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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보이즈’ 사건으로 미국에서 차량 도난에 취약하다는 불명예를 안았던 현대차그룹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점차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고속도로 손실 데이터 연구소(Highway Loss Data Institute, 이하 HLDI)의 차량 손해보험 청구건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이모빌라이저 기능을 구현한 현대차그룹 차량의 도난 빈도는 그렇지 않은 차량에 비해 6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HLDI 매트 무어 수석 부사장은 “현대차의 SW 업데이트솔루션은 효과적"이라며 "전자식 이모빌라이저가 없는 현대차그룹 차량을 소유하고 있다면 지금 바로 가까운 딜러에 전화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문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21년부터 약 3년 동안 미국에서 차량 도난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2011~21년 사이 미국에서 시판된 현대차그룹 자동차는 옵션에 따라 일반 물리 키를 사용하는 차종이 존재했다. 문제는 일반 물리 키를 탑재한 차종에 이모빌라이저가 적용되지 않은 경우가 다수였다는 점이다.
그 규모는 약 850만대에 달했다. 이모빌라이저부재로 키박스를 해체하고 일자 드라이버와 USB 동글만 있으면 시동을 걸고 주행할 수 있다는 동영상이 확산됐다. 일명기아 보이즈는 이를 노렸고 이러한 도난 방법은 SNS를 통해 빠르게 공유됐다. 그 결과 현대차그룹의 차량 도난율이 급증했다.
미국 고속도로손실데이터연구소(HLDI)의 분석에 따르면 2015~19년 출시된 현대기아 모델의 2021년 상반기 도난 빈도는 차량 1000대당 2.2건이었다. 같은 연식의 다른 차량들(1.2건)에 비해 두 배가량 높은 수치였다. 미국 내 주요 보험사에서 피해를 입은 현대차그룹 내 모델에 대한 보상을 포기할 정도였다.
현대차그룹은 2023년 2월부터 도난 방지를 위한 무료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진행하는 것으로 대응하고 있다. 표준이 되는 ‘턴키-투-스타트’ 방식의 차량 제어 모듈을 수정하는 업데이트다. 대상 차종은 2011년 이후 출시한 24개 차종이다.
리모컨 키의 잠금 버튼을 눌러 문을 잠그면, 다시 잠금이 해제될 때까지 엔진 점화 기능을 비활성화하는 원리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차량의 약 60%만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HLDI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하반기까지 2003~23년형 현대차그룹 차종에 대한 도난 피해 보상 보험 청구 건수는 2020년 상반기에 비해 11배 많았다.
이모빌라이저를 미탑재한 전차종을 대상으로 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아니기 때문에 향후에도 차량 도난 문제는 꾸준히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소프트웨어를 설치하지 않은 40%의 차량 역시 조속히 업데이트를 진행해야만 현대차그룹 보험금 청구율이 경쟁 자동차 제조사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서동민 에디터 dm.seo@cargu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