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화> 동풍(東風)은 용(龍)을 부르는가(32)

기사입력 1996년 05월 31일 16시 49분


동방산장의 장주 이효봉은 표정의 변화가 없었다.

이소야와 남궁도가 충돌을 벌였었다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승부의 결과는?

남궁도가 계속 궁금증을 풀어주었다.

"이소양는 내가 마주쳤던 고수중 아주 특별난 사람이었습니다. 그가 만일 신검을 소유하고 있었더라면 그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웠을 겁니다."

"그를 죽였나?"

"아닙니다."

"그가 패했나?"

"승패를 가늠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이효봉은 갑자기 냉랭하게 소래쳤다.

"그렇다면 이소야가 아니었겠지."

"의심의 여지는 없었습니다."

동방산장의 장주는 다소 흥분한 기색이었다.

"이소야는 이미 죽었다. 그는 언제든지 죽기를 각오하고 기를 쓰는 사람이니 필경 살아있지 못할 것이야."

중인들은 얼떨떨한 시선으로 이효봉을 주시하고 있엇다. 그들은 이효봉이 이소야가 살아 있기를 원하는지 아니면 죽었기를 바라는지 몰랐기 때문이다.

남궁도는 물러날 기색이 아니었다.

"하여간 불초는 그외 비무를 하였고 다행스럽게 목숨을 부지하고 있으니 이방주님을 상대하는데는 부족함이 없을 것입니다."

이효봉이 준수한 용모의 남궁도를 가만히 바라 보았다.

"날 상대할 수 있다고 믿는가?"

"그러지 못할 이유는 없습니다."

"좋아. 출수하거라"

이효봉은 전혀 승부를 목전에 두고 있는 승부사가 아니었다. 그는 너무 태연하였고 자상하여 마치 이웃집 할아버지를 보는 것 같았다.

벽천무상검 남궁도는 내심 심호흡은 하며 긴장을 풀고 있었다.

군사인 방일비가 펄쩍 뛰며 그들 사이를 가로 막았다.

"중무련과 동방산장의 충돌이 사실로 드러나게 되면 무림에는 큰 혼란이 야기될 것입니다."

"어째서 그렇소?"

남궁도의 날카로운 질문에 방일비가 입을 열었다.

"불상사가 발생한다면 중원무림계가 어찌 침묵하겠습니까? 게다가 맹주님을 뵙게될 면목도 없습니다."

이효봉은 코방귀를 날린다.

"그건 중요하지 않다."

벽천무상검 남궁도의 안면도 비장한 결의가 떠오르고 있었다.

"군사께서는 상관하지 마시오. 중무련에 대한 도전은 어떤 내력을 지닌 상대라 할지라도 묵과할 수 없으니까."

스르릉 하고 남궁도의 애병기가 검집에서 빠져 나왔다. 눈부신 검광이 실내를 뒤덮었다. 드디어 벽천무상검과 신검이 충돌하게 된 것이다.

실내는 숨소리가 멎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