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보]○양건3단●서봉수9단 본선 토너먼트 제4국

기사입력 1996년 07월 05일 16시 39분


##제4보(30~47) = 백 30으로 한점을 잡은 이상 흑 35, 37은 필연. 이하 흑 45까지 기분좋게 조여붙여 흑의 성공이다. 왜 흑의 성공인지 쌍방의 착수를 분석해보자. 여기는 백의 소목 선착점에 흑●(흑 5)로 걸쳐만 두고 손을 돌렸던 곳. 뒤에 백이 또 한번 병력을 투입해 쌍방의 대치상태가 3:1로

바뀐 백의 우세지역인데 지금은 아예 쑥밭이 돼버렸다.

는 실전 흑 5~10의 진행을 재연한 그림.

현재 상황과 비교해보면 좀더 쉽게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흑이 좌상귀를 마음껏 유린하도록 허용한 대가로 백이 얻은 것이라고는 32, 34의 두터움(?)뿐이다. 흑으로서는 백(△) 의 자세가 좋았던 곳이므로 아낌 없이 굳혀준 의미가 있다. 최근 프로바둑의 흐름을 보면 `패착'이 없는 바둑이 많다. 꾸준한 분석과 연구를 통해 실착이 현저하게 줄었다는 뜻도 된다. 그렇지만 승패의 인과관계가 없는 승부란 없는 법. 요즘은

`패착'대신 `패인(敗因)'이라는 포괄적 용어가 자주 등장한다. 좌상일대의 접전중 검토실 일각에서는 `이곳의 절충이 백의 패인이 될 지도 모르겠다'는 의견이 조심스럽게 떠올랐다. 백◎, 30이 `이 한수 때문에 졌다'고 할만큼 뚜렷한

실착은 아니지만 여기서 흐름이 흑쪽으로 기울었다는

느낌이 강하기 때문이다. 흑 47 다음 백이 서둘러야 할 곳은 어디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