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만가] '겉멋'쫓다 '참맛'놓친 '절반의 수작'
기사입력 1997년 02월 19일 16시 02분
폴 뉴먼과 로버트 레드포드, 그리고 캐서린 로스의 보석같은 사랑과 우정, 꿈과 낭만으로 생생하게 기억되는 영화
`내일을 향해 쏴라'.
22일 개봉되는 `지상만가'는 외형적으로 `내일을…'의 분위기를 풍긴다. 과
이 그 역할을 맡았다.
은 끔찍한 가족사를 짊어지고 술에 취해 사는 음악도, 은 할리우드로 진출해
을 거머쥐겠다는 꿈을 안고 살아가는 몽상가 그리고 은 의
느닷없는 피아노 연주에 매료돼 사랑에 빠지는 음악사 종업원이다.
지난해 `은행나무 침대'라는 걸출한 영화를 만들어 냈던 강제규 감독이 시나리오를 썼고
그의 오랜 영화지기 김희철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박희주 촬영 감독이나 음악을 맡은 역시 모두
`은행나무 침대'의 동지들이다.
`내일을…'에 `은행나무 침대'가 뒤섞인 꼴이라고나 할까. 박희주 촬영 감독의 윤기나는 영상에 힘입어 겉멋을 내세운다.
영화의 초반은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광수()의 절망과 분노에 대부분을 할애한다.
과거의 회상과 고통스런 현실에 몸을 떠는 광수를 끌어안는 두 사람.
광수가 놓고 간 악보에 감동을 받는 종만()과 불현듯 나타나
의 월광을 연주하는 광수에 넋을 잃는 세희().
종만은 광수의 절망을 감싸안고, 세희는 광수의 분노를 어루만진다. 하지만 `지상만가'는 세희와의 사랑보다는
종만과의 우정을 노래하는 데 더 비중을 둔다.
`지상만가'의 겉멋은 중반 이후 광수와 종만의 우정 만들기로 방향을 튼다.
우정 만들기에는 위기를 극복하는 계기가 필요 조건. 그래서 광수는 살인누명을 쓰고 쫓긴다.
물론 종만이 광수를 돕는다.
경찰의 추적을 피해 꿈같은 휴식을 갖는 광수와 종만. 고통스런 현실을 떨쳐 버리듯 소릴 지르며 들판을 달려가는 둘의 모습은
`지상만가'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이다.
할리우드에서 날아 든 초청장. 끝내 종만의 꿈이 이루어지려는 찰나. 할리우드에 보낼 비디오를 만든다면서
무모하게 스턴트맨으로 나선 종만은 촬영 도중 사고사를 당한다.
`지상만가'를 지탱해 온 겉멋은 후반부에 이르러 광수가 살인누명을 벗는다거나, 광수의 음악이 히트하게 된다는 등의 결말로
작위적인 느낌을 갖게 한다.
의 음악도 `은행나무 침대'의 속편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