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사랑방] 심재학 괌 출발 앞두고 어머니 밤샘간호
기사입력 1997년 02월 03일 15시 26분
◇…본격적인 해외전지훈련 시즌이 다가왔습니다. 지난달 27일 삼성이 미국 로 떠난 것을 시작으로 한화가 지난달 31일, OB 쌍방울이 2일, 현대가 3일 등 차례로 `따뜻한 남쪽나라'를 찾아 나섰습니다. 평온하게 각 팀의 훈련이 진행되는 가운데 지난달 29일엔 삼성에서 현대로 트레이드 된 이 돌연 은퇴를 발표해 소란을 빚었는데요. 혹시 이 문제로 삼성과 현대의 관계가 악화되지나 않았는지 모르겠군요. ◇…삼성 김종만단장의 발빠른 대응자세로 위기를 넘겼습니다. 김단장은 은퇴파문이 있고 이틀 뒤인 지난달 31일 현대 김용휘단장에게 카폰으로 "미안하게 됐다"며 유감의 뜻을 전했죠. 김단장은 "은퇴를 생각하고 있는줄은 우리도 전혀 몰랐다"며 "가능한 루트를 총동원해 을 설득해 보겠다"고 이해를 구했습니다. 김종만단장의 말투가 워낙 깍듯하자 김용휘단장도 "할 수 없는 일 아니냐"며 수긍하더랍니다. ◇…지난달 31일 대만전지훈련을 마치고 돌아온 해태선수들의 귀국길은 그야말로 `엑소더스'였습니다. 30일 의 간부들이 북한 핵폐기물 처리반대 시위를 벌이다 폭행당해 강제귀국되는 등 한국인에게 대만 분위기는 험악했습니다. 그러나 선수단이 귀국을 반긴 이유는 정작 다른데 있었습니다. 기름기가 넘치고 지독한 향료냄새까지 나는 대만의 느끼한 음식에서 탈출해 마침내 구수한 된장찌개를 맛보게 됐기 때문이죠. ◇… 베로비치 다저타운에 도착한 삼성의 신인 4명이 첫날부터 프로의 `맛'을 톡톡히 경험했습니다. 에서부터 잔뜩 들떠 있던 새내기들은 숙소에 도착, 방 배정표를 확인한 순간 일제히 얼굴에 핏기가 사라졌다는데요. 우완 정통파 변대수는 팀내 최고참 투수 성 준（35）과, 외야수 황성관과 내야수 송재익은 원년멤버인 아저씨뻘 （39）와 짝이 됐기 때문이죠. 구단이 `프로의 시작은 고참 모시기부터'라는 철칙 아래 노장선수들과 한방을 쓰게 한 겁니다. 3명의 선수들이 고개를 푹 숙이고 `이젠 죽었구나'를 머리에 그리고 있을 무렵, 구석 한켠에서는 포수 장성국이 털썩 주저앉더래요. 장성국의 룸메이트는 다름아닌 차동열 배터리코치였던거죠. 동료들이 "24시간 개인지도를 받으니 주전은 따 놓은 당상"이라며 장성국을 위로했으나 정작 본인은 멍하니 하늘만 쳐다 보더랍니다. ◇…매너 좋기로 소문난 현대 가 작은 실수 때문에 `명성'에 흠집을 냈습니다. 는 지난달 30일 친구인 해태 의 결혼식 사회를 맡기로 돼 있었죠. 그런데 청담동의 결혼식장까지 길이 워낙 막혀 식이 시작된 지 20분이 지나서야 도착했지 뭡니까. 그 바람에 은 급히 팀선배 에게 사회를 부탁했지만 "도저히 자신없다"고 버티자 결국 고향친구를 내세웠답니다. 본의 아니게 펑크를 낸 는 식이 진행되는 동안 계속 뒤통수를 긁적거리며 "이걸 어째"만 되풀이 했지요. ◇…`사위 사랑은 장모'라는 말이 있죠. 롯데가 의 장모 김애분씨 덕에 난항이 예정되던 와의 연봉 재계약에 효과를 봤습니다. 는 전지훈련 선발대로 3일 호주로 떠났는데 출발 이틀전인 지난 1일 가진 협상서 200만원 차이로 재계약에 실패했습니다. 협상 뒤 는 "전지훈련에 불참하겠다"며 울분을 토했죠. 그런데 집에 돌아와 보니 장모가 외국 나가는 사위를 위해 오징어포, 참치 통조림, 김치 등을 한보따리 가져왔더랍니다. 는 "장모까지 걱정시켜 죄송하다"며 당장 보따리를 풀어 포식한 뒤 전지훈련 출발 하루전 구단에 나가 도장을 꾹 찍었답니다. ◇…한편 심재학은 `어머니 사랑'을 생각하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어머니 이금자씨（62）가 지난달 31일 에서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는 동안 복도에서 기다리다 그만 울음을 터뜨리고 만것이죠. 2남중 막내이자 늦동이인 심재학은 어머니가 고령이어서 수술전에도 걱정이 많았는데 수술이 5시간씩이나 걸리자 펑펑 눈물이 쏟아지더래요. 심재학은 "어머니는 병상에서 조차도 `약 챙겨먹어라' `차조심해라'며 늘 자식걱정만 하신다"며 "퇴원을 보기도 전인 오는 10일 괌전지훈련을 떠나게 돼 또 한차례 `불효'가 예정돼 있다"고 울먹이더군요. 심재학은 남은 일주일 동안만이라도 밤샘간호를 도맡을 작정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