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가Y파일] '허리케인블루' 이윤석-김진수
기사입력 1997년 02월 12일 14시 49분
우와, 저렇게 춤을 열심히 추면서 노래까지 잘 하다니. 우리의 탄성을 저절로 자아내게 했던 일명 댄스가수들. 하지만 얼마전 립싱크 파동이 일어난 뒤 요즘은 댄스가수들도 라이브로 노래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한데 이런 상황에서 아이로니컬하게도 립싱크라는 것을 버젓이 내세우고도 욕을 먹기는 커녕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그룹이 있다. 바로 `오늘은 좋은날'에 고정 출연하고 있는 그룹 `허리케인 블루'다. 정말 외모에서부터 대조적인 두 사나이, 개그맨 과 김진수로 이뤄진 이 그룹은 매주 팝과 클래식의 명곡을 골라 1주일간 피나는 연습을 한다. 이들이 메탈그룹 스틸하트의 명곡 `쉬즈 곤'을 녹화할 때의 일이다. 늘 기가 막힌 분장으로 주목을 끄는 허리케인 블루답게 이날도 노래가 록 발라드인 만큼 메탈 밴드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 치렁치렁한 긴 파마머리 가발에 찢어진 티셔츠와 가죽바지, 거기에 보기에도 무거운 금속 목걸이 팔찌, 반지에 금속제 벨트까지, 의상은 정말 나무랄데 없었는데 그걸 입고 펄쩍펄쩍 뛰며 머리를 흔들어대려니 본인들은 죽을 맛이 아닐수 없었다. `제발 빠른 시간 안에 녹화가 끝나게 도와주십쇼！'하고 기도하며 두 사람은 녹화에 임했다. 잘해보려는 두 사람의 의지 탓인지 녹화는 중반부를 넘어 종반으로 치닫고 있었는데…. 아뿔싸, 이 고개를 너무 과격하게 흔드는 바람에 가발이 벗겨지고 말았다. 스태프는 박수를 치며 웃음을 터뜨렸지만 "처음부터 다시 가겠습니다"라는 안우정PD의 한마디에 과 김진수는 그 자리에 주저앉을밖에. 분장사가 달려와 가발을 고정시키기 위해 여기 저기 핀을 꽂고 녹화가 다시 시작됐지만 김이 빠진 탓인지 썩 좋은 그림이 나오지 않았고 몇차례 NG끝에 안PD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정말 성의있게 안 할거야！" 땀투성이가 된 둘은 "이번 한번에 끝내자"는 각오와 함께 이를 악물고 마지막 힘을 다해 녹화에 들어가 정말 리얼한 연기를 펼치고 있었다. 그러나 이게 웬일, 땀에 손목이 미끄러워진 탓일까, 헐거워진 팔찌가 땅바닥에 툭 떨어지는게 아닌가. "NG！ 그거 빼버리고 다시 갑시다！"는 야속한 목소리가 아득하게 느껴지는 순간. 이렇게 해서 6번째 녹화에서야 겨우 OK를 받은 두 사람이 그 자리에 누워버린건 보나마다 뻔한 일이다. 방송이 나간 뒤 우연히 만난 서승만 선배의 칭찬이 그나마 위안이 됐을까. "니들 한마디로 죽이더라. 정말 리얼하던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