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 투-타 왼손 천하 왜?
기사입력 2009-06-23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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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이 비주류라고? 천만의 말씀이다. 적어도 야구판에서는 핵심 주류다. 22일 현재 두가지 순위만 보자. 타격에서는 1~3위까지가 다 왼손이다. LG 박용택(0.380)과 페타지니(0.376), 두산 김현수(0.372) 순이다. 다승에서는 SK 김광현과 히어로즈 이현승, 두산 임태훈이 공동선두다. 9승씩을 올렸다. 임태훈을 빼고는 둘 다 좌완이다. 공동 5위에 역시 좌완 류현진(7승)이 있다. 최근 들어 왼손 주류의 추세는 계속되고 있다. 올해도 그들의 강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야구에서의 왼손. 그들이 왜 강한걸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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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등록선수는 총 477명이다. 이들 중 순수한 왼손이 105명(22％)이다. 우투좌타는 45명(9％)이다. 결론적으로 왼손을 쓰는 선수를 모두 합치면 30％에 이른다.
타자와 투수의 비율도 비슷하다. 타자는 244명중 55명이 왼손잡이다. 투수에서는 233명중 60명이 좌완이다. 최근에는 우투좌타의 비율까지 늘어나 왼손 선수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왼손의 물리학적 프리미엄
일단 왼손타자를 보자. 무엇보다 타석에서 1루까지의 거리가 오른손타자보다 가깝다. 당연히 안타 확률이 높아진다.
타격시 무게중심의 이동도 그렇다. 오른타자는 타격을 하면서 무게중심이 3루쪽으로 쏠린다. 그 중심을 다시 반대인 1루쪽으로 옮겨야 한다. 반면 왼손은 중심이 1루쪽으로 향한다. 그대로 뛰어나가면 된다. 간발의 차이에서 항상 왼손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이번에는 투수의 공을 보는 위치를 따져보자. 타석에서 투수의 공을 볼때는 반대의 위치가 유리하다. 왼손은 오른손, 오른손은 왼손 투수의 공이 더 잘 보인다. 투수의 손이 자신의 머리 뒤쪽에서 나오는 것보다 반대쪽이 보기가 더 편하다. 아주 작은 차이지만 구질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 왼손이 득세라지만 아직은 오른손 투수가 많다.
또 오른손 투수 공의 궤적이 왼손타자가 치기에 유리하다. 일반적으로 우완의 공은 왼손타자 바깥쪽에서 몸쪽으로 들어간다. 바깥쪽을 밀어지는 것보다 안쪽으로 들어오는 공을 잡아당기는 것이 누가봐도 편하다. 9192년 타격왕을 차지했던 이정훈 천안북일고 감독은 "오른손 투수의 공은 가운데에서 약간 몸쪽으로 휘어져 들어온다. 결국 타격은 몸의 회전을 이용해서 하게 된다. 당연히 바깥쪽으로 빠져나가는 공을 밀어치는 것보다 몸쪽으로 들어오는 공을 몸을 회전해서 잡아당기는 게 안타가 나올 확률이 훨씬 높다"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왼손투수는 오른손 타자에 약하다?
앞에서 언급한 궤적 등을 따져보면 이런 결론이 나온다. '왼손투수는 오른손타자에 약하다.' 하지만 그렇지는 않다. 왜 그럴까.
우선 '희소성'의 논리를 내세울 수 있다. 분명 아직은 오른손투수가 10명중 7, 8명이다. 우타자는 좌완보다 우완과 당연히 많은 승부를 한다. 눈에 익고, 몸의 근육도 좌완보다 우완의 공에 적응이 돼 있다. 왼손투수를 상대로 훈련을 많이 한다해도 실전과는 다르다. 왼손투수의 체감스피드가 더 빠르다는 것은 이런 이유다. 결국 낯설음이 왼손투수의 장점중의 하나다.
하지만 희소성보다 더 큰 이유는 실력이다. 왼손이 중시되면서 최근 뛰어난 좌완투수들이 많이 나왔다. 이들은 주무기로 바깥쪽 체인지업을 주로 쓴다. 류현진의 서클 체인지업이 대표적이다.
말한대로 공의 궤적이 바깥쪽에서 안쪽으로 휘어지면 치기가 편하다. 보통 왼손투수의 공이 오른손타자에게는 그렇게 들어온다. 하지만 바깥쪽에서 바깥쪽으로 나가는 공은 치기가 힘들다. 특급 좌완투수들은 꼭 바깥쪽 승부구를 갖고 있다. 이러니 오른손타자는 왼손투수 공략이 더 힘들어진다.
견제의 유리함도 빼놓을 수 없다. 왼손투수는 1루 견제가 오른손투수보다 쉽다. 마주보면서 주자를 잡아놓을 수 있다. 세계가 인정한 견제의 달인 LG 봉중근이 좌완이다. 현대야구의 추세인 기동력을 묶을 수 있는 엄청난 프리미엄이다.
여기에 좌타자는 좌투수에 약한 면도 한 몫을 한다. 팀의 주포가 대부분 왼손인 만큼 좌투수는 그만큼 유리하다. 단적인 예로 '타격머신' 김현수가 우완 타율이 4할7푼6리인 반면 좌완에게는 2할6푼5리에 그치고 있다.
< 신보순 기자 bsshi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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