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변! 96프로야구] <1>박재홍‘30-30’ ♣
기사입력 1996년 09월 17일 15시 01분
## "나 승용차 갑부 됐어요" 현대 (23)은 1년만에 `승용차 갑부'가 될것을 생각하면 입가에 절로 미소가 맴돈다. 지난 7월달에는 엑센트 승용차를 받았고 9월초에는 티뷰론 승용차를 받았다.
그리고 마침내는 페넌트레이스 최우수선수(MVP)에게 시상되는 갤로퍼의 열쇠까지 눈앞에 아른거리고 있다. 사상 처음의 `승용차 러시'는 바로 첫 `30-30(홈런-도루)클럽' 달성으로 가능해졌다. 호타준족의 상징이었던 홈런 20개, 도루 20개가 더이상 의미없는 기록으로 내동댕이 처지면서 96그라운드는 뜨겁게 달궈졌다. 시즌초 `30-30클럽'을 예상한 전문가는 단 한명도 없었다.
기껏해야 을 대기록에 접근할 선수로 꼽은채 여전히 `30-30'은 의 행사 정도로 여겨졌다. 그러나 은 초반부터 기존의 홈런타자를 조롱하듯 연일 대포를 쏘아올렸고 5월21일 10호 홈런을 쏘자 야구인들은 조심스럽게 신인 2번째 `20-20'을 화제에 떠올렸다. 올시즌 첫 `20-20'에 대한 기대가 무르익고 있는 동안 은 엄청난 일을 꾸미고 있었다. 은 인터뷰때마다 쏟아진 `20-20'에 대한 물음에 "진짜 목표는 나중에 밝히겠다"면서 번번이 초점을 비켜갔다. 그의 가슴속에 꿈틀거리던 `30-30'은 전혀 노출되지 않았다.
의 당찬 계획은 7월16일 청주 한화전이 끝난뒤 만천하에 공개됐다.
통산 8번째 `20-20'을 달성한 은 "세계최초로 신인 홈런 30개, 도루 30개에 도전하겠다"면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로부터 한달 보름이 지난 3일 은 잠실구장에서 를 상대로 한국프로야구사에 신기원을 이룩한 `30-30클럽'을 달성했다. 3~4게임에 한개꼴로 쏟아낸 전반기 홈런페이스와 비교하면 다소 많은 시간이 걸렸다. 마음을 먹는다고 해서 홈런을 칠수 없는 것처럼 의 마음고생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지난달 17일 인천 해태전서 28호 홈런을 때린뒤 믿기지 않을 정도로 깊은 침묵에 빠졌다. "타석에 서면 홈런 생각밖에 없었어요. 홈런을 의식하지 않았다면 최다안타도 가능했을 거에요." 지나친 의욕이 도리어 화가 됐던 것.
어쨌든 은 신화를 창조했고 이를 바탕으로 사상 초유의 신인왕-MVP 동시석권을 꿈꾸게 됐다. 미국, 일본을 통틀어 신인이 MVP가 된것은 90년 긴테쓰의 노모, 75년 의 프레드 린 등 2명만이 있을 뿐이다. 하지만 은 세계 사상 첫 신인 `30-30'을 앞세워 꿈의 타이틀을 겨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