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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홍제성 기자 = 중국 정부가 민간 부문을 엄격하게 통제하면서 중국의 혁신을 이끈 스타트업 업계가 급격한 쇠퇴를 맞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설에 따르면 벤처 캐피탈(VC)은 중국이 기술 강국으로 부상하는 데 중요한 원동력이었다.
벤처 캐피탈 편드는 알리바바와 텐센트 같은 세계적 기업을 육성하는 데 도움이 됐을 뿐만 아니라 수많은 중국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의 신생 기업)에 전문 지식과 네트워킹 기회 및 시장을 제공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양한 이유로 중국 신생 기업 부문이 침체기에 빠졌다고 FT는 짚었다.
한 기업체 임원은 FT에 "전체 업계가 우리 눈앞에서 죽어가고 있다"며 "기업가 정신이 죽었다는 것은 보기에 매우 슬픈 일"이라고 말했다.
이런 정서가 계속된다면 그 의미는 매우 심각하다는 것이 FT의 판단이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제시한 경제 비전인 '새로운 질적 생산력'(新質生産力)은 활기찬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파생된 혁신이 필요한데, 여러 이유로 중국 기술 발전의 미래가 불확실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FT는 그 이유로 코로나19 팬데믹 발발 이후 중국 경제의 전반적인 침체와 부동산 거품 붕괴 등 거시경제적 요인을 우선 꼽았다.
그러면서 시 주석이 추진해온 정책도 원인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알리바바, 텐센트 같은 주요 민간 정보기술(IT) 기업에 대한 규제와 단속은 주식시장 가치를 떨어뜨리고 민간기업을 대하는 중국 정부의 태도에 대한 불확실성을 키웠다는 것이다.
미국, 중국 간 광범위한 전략 경쟁도 중국 시장에 투자하는 국제 벤처 캐피탈의 우려를 키웠다. 중국 기업이 해외시장 상장을 통해 출구를 찾는 것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런 요인들은 '2차 효과'로 이어지고 있다.
중국의 해외 유학생들이 중국에 돌아오면 한때 매력적이었던 기술 분야에 종사할 기회가 줄어든다.
스타트업의 상장 기회가 줄어들면서 소송도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의 지난달 보도에 따르면 중국의 주요 국유 벤처 캐피털인 선전(深?) 캐피탈 그룹은 정해진 날짜까지 상장하지 못하고 주식을 재매수하지 않은 회사를 상대로 35건의 소송을 제기했다.
중국 스타트업 생태계를 억제하는 것은 시 주석이 내놓은 경제 프로그램의 발목을 잡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 FT의 판단이다.
이런 점에서 신문은 "중국이 기술 우위를 유지하려면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했다.
FT는 "금융시장의 불투명성이 개선되어야 투자자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창의성은 수백 가지 사상이 경쟁할 때 흘러나온다"며 "시 주석은 혁신이 행정명령을 따르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조언하는 말로 사설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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