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DB그룹을 향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계열사 고의 누락·부당지원 의혹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조사 방향성은 오너일가를 향하고 있다. 모두 조사 결과에 따라 총수의 검찰 고발이 가능한 사안들이다. DB그룹은 공정위의 조사에 대해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사실과 다른 부분은 충분히 소명하겠다는 입장 외에는 별다른 언급은 하지 않고 있다. 공정위의 압박 수위가 높아짐에 따라 오너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는 우려도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동곡재단, 삼동흥산, 빌텍은 DB그룹과 지분 관계가 얽혀 있다. 재단 설립 과정에서 당시 일부 계열사의 주식이 출연된 영향을 받았다. 금융감독원 감사보고서 기준 삼동흥산은 대주주인 동곡재단의 지분 18.18%를 가지고 있다. 같은 기간 빌텍은 동곡재단이 23.8%, 삼동흥산이 57.9% 지분을 보유 중이다. 삼동흥산과 빌텍은 DB그룹의 실질적 지주사인 DB아이앤씨(DB Inc)와 같은 건물을 사용하고 있다. 당초 삼동흥산의 건물이었지만 지난 3월 DB Inc에서 건물을 매입하면서 소유주가 바뀌었다. 이밖에 삼동흥산과 빌텍의 피투자회사에는 DB하이텍, 동부건설 등 DB그룹 주요 계열사가 이름을 올리고 있다. 눈길을 끄는 점은 공정위가 조사에 앞서 올해 초 DB하이텍 소액주주연대(소액주주연대)가 DB Inc, 삼동흥산, 빌텍 등이 보유한 DB하이텍 지분 전체에 대한 의결권행사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는 점이다. 법원은 소액주주연대의 가처분 소송을 기각했지만, 당시 소액주주연대는 김준기 전 DB그룹 회장이 설립한 동곡재단을 통해 삼동흥산과 빌텍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점 등을 내세워 실질적 자회사라고 주장한 바 있다. 소액주주연대는 삼동흥산과 빌텍이 각 회사 총자산의 30.9%, 56.9%를 DB하이텍 주식으로 보유하고 있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공정위가 DB그룹의 계열사 고의 누락 관련 의혹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는 것과 궤를 같이하는 대목이다. 공정위는 대기업집단의 계열사 여부 판단에 있어 지분 요건(총수 단독 또는 총수 특수관계인과 합해 해당 회사 발행주식 총수의 30% 이상 소유)과 함께 '총수의 회사 경영 영향력 행사 여부' 등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DB그룹은 공정위로부터 계열사 고의누락 의혹과 함께 상표권 사용료와 관련한 내부거래 및 사익편취 의혹에 대한 조사도 받고 있다. 최근 조사에서 공정위는 DB손해보험(DB손보)이 DB Inc에 일감을 몰아준 점 등을 주로 들여다본 것으로 알려졌다. DB Inc 내부거래의 최대 수혜자는 오너 일가다. 김준기 전 회장(15.91%)과 김남호 회장(16.83%), 김주원 부회장(9.87%) 등 오너 일가 지분율(2024년 9월 기준)이 43.81%에 달하기 때문이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