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이야기] 산바람(3)
기사입력 1997년 02월 17일 15시 02분
두 번째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어쩌면 영혼은 영혼에게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동양에서는 오랫동안 영혼의 존재를 믿어왔고 영혼에게 경건히 대하며 살아왔다.
그러나 서구 합리주의, 과학주의, 근대화의 물결이 밀려들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무조건 믿지 않고 미신으로 치부하는 풍토가 생겼다.
과학과 의식은 현실을 눈에 보이게 쌓는 데는 유효하지만, 그것이 인간의 정신 문제까지 해결해 줄 수는 없다.
그 환자는 어린 나이인데도 걸핏하면 집을 뛰쳐나가고 나쁜 친구들과 어울리고 술, 담배, 섹스를 즐기며
부모가 아무리 때리고 설득을 해도 들은 척을 안했으며 지금 당장도 뛰쳐나가서 돌아다니고 싶은 충동에만 사로잡혀 있었다.
무속인은 이장을 잘못해서 그렇다며 굿을 권했는 데 이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우리가 무속인을 찾아가면 가장 많이 듣는 말 중의 하나가 이장을 잘못해서 그렇다.
자리를 잘못 잡아서 그렇다, 한 맺힌 영혼을 위한 천도제를 해야 한다, 전생의 업 때문에 그렇다 등등이다.
즉 영산(참혹하게 죽어 억울한 넋)이 그 사람을 따라다니며 그 사람의 정신과 육체, 심지어는 장래까지 망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영혼을 달래주기 위한 굿이나 천도제를 해야 한다는데, 어떻게 떠다니는 영혼이 살아있는 사람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걸까?
이 말들을 미신으로만 치부하지 말고 한 번 상상으로 이해해 보자. 우리는 모두 영혼을 갖고 산다.
죽으면 육신으로부터 영혼이 빠져 나간다는 말은 흔히 듣는 말이다.
이를 달리 말하면 내 안에도 영혼이 있지만 내 밖에도 영혼이 있다는 것이다.
영혼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아주 강한 정신의 응축체이다.
즉 영혼은 보이지 않는 무형의 에너지체인 것이다. 이를 나는 진화의 매개물이라고 생각한다.
생물체는 부단히 자연에 적응하려고 노력하면서 진화를 이룩해 왔지만 엄청난 자연의 변화 앞에서는
항상 맥을 못추고 멸종했다. 그래서 만들어진 게 영혼이라고 생각한다.
자연의 큰 변화에서 살려다보니 어떤 자연의 변화에도 적응할 수 있는 무형적인 에너지체가 필요했던 것이다.
그 에너지체는 자연에 직접적으로 작용할 수는 없지만 (직접 작용할 수 있다면 자연의 변화에도 영향을 받아 마저 멸종됐을 테니까…)
간접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