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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롱휠베이스 변신한 독보적 쇼퍼드리븐..제네시스 일렉트리파이드G80

카가이 기자

기사입력 2024-11-04 18:02

사진제공 : 카가이(www.carguy.kr)


수많은 자동차 제조사가 ‘전동화 전환’에 뛰어들면서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전기차가짓수는 크게 늘어났다. 하지만 완전한 전기차 시대를 맞이했다고 보긴 어렵다. 지금은 내연기관과 EV가 혼재해 있는 과도기적인 시기를 지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자동차 제조사가 ‘전동화 전환’을 내세우며 가장 먼저 투입하는 전기차는 준중형·중형급이다. 현대 아이오닉 5, 기아 EV6, 폭스바겐 ID.3, 폴스타 2 등가 대표된다. 소비층이 두터운 준중형·중형급 전기차를 선제적으로 투입하는 전략이다. 요즘 자동차 제조사는 전기차 수요 둔화로 인해 값이 저렴한 소형 전기차 출시에 열을 올리고 있는 추세다.



반면,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의 준대형·대형급 전기차 출시는 상대적으로 덜 공격적이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순수전기 파워트레인을 탑재한 대형 럭셔리 세단을 살펴보면 테슬라 모델 S, 메르세데스 벤츠 EQS, BMW i7이 전부다. 준대형 럭셔리 세단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메르세데스 벤츠 EQE, BMW i5 그리고 제네시스 일렉트리파이드 G80까지 3종으로 선택지의 폭이 좁다.



많은 자동차 제조사가 긴장을 풀고 있는 준대형·대형 전기차 시장에제네시스는 기습적으로 힘을 준 준대형 전기 세단을 내놨다. 내연기관 차체를 이용한 제네시스 일렉트리파이드 G80 부분변경 모델이다.



제네시스 일렉트리파이드 G80(이하 G80 전동화 모델)은 2021년 7월 처음 출시됐다. G80은 현대차의 후륜구동 전용 M3 플랫폼을 기반이다. M3 플랫폼은 전동화까지 고려한 설계를 적용해 새로 설계된 플로어 패널과평평한 배터리가 바닥에 깔린구조다.



이에 따라 기존 G80 전동화 모델은 일반 내연기관 모델과 제원상 큰 차이가 없다. 차체 하부에 배터리 팩을 탑재하고, 디자인을 소폭 변경하면서전고와 전장이 각각 10mm씩 늘었을 뿐이다. 전동화를 고려한 M3 플랫폼이었음에도 차체 하부에 배터리 팩이 탑재되면서 실내 거주성이 소폭 나빠졌다.



이런 단점을 개선하고자 제네시스 G80 전동화 모델은 부분변경을 하면서 롱휠베이스(LWB)를 선택했다.B필러를 늘리는 스트레치드 타입이 아닌 2열 도어를 늘린 방식이다. 이에 C필러 쿼터 글래스면적이 기존보다 넓어졌다.



G80 전동화 부분변경 모델의 차체 크기는전장 5135mm, 전폭 1925mm, 전고 1475mm, 휠베이스 3140mm다. G90의 휠베이스는 3180mm다. 차체 크기만 놓고 보면 차급이 대형 세단 G90급에 가까워졌다는 말이다. 부분변경을 통해 차급을 한 등급 올리는 건 그야말로 파격적인 시도라고 볼 수 있다.



외관 디자인은 지난해 12월 공개된 G80 부분변경의 요소를 대거 차용했다. 헤드램프는 G90에 적용된 MLA(Micro Lens Array) 방식의 LED로 변화를 줬으며, 기요세 패턴이 적용된 플랫한 디자인의 신규 알루미늄 엠블럼을 적용했다.



기존 G80 전동화 모델은 공력 성능을 고려해 매끈한 범퍼 디자인을 적용했으나, 부분변경 모델은롱휠베이스(LWB) 모델의 특성을 살려 크롬 장식으로 범퍼 디자인의 존재감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후면 디자인의 주요 변화는 범퍼에서찾을 수 있다. 전면 범퍼와 동일하게 크롬 장식을 대거 적용해 고급감과 존재감을 높였다. 테일램프 그래픽은 기존과 동일하다.



실내는 한국적인 여백의 미에 하이테크 감성을 더했다. 편안하면서도 깨끗한 느낌을 강조한 수평형 레이아웃을 한층 다듬었다. 기존 14.3인치 센터 디스플레이는 운전석에서 거리가 멀어 조작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지적됐다. 이에 제네시스는계기판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하나로 합친27인치 통합형 와이드 디스플레이를 적용했다.



아쉬운 점은 27인치 디스플레이 비율이 극단적으로 가로로 긴 직사각형 형태라는 점이다. 디스플레이의 상하 높이가 줄어 내비게이션 같은 정보를 보는 데 크게 유리하지 않는 비율이다. 또한, 스마트폰 미러링을 실행하거나, 계기판 모드를 변경하면 중간에 필요없는 여백이 상당히 넓게 자리한다. 심리스 디스플레이를 확실하게 활용할 수 있는 UI/UX 업데이트가 필요해 보인다.



새롭게 디자인된 크리스탈 전자식 변속 다이얼(SBW)과 통합 컨트롤러는 디자인적으로 화려할 뿐만 아니라, 조작감도 단단해 완성도가 매우 높다. 대신 '잡고 돌린다'는 조작 방법을 공유하는 변속 다이얼과 컨트롤러가 가까이 붙어 있다는 점은 다소 아쉽다. 시선을 도로 위에 고정하고 전자식 변속 다이얼을 조작하다가통합 컨트롤러를 돌리는 경우가 발생한다. 변속 오인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이와 더불어 '뒷좌석 이지 클로즈 시스템' 적용과 함께 운전자 혹은 동승자가 2열 도어를 닫을 수 있는 버튼이 마련됐다. 2열 VIP 탑승을 확인한 후버튼을 누르면 자동으로 도어를 닫을 수 있다.



다음은 G80 전동화 부분변경 모델의 핵심인 2열 공간이다. 기존 G80 전동화 모델은 2열 공간이 단점으로 지적됐다. 차체 하단에 탑재된 배터리 팩으로 인해 바닥이 위로 올라오면서실내공간에 손해가 막심했던 탓이다.



G80 전동화 부분변경 모델은 휠베이스를 130mm로 늘리면서 G90에 버금갈 정도로 여유로운 2열 거주성을 확보했다.



거주성만 개선된 건 아니다.2열 시트가 VIP 시트로 업그레이드되면서 좌우 시트백의 독립적인 리클라이닝과열선·통풍·마사지 기능을 제공한다. G90 뒷좌석에서 경험할 수 있는 고급 기능을 대거 적용했다. 다만레그레스트는 동승석 쪽 2열 시트에만 적용된다. 동승석 시트를 앞으로 움직여여유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14.6인치 스마트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은 LG전자가 공급한다. 차량용 webOS 콘텐츠 플랫폼을 적용해 넷플릭스, 디즈니 플러스, 유튜브, 왓챠, 웨이브, 티빙, 스포티비 나우 등 다양한 OTT 서비스를 제공할 뿐 아니라, 앱스토어를 통해 게임, 뉴스, 어학 및 교육 등의 앱을 설치할 수 있다.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건 분명 긍정적인 부분이지만, 제네시스의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ccIC와 조화는 좋다고 평하기 어렵다. 운전자가 센터 디스플레이를 통해 미디어를 이용하고 있을 경우해당 미디어를 원격으로 조절할 수 있는 방법이 제공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2열 탑승객이 뒷좌석에서 미디어를 이용하려면 별도의 블루투스 오디오를 이용하는 게최적의 선택지다. 2열 탑승객 간 미디어 공유도 지원하지 않아 같은 콘텐츠를 감상하는 건 불가능하다. 사실상 한 대의 차량에 3개의 디스플레이가 각각 존재할 뿐 유기적인 콘텐츠 공유는 어렵다.



뒷좌석 이지 클로즈 시스템을 통해 2열 탑승객은 버튼을 누르는 것만으로 도어를 개폐할 수 있다. 버튼을 누르는 동안 도어가 열리고, 다시 버튼을 누르면 닫히는 식이다. G90의 경우, 1·2열 도어에 모두 적용했지만G80 전동화 모델은 차급을 고려해 2열에만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지 클로즈 시스템 고장 등 유사시 탈출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을 대비해 수동으로 도어를 열 수 있는 비상 레버를버튼에서 가까운 곳에마련했다.



G80 전동화 부분변경 모델의 파워트레인은 기존 모델과 동일하다. 전·후륜에 각각 최고출력 136kW, 최대토크 35.6kg.m를 발휘하는 전기 모터를 탑재해 시스템 총 출력 272kW(약 370마력)를 발휘한다. 리튬이온 배터리 용량은 휠베이스가 늘어나며 기존 87.2kWh에서94.5kWh로 늘었다. 배터리는 SK온에서 공급한다.



이제 본격적인 시승에 나설 차례다. 시승 코스는 서울에서 출발해 강원도 속초 대포항을 경유해 다시 서울로 복귀하는 코스다. 출발 전 배터리를 86%까지 충전했다. 주행 가능 거리는 509km가 나온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얼음 위를 미끄러지는 듯한 주행 감각을 보여준다. 인상 깊은 건 전기 모터가 출력을 쏟아내는 방법이다. 전기차는 전기 모터 특성상 가속 페달을 밟는 즉시 강력한 토크를 발생시켜 멀미를 느끼는 사람이많았다.G80 전동화 부분변경 모델은 주행 모드를 에코 모드나 쇼퍼 모드로 설정했을 때리니어하게 출력을 쏟아낸다. 내연기관 자동차를 타고 있는 듯한 익숙한감각으로멀미를억제한다.



G80 전동화 부분변경에 적용된 HUD는 넓은 화면을 구현하지만, 이제 구형 티가 나기 시작했다

롱휠베이스(LWB)로 변모하며 자동차의 성향이 '쇼퍼드리븐'으로 바뀐 만큼 승차감은 부드러움에 초점을 맞췄다. 이는 전방 카메라를 통해 인식한 노면 정보와 내비게이션 지도 정보를 통해 서스펜션의 감쇠력을 바꾸는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의 공이다. 처음 시승할 때, 'G90의 에어 서스펜션까지 적용됐나'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요철을 걸러내는 실력이 좋았다.



주행 모드를 스포츠 모드로 전환하고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370마력에 가까운 출력이 순식간에 노면으로 전달된다.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가속을 5.1초 끊을 정도로 강력한 출력이다. 또한, 150km/h에 가까운 고속 상황에서도 훌륭한 안정감을 보인다.차체 하부에 무거운 배터리 팩을 탑재함으로써 노면을 움켜쥐고 달리는 느낌이 일품이다.



이와 더불어 이중접합유리, 흡·차음재 그리고 액티브 로드 노이즈 컨트롤은실내로 유입되는 노면 소음 및 풍절음을 상당 부분 억제한다. 외부 소음 억제력이 좋아 고속 안정성이한층 더 좋게 느껴지는 효과를 만든다.



27인치 통합형 와이드 디스플레이는 눈으로 봤을 땐 화려하지만, 활용도에 있어 아쉬움을 남긴다. 디지털 계기판의 경우, 내비게이션 모드, 증강현실 내비게이션 모드 등으로 다채롭게 화면을 구성할 수 있다.



특히 디지털 계기판 중앙에 내비게이션을 띄울 수 있게 된 점은 반갑다. 다만, 모드별로 인터페이스가 고정된 틀 없이 중구난방으로 움직여 다소 혼란스러운 분위기를 전해준다.



184.8km를 주행한 뒤, 배터리 잔여량은 53%, 주행 가능 거리는 303km를 보였다

속초 대포항까지 184.8km를 주행한 뒤, 배터리 잔여량은 53%, 주행 가능 거리는 303km가 남았다. 전비는 5.8km/kWh다. G80 전동화 부분변경 모델의 공인 고속도로 전비는4.3km/kWh다.



평균 80~100km/h로고속도로를 주행한 전비라고 판단했을 때, 공인 전비를 큰 폭으로 상회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휠베이스가 130mm 늘어나며 2열 거주성은 좋아졌으나차체 크기가커지고 중량이 늘면서 운전에 대한 부담감도 같이 증대했다는 우려도 있다. 이는 능동형 후륜 조향 시스템(RWS)이 상쇄한다.



능동형 후륜 조향 시스템은 중고속 주행 시 전륜과 후륜이 같은 방향으로 조향해 안정성을 높이고, 저속 주행 시 전륜과 후륜이 반대 방향으로 조향해 회전 반경을 줄인다. 덕분에 복잡한 주차장을 돌아다닐 때에도 큰 어려움은 마주하기 힘들다.



속초 대포항에서 다시 서울로 목적지를 입력하자, 내비게이션은 자동으로 가평휴게소(서울방향) 충전소를 경유지로 추가했다. 급속 충전을 위한 배터리 컨디셔닝도 별도의 조작 없이 자동으로 진행했다.



대포항을 출발해 131.4km를 더 달려 가평휴게소(서울방향) 충전소에도착했을 때, 배터리 잔량은 20%, 주행 가능 거리는 94km를 남겼다.



G80 전동화 모델의 아쉬운 점은 충전할 때 나타난다. 전면 그릴에 위치한 충전구 탓이다. 국내 운전자는 도로 특성상 전면 주차보다 후면 주차에익숙하다. 다행인 건 원격 전후진 기능을 통해 보다 손쉽게 충전기에 접근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차에서 내려 차량이 충전기에 접근하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어 불안감을 크게 덜어준다.



이번 부분변경으로 '충전구'도 달라졌다. 기존 G80 전동화 모델은 손으로 직접 충전구를 여닫아야 했다. 프리미엄 브랜드의 준대형 세단에 걸맞지 않은 충전구 형식이었다. 제네시스도 이를 인지하고 있었는지, 부분변경을 통해 전동기능을 추가했다.



배터리 컨디셔닝을 통해 미리 배터리를 최적화한 덕에 충전 속도도 준수했다. 급속 충전으로 21분 55초 만에 77%까지 충전할 수 있었다.



다시 서울로 복귀했을 때 최종 전비는 5.3km/kWh를 기록했다. 387.3km간 시승 코스가 고속도로 위주였음을 감안하면준수한 전비를 기록한 것임은분명하다. G80 전동화 부분변경 모델은 1회 충전 항속 거리 475km(복합)를 내세우고 있으나, 실주행 환경에서는이를 큰 폭으로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제네시스 일렉트리파이드 G80의 직접적 경쟁 상대는 BMW i5, 메르세데스 벤츠 EQE였다. 그러나, 이번 부분변경을 통해 G80보다는 G90에 한층 가까워졌다. 늘어난 차체 크기와 승차감, 2열 편의기능을 비교하면 BMWi7, 메르세데스 벤츠 EQS까지 넘볼 수 있는 수준에 올라섰다.



가격은 동결 수준이다. 기존 G80 전동화 모델은 8281만원부터 시작했다. 차체 크기를 늘린 롱휠베이스 모델로 돌아온G80 전동화 부분변경 모델은 8490만원부터 시작한다. 차급을 높였음에도209만원의 가격 상승폭을 가져온 것이다. 8000만원대에서 시작하는 가격으로 인해 국고보조금은 50%밖에 못받지만, BMW i5, i7, 메르세데스 벤츠 EQE, EQS 등과 비교했을 때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적어도 전기차에서 제네시스는 벤츠, BMW 이상의 가치를 지녔다는 얘기다.





장점: 독보적쇼퍼드리븐 전동화 세단..롱휠베이스로 차급을 올리다!

단점: 전면 충전구와 보여주기식 27인치 통합형 디스플레이





서동민 에디터 dm.seo@cargu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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