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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닥터' 이수찬의 솔직한 관절톡] 줄기세포를 이용한 연골 재생의 현주소

장종호 기자

기사입력 2021-02-18 09:05


자료사진  출처=아이클릭아트(마콜)



평생 부지런히 농사를 지으며 산 70대 어르신이 무릎 통증을 호소하며 내원했다. MRI 검사를 해보니 연골이 다 닳아 뼈가 붙어있는 것처럼 보였다. 충격을 흡수해주는 연골이 없으니 극심한 통증이 발생하는 것은 당연했다. 이런 상태에서는 인공관절 수술을 고려해야 하는데, 어르신을 모시고 온 아들이 말했다.

"요즘에는 줄기세포로 연골을 재생시킬 수 있다던데, 인공관절 수술을 꼭 받아야 하나요?"

아들은 고령의 어머니가 수술을 받는 게 걱정스럽다며 줄기세포로 치료 가능한지를 물었다. 실제로 줄기세포를 이용해 연골을 재생시키는 연구가 활발하다. 무릎이 아픈 원인 중 상당부분은 연골이 찢어지거나 닳아 없어진 데 있으므로 연골 재생은 의사와 환자 모두가 소망하는 중요한 연구이다. 다행히 좋은 성과가 있었고, 이미 의료 현장에서 줄기세포를 이용한 연골 재생 치료를 시행 중이다. 하지만 일부에서 치료 효과를 근거 없이 부풀려 거짓 혹은 과장 정보를 남발해 환자들이 현혹될까 무척 걱정스럽다.

잘못된 정보에 속지 않으려면 실상을 정확히 알 필요가 있다. 줄기세포로 연골을 재생시킬 수 있는 방법은 크게 3가지다. 첫째 배아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다. 이 치료는 정자와 난자가 만나 수정된 지 4일째 되는 날 세포를 채취해 배양한 다음 연골이 없는 무릎 관절에 도포하는 방법이다. 효과가 있다고 전문가들이 평가하지만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어 사용하지 않고 있다.

두 번째 방법은 태반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법이다. 탯줄 혈관에서 세포를 채취해 치료하는 방식이다. 한국에서 유명한 외국인 축구감독이 이 치료를 받고 좋아졌다고 해 주목을 받았지만 이 치료법 역시 인공관절 수술을 대체할 만큼 효과적이라 말할 수는 없다.

비록 외국인 축구감독에게는 효과적이었다 해도 모든 사람에게 효과가 있다고 평가된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근본적인 치료가 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무릎 관절이 닳아 다리가 휜 사람의 경우 인공관절 수술을 하면 다리가 곧아질 수 있지만 줄기세포 치료는 연골을 부분적으로 재생시켰어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연골이 닳아 다리가 더 휠 수 있다. 그럼에도 비용은 굉장히 비싸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중등도 연골 결손이나 외상성 결손에 시행해볼 수 있고, 퇴행성관절염 말기에는 효과가 미미하고 일시적이어서 권하지 않는다.

연골이 재생되어도 휜 다리를 똑바로 펼 수 없다면 관절염 치료가 잘 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현재로선 휜 다리를 교정하려면 뼈를 잘라 똑바로 맞추는 교정술을 먼저 해야 한다. 줄기세포 치료는 부수적으로 할 뿐이다. 그런데도 마치 줄기세포가 메인이고 교정술은 언급조차 하지 않는 것은 환자들을 기만하는 것과 다름없다.

마지막 방법은 가장 밑의 단계인 지방 자가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법이다. 자신의 엉덩이나 배에서 지방을 채취해 줄기세포를 추출한 다음, 연골이 없는 부위에 주사 또는 직접 도포하는 방법이다. 줄기세포를 추출해 배양을 많이 하지 않으면 효과가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사람의 몸 조직을 배양하는 게 법으로 금지되어 있다. 그래서 배양하지 않은 지방 줄기 세포 치료의 효과는 미미하다는 것이 전문가의 공통된 의견이다. 하물며 직접 도포하지 않고 주사기로 지방 세포를 주입해서 연골을 재생한다는 것도 과장된 것이다.


'감기'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지금 코로나와 비슷한 상황인데, 그때는 그런 끔찍한 일이 실제로 일어날 줄 몰랐다.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일들이 오늘날 현실이 되는 것을 보면 꿈을 꾸는 것만 같다. 영화나 드라마 작가나 연출가의 무한한 상상력이 오늘이 되는 것을 보면 참으로 놀라울 따름이다.

관절 치료도 눈부시게 발전했다. 이미 로봇으로 복잡한 관절을 수술하는 것은 현실화되었고, 이미 충분히 정확하고 정밀한 수술이 가능함에도 로봇 수술은 끊임없이 진화할 것이다. 앞으로도 의학은 발전할 것이고 환자들이 편하게 치료 받는 날이 올 것이라고 생각하며 열심히 연구해야겠다. 다만 연구 도중에 과장해서 환자들을 현혹하는 일은 없어야겠다.
도움말=힘찬병원 이수찬 대표원장


 ◇힘찬병원 이수찬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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