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고환
기사입력 1996년 04월 30일 14시 53분
키가 크고 잘생긴 청년이 진료실에 들어와서 대뜸 눈시울을 적신다. 시골에서 고등학교를 마친 이 청년은 가난한 부모님을 위해 서울에 올라와 직장을 잡고 열심히 일하며 돈도 벌고 효도도 했지만 말못할 고민이 있단다. 근래에 보기드문 순박하고 성실한 이청년은 어느날 동료들과 함께 목욕탕에 갔는데 장난기 있는 한 친구가 무심코 던진 "야, 너 이브인가 보구나!"라는 말에 수치심으로 견딜 수가 없었단다.
5년전 중3졸업반이던 추운 겨울밤, 자다가 한쪽 고환이 너무 아파 잠을 깨보니 고환이 벌겋게 부어오르고 있었다. 환자의 말을 계속 듣고 진찰을 해보니 그 당시 고환이 꼬이는 `고환염전'이라는 병이었는데 시골이라 적당히 약을 사먹고 지내다가 결국 `고환위축'이 온 것으로 보였다. 한쪽은 정상인 보다 훨씬 큰 고환을 가지고 있지만 다른 한쪽은 작은 콩알만하였다.
이 청년과 같은 고환염전 외에도 외고환을 가진 환자는 많다. 선천적으로 한쪽 고환이 없는 기형, 고환이 음낭으로 내려오지 않는 잠복고환, 고환을 심하게 다쳐 제거수술을 하거나 위축된 경우, 고환염으로 어쩔 수 없이 제거한 경우 등이 있다.
외고환을 가진 남성은 겉으로 보이는 자신의 불균형에 대해 큰 고민을 하며 소극적인 생활을 하고, 남은 둘인데 하나밖에 없다고 하는 지나친 열등감으로 성에 대한 자신감이 없어 성기능 장애로 발전하기도 한다. 또한 결혼 후 혹시나 아이를 가지지 못할까 걱정을 한다. 하지만 한 쪽 고환이 정상인 경우에는 남성호르몬의 분비와 정자의 생산에 지장이 없으므로 성생활의 장애나 불임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러한 환자들은 허전하게 비어있는 한쪽 음낭에 모양과 촉감이 똑같은 인조고환을 간단히 삽입하여 신체적인 고민과 콤플렉스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다. 무게중심을 잃고 비틀거리며 살아가는 외고환 남성에게 인조고환 삽입술은 서광과도 같은 것이다.
< 임일성·임 비뇨기과 원장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