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부의 국민연금 개혁안, 핵심 쟁점과 향후 개선 과제는?

남정석 기자

기사입력 2024-09-07 08:42


'4% 더 내고 2% 더 받는 개혁안, 설득 가능할까?'

정부가 21년만에 국민연금 개혁안을 드디어 지난 4일 발표했다.

국민연금은 거의 모든 국민들의 노후를 보장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기에, 당연히 관심이 초집중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한번 바뀌면 오랜 기간 연금을 내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 모두의 경제 상황을 좌우하기에 단순한 법안 '개정'이 아닌 '개혁'이 필요한 이유다.

하지만 모든 구성원들이 완벽하게 만족할 수 있는 최선의 합의점을 도출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기에, 지난 2003년 정부안 발표로 국민연금 개혁이 추진된 이후 무려 20년 넘게 한발짝도 더 나가지 못하고 '공전'을 거듭하고 있었다.

이전 21대 국회에서 거의 합의에 이르렀지만, 정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이번에 보험료와 소득대체율 동시 인상 등 모수 개혁과 함께 기초연금과 퇴직연금 등 개인연금, 세대별 인상속도 차별화, 연금 수급액을 조정하는 '자동조정장치'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한 정부안을 내놓은 것이다.

물론 국회가 이를 토대로 합의안을 도출, 관련 법률을 개정해야 하는 과정이 필요하지만 개혁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마련됐음에도 불구하고, 개혁을 위해선 선결과제와 함께 엇갈리는 내용과 주장들이 여전하기에 향후 난항이 예상된다.

비대칭의 인상

연금 개혁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당연히 보험료율(내는 돈)과 소득대체율(받는 돈), 즉 '모수(母數)'라 할 수 있다.


지난 1998년 이후 26년간 9%에 머물고 있는 보험료율을 4% 오른 13%로 올리고, 40%까지 줄어들게 돼 있는 소득대체율을 42%로 2% 상향하는 것이 정부안의 골자다.

한국 사회가 전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을 유지하면서도 기대수명은 계속 올라가면서 초고령화의 문턱에 선 현재, 연금을 내는 사람들은 줄어들고 받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예고된 '비대칭'은 국민연금 기금의 지속가능성을 떨어뜨리는 위험 요소다. 기금 고갈을 최대한 늦추기 위해 두 비율의 조정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더 내고 더 받기는 하지만 정비례가 아닌 고육지책을 내놓은 것이다.

이는 지난 21대 국회에서 연금개혁특별위원회를 통해 여야가 거의 합의에 이르렀던 두 비율의 동시 4% 인상과는 차이가 난다. 더 많이 내야 한다는 당위성에 비례해 적어도 똑같은 수준으로 받아야 한다는 기대에 못 미치기에 과연 국회 논의 과정에서 받아들일 수 있을지, 국민 대다수의 공감대가 형성될지 미지수라 할 수 있다.

세대별 차등

정부안은 보험료율을 13%로 올리면서, 세대별로 인상 속도는 차등화 하는 방안이 담겼다.

구체적으로는 내년 50대가 되는 가입자는 매년 1%p(포인트), 40대는 0.5%p, 30대는 0.3%p, 20대는 0.25%p 인상하는 방식이다. 즉 50대는 4년만에 인상율이 그대로 적용되는 반면 20대는 16년간 천천히 오르는 구조다. 역시 50대에 비해 앞으로 인상된 연금을 오랜 기간 내야 하는 젊은층의 반감을 최소화 시키기 위한 장치이자 배려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전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데다, 중장년층의 저항도 만만치 않을 것이고 1년 차이로 나이대가 달라질 경우 인상 속도의 차이가 꽤 발생하는 불평등적인 요소도 상당하기에 국회 논의 과정에서 상당한 난항이 예상된다. 세대별 보험료율 차등에 대해 다수당인 민주당은 세대 갈등의 이유로 벌써부터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연금 기금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 기대 여명이나 가입자 수 증감을 연금 지급액과 연동해 조정하는 '자동조정장치'의 도입 검토 역시 시기상조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세대간 형평성을 제고한다는 명목인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 38개국 중 24개국이 도입한 상황인데 현재 소비자 물가 변동률에 따라 조정되는 연금 액수가 줄어들 수도 있다는 이유로 역시 야당에서 비판하고 있다.

선결 과제, 달성할 수 있을까

이번 정부안에는 개혁이 성공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선 선결 과제도 담겨 있다.

우선 또 하나의 '모수'라 할 수 있는 기금운용 수익률을 1%p 이상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5차 재정추계 당시 설정된 장기 수익률 4.5%를 5.5% 이상으로 높여 기금 소진 시점을 2056년에서 2072년까지 16년 늦춘다는 방안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수익률을 1% 끌어올릴 경우 보험료율을 2%p 높이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

1988년 국민연금 제도가 시작된 이후 지난해 말까지 국민연금의 누적 수익률은 5.92% 정도이고 기금 규모는 1000조원이 조금 넘는다. 35년이 넘는 오랜 기간동안 검증된 수익률이라 결코 불가능한 수치는 아니지만 이를 위해 해외 및 대체 투자 비중을 늘리는 등 결과적으로는 고위험 고수익 자산에 기대는 것이기에 안정성은 떨어지고 불확실성에 더 많이 노출된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현재 59세인 국민연금 의무가입기간 상한을 64세도 연장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인데, 이 역시 법정 정년을 함께 늘려야 하는 첨예한 세대 대립 요소가 담겨 있다.

고령자의 경제활동 참여가 늘고 기대여명이 늘어나는데다, 근로자의 수가 계속 줄어드는 상황이긴 하지만 여전히 양질의 일자리는 제한적인 가운데 정년이 늘어날 경우 청년층의 신규 채용이 줄어들 여지가 크기에 이를 어떻게 해소할지가 가장 중요한 선결 과제라 할 수 있다.

업계나 학계 전문가들은 "개혁에 대한 공감대를 바탕으로 그동안 고려하지 않았던 자동조정장치나 세대별 인상율 차등 적용에다 군복무와 출산 크레딧 확대와 퇴직연금 의무화 등 정부안이 복합적으로 고민하고 반영했다고 본다. 선결 과제가 필수적이지만 정년 연장에 대한 사회적 화두도 던졌다"면서도 "결국 법안을 개정해야 하는 국회에서 많은 난항이 예상되지만 반드시 이번에는 개혁안이 마련돼 시행돼야 한다.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국가적인 과제"라고 강조했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