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비안 나이트] 견공들의 여름넘기기 비법
기사입력 1996년 08월 09일 14시 19분
개들의 취미나 기호에 대해 잘 모르겠지만 이 세상에 여름을 좋아하는 개가 있을까? 없다고 본다. 삼복이 이어지고 있는 지금은 개들의 수난시대다.
거기다 서당서 3년이상 산 개들은(글을 아니까) 이미 신문을 읽었겠지만 이런 기사가 개들의 간을 콩알 아니 깨알만하게 오그라들게 하고 있다. 내용인 즉 개한테 물린 한 사나이가 쇠파이프를 들고 다니며 이 세상 개들은 다 죽인다고 하다가 말리는 다른 사람을(개인줄 알고) 때려 숨지게 한 끔찍한 사건이었다. 그 뿐인가.
그날 그 신문에 광고가 났는데 "집에서 애지중지 기르던 개를 찾습니다. 순 토종변견으로 털은 노랗고…. 보셨거나 보호를 하고 계신 분께는 서근반을 드리 겠습니다."(개에게 물린 얘기만 실화) 또 아무리 담력이 강한 개라도 이 얘길 들으면 신문을 덮어 버릴 것이다.
어떤 애구가(愛狗家)가 개를 세마리 키웠는데 이름이 초복이, 중복이, 말복 이었다. 그해 늦여름까지 목숨을 부지한 말복이가 아이(강아지)를 둘 출산했는데 개네들 에게 붙여진 이름이 `도시락'과 `비상식량'이었다고 한다. 이쯤서 필자와 개들의 관계개선도 위할 겸 해서 개들의 여름넘기기 비법을 소개 하겠다. 견공님들의 필독을 바라마지 않는다.
첫째, 외국어 하나쯤은 평상시 익혀 두시라. `야옹야옹!' 이렇게 짖으면 개가 아닌 고양이로 알 것이다. 둘째, 땅에 떨어진 이상한 음식을 주웠을 때 국립과학 수사연구소에 독극물이 있는지 없는지 의뢰해 본 뒤에 드시라. 셋째, 온도계를 휴대하고 있다가 기온이 30도 이상 올라 가면 뒷산으로 깊숙히 들어 가고 25도 이하일 때 하산하시라. 넷째, 살기 위한 거니까 의리도 저버리시라. 동료가 잡혀가는 것을 목격했더라도 의협심을 발휘해 도와 주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잘못하다간 함께 끽(이걸 개죽음이라 한다) 당하는 수가 있다.
다섯째, 만약 잡히는 위급상황에 처했을 땐 재빨리 칫솔질을 하시라. 입에 거품이 이는 것을 보고 미친 개라고 여길 것이다. 광우도 안 먹는데 설마 광견을 먹겠는가.
- 이상의 수칙을 지키기 싫거나 이해가 가지 않는 개가 있다면 몸 바치는 수밖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