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장외 - 박용진 2군감독 30년만의 '책가방'
기사입력 1996년 03월 15일 15시 37분
"96학번이에요."
머리가 허연 49세의 LG 박용진(朴容震) 2군감독이 `책가방'을 들었다.
올 산업기술경영대학원에 입학, 산업카운셀러 교육과정을 1년간 이수하는 `만학열'을 불태우고 있는 것.
박감독은 지난 2일 입학, 5일 오리엔테이션을 마치고 일주일에 2번씩 오후 6시30분부터 3시간 동안 진행되는 야간 강의에 3일째 출석했다.
지난 67년 선린상고를 졸업했으므로 30여년만에 책상에 앉게 된 셈인데 올 대학에 들어간 막내아들 중언(20)과 같은 96학번이기도 하다.
박감독이 대학원에 입학하게 된 동기는 지난 85년 이후 11년간 1,2군코치를 하면서 그 필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특히 2군으로 낙오된 선수들에게 의욕을 불어넣고 1군 선수들의 자신감을 북돋워 주기위해선 전문적인 상담기술이 있어야 함을 느꼈다고.
"경험만으로는 부족한 점이 많았어요. 전문지식을 이용하면 그 효과는 의외로 컸죠. 대학원 첫 강의는 인간관계에 관한 것이었는데 리더십에 관한 부분이 인상적이었어요."
현장 경험을 발판삼아 틈틈이 대학원 준비를 해 온 박감독에게 등교하는 기쁨은 이만저만 좋은 게 아니다.
박감독과 함께 산업카운셀러 과정을 밟는 대학원생은 은행원, 회사원 등 모두 15명.
이중 최연장자인 박감독은 오리엔테이션을 마치자마자 `과대표'로 뽑히기도 했다.
내년 2월 졸업하면 카운셀러 자격증을 받는데 박감독은 선수들과의 상담에 연구의 초점을 맞춘다는 계획이다.
"30여년만에 학생이 됐지만 강의는 들을만 해요. 18년간의 코치 생활이 확인, 수정되고 검증받기도 하죠."
50세가 다돼 `책가방'을 들은 박감독이지만 배움의 열정만은 20대 못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