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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연고 없는 이국땅에서 열심히 공부했는데 불법취업 의심을 받고 있어서 남편이 한국에 돌아오지 못하고 있어요. 얼마 전에 셋째를 출산했는데 집에 남은 아이들을 돌봐줄 사람도 없어서 걱정인데 남편이 빨리 돌아오길 바랄 뿐이에요…"
12년 전 몽골에서 간저릭(35)씨와 백년가약을 맺고 아들 둘을 낳은 니암 옥히르 알탄토야(33)씨는 2017년 남편을 따라 아이들을 데리고 이역만리 한국 땅을 찾았다.
남편과 마찬가지로 D2(유학) 비자를 받았던 아내 알탄토야씨도 공부를 하고 싶다는 생각에 한국어를 열심히 배웠고, 지난해 9월 강원대 관광경영학과 석사과정에 입학해 공부에 매진했다.
부부는 몽골 자택에서 월세를 주고 얻는 수익으로 한국에서 생활하며 서로의 꿈을 응원했다.
한국에서 세 번째 생명을 품은 알탄토야씨 부부가 '비자 연장'이라는 암초를 만난 건 지난 1월께다.
간저릭씨가 박사 수료를 마치고 졸업논문을 준비하던 중 비자 기간이 만료됐고, 자녀들과 한국에서 함께 거주하기 위해 F3(동반) 비자를 발급받으러 몽골로 귀국했다가 불법취업을 의심받아 발이 묶였다.
지난달 31일 오전 9시께 셋째 아들을 품에 안은 알탄토야씨는 출산의 기쁨도 잠시, 한국에서 다시 남편을 만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근심에 휩싸였다.
게다가 임신한 상태에서 8개월간 남편 없이 12살, 7살 아들을 돌봤으나 병원에 있는 일주일 동안은 아이들을 돌봐줄 사람이 없어 '돌봄 공백' 문제에도 부닥쳤다.
다행히 같은 동네에서 알고 지내던 몽골인 친구가 알탄토야씨를 돕겠다고 나섰지만, 머릿속에는 아이들 끼니부터 등원과 학교 준비물 등 걱정투성이다.
알탄토야씨는 "셋째 아이를 출산할 때 남편이 없는 것도 아쉬웠는데, 집에 어린아이들을 돌봐줄 사람이 없어 걱정"이라며 "특히 남편이 하루빨리 돌아와 가족과 함께 생활하며 함께 학업을 마치길 학수고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타까운 사연을 전해 들은 춘천시는 알탄토야씨 가족에 대한 물적·인적 지원에 나섰다.
춘천시 관계자는 4일 "외국 국적인 알탄토야씨에게는 아이 돌보미 사업 지원이 어려워 공동모금회에 지정 기탁한 자금으로 병원비 등 경제적 지원을 해줄 예정"이라며 "알탄토야씨가 병원에 있는 동안은 물론 신생아를 원활히 양육할 수 있도록 퇴원 후까지 남은 아이들을 돌봐줄 수 있는 돌봄 인력도 3주간 지원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taetae@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