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요지경] 90년 정동진감독‘날벼락’
기사입력 1996년 12월 05일 14시 36분
감독은 파리 목숨이다. 3년 임기를 보장받아도 첫해 성적이 나쁘면 내쫓기게 마련이다. 팀순위뿐 아니라 프런트와의 갈등도 감독의 수명을 단축시킨다. 지난 90년 삼성 정동진감독은 팀을 에 진출시키고도 유니폼을 벗는 `변고'를 당했다. 계약기간이 1년이나 남았던 정감독은 시리즈가 끝난뒤 나흘만인 11월1일 전격적으로 해임통지를 받았다. 표면적 이유는 서 에 1승도 거두지 못하고 4연패로 무너진데 대한 문책이었으나 속사정은 달랐다. 당시 편송언사장과의 갈등이 정감독의 발목을 잡았던 것. 6월 들어 삼성은 김성길 성 준 류명선 등 주전투수들이 잇따라 부상에 시달리는 바람에 4위로 전반기를 마쳤다. 승부욕이 유난히 강했던 편송언사장이 분통을 터뜨린 것은 당연했다. 코칭스태프의 지도력을 의심하고 있던 편사장은 7월10일 정감독에게 1,2군 코치진의 자리바꿈과 우용득 타격코치의 해임을 지시했다. 하지만 정감독은 "맡겼으면 끝까지 믿어줄 것"을 당부하며 사장의 지시를 듣는 자리에서 거절했다. 냉랭한 분위기가 계속되자 정감독은 "코칭스태프를 믿지 않으면 그만 두겠다"고 선언을 하기에 이르렀다. 이튿날 `없었던 일'로 일단 수습이 됐지만 편사장의 감정이 좋을리 없었다. 편사장은 프런트에 감독교체 작업을 지시했고 `임호균각서 파동'으로 구단과 역시 갈등을 빚고 있었던 감독과 물밑접촉을 벌였다. 페넌트레이스가 끝나지 않았지만 구단의 정감독 해임은 움직일수 없는 원칙이 됐다. 그러나 상황은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4위로 포스트시즌에 턱걸이한 삼성은 준플레이오프에서 빙그레에 2연승, 플레이오프에서는 해태에 3연승을 거두는 돌풍을 일으켰다. 그때까지 정감독을 `소 닭 쳐다보듯이' 했던 편사장은 진출이 확정되는 순간 이례적으로 "걱정하지 마라. 열심히 싸우라"고 격려했다. 편사장의 이 한마디는 정감독의 계약기간 보장의 의미가 담겨있었던 것. 하지만 에 맥없이 무너지자 구단은 여지없이 정감독 해임을 실행에 옮겼다. 시리즈 4연패는 홈팬들뿐 아니라 그룹 고위층에도 충격이었고 모든 책임을 사장의 지시에 고분고분하지 않았던 정감독의 `고집'으로 돌려버렸던 것. 거기에다 대구상고 선배로 든든한 `울타리'가 됐던 소병해 그룹 비서실장이 한직으로 밀린 것도 정감독의 불행이었다. < 권정식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