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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팡이 핀 원목을 아파트 시공에 사용해 논란이 된 대우건설이 입주예정자들과 재시공 범위 등에 대해 합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합의 내용에는 천장 전면 재시공과 가구 등 전면 철거, 대표이사 사과문 게재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대우건설은 현장소장을 보직 해임한 상태고, 협의를 통해 개선해야 할 상항이 다수 나온 만큼 입주 지연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관계자 보직해임에 대표는 사과문 작성…입주지연 가능성↑
세부내용에는 기존에 결정됐던 천장 석고보드 철거 후 전면 재시공을 비롯해 세대 내 가구 전량 재시공, 반입 에어컨 전량 폐기 후 재설치, 전문기관을 선정해 곰팡이균 살균계획 마련, 대표이사 사과문 게재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입주민 요구사항 중 하나였던 책임자 처벌과 공식사과와 관련해서는 현장소장의 보직해임을 마친 상태라고 대우건설은 설명했다.
또한 이날 백정완 대우건설 대표이사 사장의 사과문이 입주예정자 커뮤니티에 게재됐다. 사과문에는 철저한 재시공과 자재검수 등 신속한 업무처리에 나서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밖에도 양측은 곰팡이 방지제 도막처리, 가구 설치 전 청소상태를 조합 사전 승인 후 설치, 세대별 내장 공사 시 입주예정자 입회계획 수립 작성, 총괄감리원이 지시한 하자보수 632건에 대해 오는 31일까지 이행 등에 대해 합의했다.
특히 대우건설은 8월 28일까지 사용승인을 받지 못할 경우 입주 지연 보상을 제공하기로도 합의했다. 대우건설 측은 이번 협의를 통해 개선 사항이 다수 발생한 만큼 입주시기는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당초 당진 푸르지오의 입주 예정시기는 오는 9월이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입주자 의견을 전면 수용해 문제를 빨리 봉합하고, 입주시기를 최대한 당기겠다는 사측의 의지"라며 "다만 요구사항을 모두 수용하다 보니 입주 시기는 예정보다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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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은 지난 1일 해당 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에 곰팡이가 핀 자재를 사용한 사실이 드러나 당진시로부터 공사 중지 명령이 내려지면서 시작됐다.
입주예정자들은 곰팡이 자재에 대해서 문제를 끊임없이 지적했는데도 개선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올해 2월 곰팡이가 핀 자재가 발견됐고 아파트 감리단에서 9차례나 시정 명령을 내렸지만, 일부가 그대로 사용된 것.
입주예정자들은 시공사 측에서 문제가 없다는 세대를 임의로 선택해 천장을 뜯어내자 곰팡이 자재가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안 보이는 곳이라 입주예정자들을 속이고, 문제를 은폐하려고 했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이같이 개선점이 보이지 않자 조합과 감리단은 당진시에 이 사실을 신고했고, 이후 지방자치자체 판단하에 해당 단지에 대한 공사 중지 명령이 내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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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은 지난해 기준 시공능력 평가액 9조7683억으로 시공능력순위 3위다. 푸르지오라는 인지도 높은 아파트 브랜드를 보유한 국내 대표 대형건설사인 만큼 대우건설 측의 불통에 대한 입주예정자들의 실망은 클 수 밖에 없었다.
대우건설의 곰팡이 관련 논란은 비단 이번 일만이 아니다. 해마다 여러지역에서 유사한 문제가 발생하면서 그 고통은 고스란히 입주민에게 돌아가고 있다.
지난해 인천 서구 검암역 로열파크시티 푸르지오는 누수 문제로 인해 세대 내부에 마루바닥 곳곳과 벽지 등에 곰팡이가 생기면서 논란이 일었다. 대우건설 측이 입주 전에 실내온도를 높이고, 내부 공기를 환기하는 과정이 부실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2022년에는 부산 오션시티 푸르지오 아파트 입주민 100여 세대가 곰팡이와 이로 인해 발생한 혹파리로 고통을 받기도 했다. 당시에도 입주민들이 문제 상황을 알렸지만, 대우건설은 이에 불통으로 대응하면서 공분을 샀다.
이에 대해 대우건설 관계자는 "곰팡이 문제는 대우건설만의 일은 아닌 것 같지만, 코로나19나 공사 자재 수급 문제 등에 따른 공사지연으로 자재에 습기가 찬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에는 철저한 자재 관리로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강우진 기자 kwj1222@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