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들의 대출 연체금이 역대 최대치로 치솟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일 한국은행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양부남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분기별 자영업자·가계대출자 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 1분기 말 현재 자영업자의 전체 금융권 사업자대출 연체액(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은 모두 10조 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금융기관들이 제출한 업무보고서에 기재된 실제 연체액 현황을 합산한 결과로, 2009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큰 연체 규모 기록이다. 지난해 4분기(8조 4000억원)와 비교해 불과 3개월 만에 2조 4000억원이나 뛰며 자영업자들이 처한 한계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가계대출까지 포함한 자영업자의 전체 금융권 대출 잔액은 1분기 말 현재 1055조 9000억원(사업자대출 702조 7000억원, 가계대출 353조 2000억원)으로 추산됐는데 이는 직전 분기(1053조 2000억원)보다 2조 7000억원 더 늘어 역시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가계 대출자들의 대출 상환 부담도 재상승하고 있다. 이는 통계로도 나타난다. 한국은행이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올 1분기 말 현재 1973만명이 총 1852조 8000억원의 가계대출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했는데, 1인당 평균으로 보면 9389만원씩 금융권 대출을 안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해 대출자 수와 대출 잔액이 각각 6만명(1979만명→1973만명), 5000억원(1853조 3000억원→1852조 8000억원) 줄었지만 1인당 대출액은 22만원 소액 늘었다. 이들 가계대출자의 평균 DSR은 38.7%로 추산됐다. DSR은 대출받는 사람의 전체 금융부채 원리금 부담이 소득과 비교해 어느 정도 수준인지 가늠하기 위한 지표이다. 즉 해당 대출자가 한 해 갚아야 하는 원리금 상환액을 연 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결국 소득의 40% 수준을 원리금 상환에 쓰다보니 가처분 소득이 당연히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소비가 위축되니, 힘들어진 자영업자들의 대출금 연체가 증가하는 악순환인 것이다.
이에 더해 3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가계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의 경우 한계 수준에 봉착했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의 평균 DSR 역시 지난해 4분기 58.2%에서 올해 1분기 58.8%로 더 높아졌으며, 평균 대출액은 1억 2401만원에 이르고 있다. 대출 상환 측면에서 가장 상황이 좋지 않은 취약 차주(저소득·저신용 다중채무자)의 DSR(64.8%)도 한 분기 사이 2.2% 뛰었다. DSR이 70% 안팎이면 최소 생계비 정도를 제외한 대부분의 소득으로 원리금을 갚아야 하는 상황으로 간주하는데, 취약 차주들이 현재 평균적으로 이런 위기에 몰린 것이다.
이를 반영해 한은은 최근 금융안정 보고서를 통해 "당분간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연체율 상승 압력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금융 당국은 채무 상환 능력이 크게 떨어졌거나 회생 가능성이 없는 자영업자에 대해 새출발기금 등을 통한 채무 재조정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가계와 자영업자 차주의 재무 건전성 변화가 금융기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모니터링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