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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In] 청년백수 증가…"직업훈련 참여땐 국민연금 가입기간 인정 필요"

기사입력 2024-11-21 08:12

서울의 한 대학에 부착된 취업 관련 게시물. 2023.10.22 mon@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일도 구직 활동도 하지 않고 '그냥 쉬는' 사람이 1년 새 24만명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쉬었음' 청년(15∼29세) 중 10명 중 3명은 원하는 일자리를 찾지 못해 쉬고 있다고 답했다. 통계청은 6일 이런 내용을 담은 '경제활동인구조사 비임금근로 및 비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시 청년일자리센터. 2024.11.6 jieunlee@yna.co.kr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청년 장기 백수가 느는 상황에서 경제적 여력이 없어 보험료를 못 내는 청년들을 위해 직업훈련에 참여하면 일정 기간 국민연금에 가입한 것으로 인정하는 방식으로 사각지대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증가하는 청년 니트족(NEET·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 직장에 다니는 것도 아니고 교육이나 훈련받는 상태도 아닌 젊은이)을 고려할 때 직업훈련도 사회경제적 기여 행위로 평가해야 한다는 의미다.

◇ 졸업 후 취업 안 한 청년 129만명…24만명은 3년 넘게 미취업

21일 통계청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청년층(15∼29세) 인구는 817만3천명이다. 이 중 절반인 410만7천명(50.3%)이 경제활동에 참여했지만, 그마저도 27만6천명은 실업 상태였다. 나머지 절반인 406만6천명(49.7%)은 경제활동을 하지 않았다.

청년들이 최종 학교 졸업(중퇴, 수료 포함) 후 임금 근로자로 첫 취업에 성공하는 데 걸린 기간은 1년에 가까운 평균 11.5개월이었다.

이는 작년보다 1.1개월 늘어난 것으로,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4년 이후 역대 가장 긴 기간이었다.

30.0%는 1년 이상 걸렸고, 3년 이상 걸린 비율도 9.7%에 달했다.

최종학교 졸업자 중 지난 5월 기준으로 취업하지 않은 사람은 129만명이었다.

미취업 기간은 6개월 미만이 52만5천명(40.7%), 3년 이상은 23만8천명(18.5%)이었다.

미취업 기간의 주된 활동을 보면 48만7천명(37.8%)은 직업교육을 받거나 취업 시험을 준비했지만, 31만8천명(24.7%)은 '그냥' 시간을 보냈다. 28만6천명(22.1%)은 여가 활동이나 진학 준비를 하며 지냈다.

구직활동을 하는 경우는 11만8천명(9.1%)에 불과했고, 8만1천명(6.3%)은 육아·가사 활동으로 집안일을 도왔다.

특히 청년층 비경제활동인구(406만6천명) 중에서도 지난 1주간 취업 시험 준비자는 56만5천명(13.9%)에 그쳤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최종 학교를 졸업(중퇴 포함)한 미취업자 중에서 직업교육, 취업 준비, 구직활동 또는 육아·가사 활동 없이 그냥 시간을 보내는 청년도 수두룩하다.

지난 7월 청년층 인구 815만명 중 '쉬었음' 인구는 44만3천명으로 5.4%에 달했다.

'쉬었음' 청년 규모는 코로나19 때를 넘어서며 같은 달 기준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많았다.

'쉬었음'은 취업자나 실업자가 아닌 비경제활동인구 중 중대한 질병이나 장애는 없지만 막연히 쉬고 싶은 상태에 있는 이들을 말한다.

7월 '쉬었음' 청년은 2013∼2017년 20만명대였으나 2018년 30만명을 넘어섰고, 이후 계속 늘어 코로나19 첫해인 2020년 44만1천명까지 증가했다.

2022년 36만1천명으로 줄었으나 2023년(40만2천명)부터 다시 증가세다.

이들 '쉬었음' 청년(44만3천명) 가운데 일하기를 원했느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한 이들은 33만5천명에 달했다. 75.6%가 구직 의사가 없었다는 뜻이다.

청년층 장기 실업자와 '쉬었음' 청년이 늘어나는 것은 거시 경제적으로 우리 경제의 역동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저성장이 고착하는 상황에서 불안한 청년 고용은 소비를 제약하면서 내수 부진의 한 원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 '직업훈련 크레딧'…청년과 국민연금 잇는 유용한 연결고리

취업에 실패한 청년들이 실업자로 남아 일자리를 안 찾고 구직시장을 떠나면 소득 부족으로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미래에도 빈곤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국민연금의 노령연금(수급 연령에 도달했을 때 받는 일반적 형태의 국민연금)을 받으려면 최소 가입 기간인 10년(120개월)을 채워야 한다.

그런데 소득이 없어 보험료를 내지 못하면 그 기간만큼은 가입 기간 산정에 들어가지 않기에 연금 수령 시기가 늦어지거나 최악의 경우 아예 받지 못할 수 있다.

실제로 당연 가입 연령이 됐는데도 국민연금 보험료를 낼 여력이 없어 '납부예외자'로 내몰린 청년들이 적지 않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2023년 말 현재 27세 지역가입자 중 소득이 없어 보험료 납부 예외를 신청한 이는 15만267명으로 2021년부터 3년째 15만명대를 유지했다.

올해도 9월 말 기준으로 27세 납부 예외자는 13만2천342명으로, 작년의 88.1% 수준을 기록했다.

납부 예외는 사업 중단, 실직 또는 휴직 등으로 국민연금 보험료를 내지 못하는 경우로, 국민연금공단에 신청해 인정받을 수 있다.

국민연금법에 따르면 지역가입자는 사업장 가입자가 아닌 자로, 18세 이상∼60세 미만은 당연히 지역가입자가 된다.

18세 이상∼27세 미만 중 학생이거나 군 복무 등의 이유로 소득이 없다면 가입자에서 적용 제외되지만, 27세가 됐는데도 소득이 없어 납부를 못 한 이들이 매년 15만명에 달하는 것이다.

작년 기준 국민연금 가입자(2천199만7천명) 중 이들을 포함한 전체 납부 예외자(306만4천명)는 13.9%였다.

전문가들은 해외 주요국처럼 청년 실업률을 고려해 직업훈련 기간 크레딧을 인정하는 등의 다양한 방법으로 연금 사각지대를 해소하자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직업교육(훈련)은 통상 정규직 근로자 취업을 위한 준비단계로써 취업에 성공하는 경우 안정적인 국민연금 가입자 자격 유지가 가능하다.

크레딧은 정부가 개인의 적정 연금을 보장해주고자 지원하는 일종의 '보험료 면제' 제도다.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활동이나 불가피한 사유로 연금에 가입하지 못한 기간을 가입 기간으로 인정해주거나 감액된 소득을 상향 인정해준다.

우리나라는 출산·군 복무·실업 크레딧을 지원하고 있다.

청년층이 정규직 근로자가 되는 것은 장기적인 가입 기간 확보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지만, 국민연금 측면에서 이를 지원하는 제도는 현재 없다.

즉 근로기에는 두루누리 연금보험료 지원, 실업기에는 실업크레딧으로 사각지대를 보완하고 있지만 취업 준비기에는 아무런 보완대책이 없다.

국민연금연구원은 '국민연금제도 내 청년층의 다중 불리 경험과 지원방안 검토' 보고서에서 "학업과 구직활동 같은 생애 과업을 이유로 노동시장 진입은 물론 국민연금 적용에도 어려움을 겪는 청년층에게 새 크레딧을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를 위해 독일과 영국 등에서 운영하는 '직업훈련 크레딧' 도입을 제시했다.

독일은 17세 이상 직업훈련 기간에 대해 8년까지 가입 기간을 부여한다.

영국은 18세 이상 기술교육에 대해 1년의 가입 기간을 제공한다.

직업훈련 크레딧은 인턴십과 견습 과정을 포함해 청년기에 발생하는 모든 근로 경험에 기여 이력을 쌓게 한다는 점에서 청년과 국민연금을 유용하게 이어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shg@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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