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통신]가짜 H.O.T 삐삐번호 봇물
기사입력 1997년 02월 18일 15시 37분
"드디어 `에쵸티（H.O.T）'의 삐삐번호를 모두 알아냈습니다. 장우혁:015－196－72××, 강타:012－959－70××, 마구 걸어주세요." 청소년들 사이에 `H.O.T 삐삐 노이로제'가 확산되고 있다. 최근 인기그룹 H.O.T는 극성팬들이 자동차 유리창을 뜯고 호출번호가 적힌 수첩과 가방을 훔쳐간 이후 호출번호가 ＰＣ통신에 공개돼 곤욕을 치렀다. H.O.T측은 즉시 새 호출기로 바꿔 더 이상의 해프닝은 벌어지지 않았으나 그 사건 이후 일부 젊은이들이 `진짜 H.O.T 삐삐번호'라며 하루에도 수십개씩의 번호를 ＰＣ통신에 띄워 애꿎은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는 것. Y여고 2년생인 이영주양（17．서울 노원구 상계동）은 요즘 삐삐를 아예 꺼놓고 산다. 누군가가 이양의 삐삐 번호를 H.O.T의 장우혁 연락처라고 ＰＣ통신에 입력시킨 바람에 하루 100통 이상 호출을 받고 있는 것. 이양은 "최근 한달동안 자그마치 4천통이 넘는 호출을 받았다"며 "오래전부터 사용했던 번호라 포기할 수도 없고 확인전화를 안 걸자니 정말 내게 걸려온 호출일 가능성도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 , 등 ＰＣ통신에 오른 H.O.T 삐삐 번호는 줄잡아 100여개 정도. 그러나 이들은 모두 H.O.T와는 아무 관련이 없는 사람들의 호출번호다. 이처럼 가짜 번호가 나도는 이유는 통신에 삐삐번호가 오를 경우 그 호출기는 거의 쓸모없게 돼버린다는 점을 악용, 청소년들이 평소 악감정을 품고 있는 친구들을 골탕 먹이기 위해 일부러 그 친구의 번호를 통신에 올리고 있기 때문. 을 이용하고 있다는 유모양（16．J여고 1년）은 "마음에 안드는 친구의 삐삐번호를 통신에다 `강타의 연락처'라고 쓰면 그 친구는 호출을 받느라고 하루종일 아무 것도 못하게 된다"며 "친구를 골려주는 최신 비법으로 널리 이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사태가 이쯤되자 `발빠른' 일부 통신인들은 H.O.T 말고도 최근 젊은이들의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는 주주클럽, 쿨, 영턱스클럽, 구피 등의 그룹을 들먹이며 ＰＣ통신에 가짜 번호를 올려 피해는 더욱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자신을 주주클럽의 열성팬이라고 밝힌 김모양（22）은 "ＰＣ통신을 보면 대개 `매니저가 같은 학교 선배라서 쉽게 알아냈다'는 식의 문구를 싣고 있어 가짜인 것을 알면서도 호출을 해보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