박수치며 노래를 불렀던 `황금박쥐'. 그 전설은 최후방 수비수 정종선(31)이 이어가고 있다. 검은 본바탕 피부와 함께 태양의 정기를 흡수한 정종선의 피부는 흡사 왁스칠을 한 듯 번들거려 `황금박쥐'란 타이틀을 얻었다. 술취한 사람이 밤중에 그의 씩 웃는 얼굴을 한번 보고 도리질을 치며 도망갔다는 실화가 전해질 정도로 국보급 얼굴이다. 10여년간 국가대표로 발탁될 정도로 기량이 출중한 그는 인간 수류탄을 용케 통과한 상대편 공격 선수들을 동물적인 볼차단 감각으로 여지없이 꺼꾸러뜨린다. 정종선마저 제치고 골문에 도달한 선수들이 만나는 골키퍼 알렉세이(37)는 파이프만 물려놓으면 영낙없는 할아버지로 옅은 갈색 콧수염에 깊은 푸른 눈이 일품이다. 하지만 두 `요괴인간'을 통과한 후 나타난 인자한 `콧수염 할아버지'는 결코 인상처럼 문을 쉽게 열어주지 않는다. 십중팔구 매몰차게 볼을 빼앗아 상대방 선수들을 허탈케 한다. 올해 전북이 예전의 `도깨비팀'이란 불명예를 씻고 중상위권으로 분류되는 것도 바로 이 튼실한 3인방이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