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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장·부원장 이의제기 '차일피일'…부처·국회로부터 예산 10%씩 삭감
27일 과기정통부와 과기한림원 등에 따르면 한림원은 이날 징계위원회를 열어 유욱준 원장에 대한 징계 논의를 시작했다.
앞서 과기정통부는 유 원장과 이창희 총괄부원장 등의 관용차 사적 이용과 회의를 부풀려 골프와 관광을 했다는 의혹, 유 원장의 한림원 공간 사적 유용 및 이 부원장의 성희롱 및 갑질 등에 대해 감사를 진행했다.
이후 과기정통부는 원장과 총괄부원장은 중징계하고, 경영지원실장을 경징계하라는 감사결과를 지난 7일 과기한림원에 전달했다.
한림원에 따르면 중징계는 해임, 강등, 강급, 정직 등의 징계고, 경징계는 감봉 또는 견책이다.
이와 관련해 한림원은 징계 수위 논의를 위한 징계위원회를 구성했으며, 원장에 앞서 26일에는 이창희 총괄부원장과 경영지원실장에 대한 징계위원회도 진행했다.
다만 징계 당사자들은 감사결과 통보 한 달 내 이의제기가 가능함에도 여전히 감사 결과에 대한 수용 여부를 밝히지 않고 있어 버티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원장과 총괄부원장의 임기가 내년 2월까지인 만큼 이의제기 등을 최대한 늦게 해 시간을 끌면 임기 내 결론이 나오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림원 측은 이에 대해 "재심의 대상자들이 숙고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원장과 부원장이 임기 기간 저지른 문제들은 고스란히 기관에 부담으로 전가되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내년도 한림원 지원 사업에 올해보다 10% 삭감한 34억8천700만원을 배정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예비심사에서도 과기한림원 원장 및 부원장의 비리 문제와 이를 막을 거버넌스 개편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며 여기에 더해 10%를 추가 삭감했다.
올해 예산이 86억원인 한림원은 원장과 부원장 문제로 내년 수억 원의 예산이 줄어들게 됐지만, 별다른 해명 의견을 제시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림원 측은 이와 관련해 "국회와 주무 부서 의견을 존중하겠다"고 밝혔다.
감사와 징계 논의가 이어져 왔지만, 원장은 여전히 업무에 관여하고 주요 행사에도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부원장은 직무 정지 조치를 받았음에도 회의에 참석하는 등 사안을 가볍게 여기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현 원장과 부원장이 바깥의 비판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 가운데 이달 선출될 차기 원장이 한림원 재건과 구조 개편이라는 숙제를 어떻게 해결할지도 주목된다.
한림원은 지난 7월부터 차기 원장을 인선하는 작업을 진행했으며 회원 투표를 통해 최종 후보를 선정했다. 이 후보는 29일 한림원 총회에서 인준을 받으면 차기 원장이 된다.
한림원 노조 관계자는 "조용해지면 사람만 바뀌어서 또다시 문제가 이어질 거란 우려가 있다"며 "직원들은 힘들더라도 한림원의 거버넌스와 활동이 외부로 투명하게 공개되는 걸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shjo@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