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핸드볼 추락배경] 열악한 국내코트 경쟁력 상실
기사입력 1996년 10월 01일 14시 46분
## 실업팀 고작 1개… 어쩌면 당연한 결과 ## 스타들 줄줄이 해외로… 협회 뒷짐만 지난 83년 10월3일 아시아남자핸드볼선수권대회 한-일전. 한국은 철옹성으로만 여겼던 일본을 사상 처음 꺾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환호했다. 그로부터 꼭 13년뒤인 96년 9월30일 97세계선수권대회(일본 구마모토) 동아시아지역예선 한-중전. 핸드볼을 시작한 지 처음으로 한국을 잡은 중국은 경기종료를 알리는 신호와 함께 코트로 달려나가 환호했고 `안방'에서 패배를 당한 태극마크들은 고개를 떨궈야 했다. 10년 넘도록 `동방불패'를 구가하던 남자핸드볼이 침몰하는 순간이었다.
88서울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내는 등 한국핸드볼사에 이룩했던 `금자탑'이 한낱 `연습상대'로 밖에 여겨지지 않던 중국에 덜미를 잡혀 세계선수권 본선티켓을 걱정해야하는 `모래탑'으로 바뀌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남자핸드볼의 이같은 추락은 경쟁력을 상실한 열악한 국내코트를 따져보면 아마도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남자실업팀은 두산 경월로 고작 1개팀. 그나마 상무가 있어 심심치 않게 연습경기를 펼칠 수 있지만 맥빠진 경기로 일관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경월에서는 격일제로 회사근무를 하게 돼있어 선수들의 훈련리듬이 끊기게 마련이다. 실업팀이 추가되지 않은 상태에서 국내스타들이 속속 해외로 빠져나간 것도 대표팀이 허약체질로 바뀌게 된 또 하나의 이유. 88올림픽 은메달 주역인 강재원(스위스 파디 윈터투)을 필두로 대들보 (독일 굼머스바흐) `월드 GK' 이석형(아이슬란드 FH) 조범연(일본 나카무라운수)등이 줄줄이 국외로 터전을 옮겼다. 이처럼 `별'들이 모두 떠나버려 코트가 `별볼일'없어지고 있지만 협회를 비롯한 국내핸드볼계는 뒷짐만 지고 있을 뿐이다. 협회의 안이한 운영은 한-중전이 끝난 뒤 "연습부족이다"라는 말을 되풀이했던 것에서 잘 나타난다. 또 핸드볼인들조차 대표팀 감독선정 때마다 잡음을 내는가 하면 모기업의 창단감독이 되기 위해 이전투구를 보이는 등 핸드볼 발전을 `남의 일'로 하고 자신들의 밥그릇을 챙기는 데 급급해 왔다. 협회를 비롯한 핸드볼인들은 이번 한-중전에서의 패배를 그동안 국내핸드볼계가 `모래알'이었음을 반성하고 다시 `코리아 핸드볼' 재건에 앞장서게 되는 하나의 계기로 여겨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