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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급 선수가 초보로 위장...격투기 시합 나간 '명문대생' 혼수상태

김소희 기자

기사입력 2024-03-18 16:37


프로급 선수가 초보로 위장...격투기 시합 나간  '명문대생' 혼수상태
사진출처=고펀드미(GoFundMe)

[스포츠조선 김소희 기자] 캐나다 명문대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중국의 한 유학생이 킥복싱 경기 도중 머리를 반복적으로 맞아 혼수상태에 빠졌다.

17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외신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해 10월 14일 캐나다 사이먼 프레이저 대학교(Simon Fraser University)에서 열린 2023 서부 캐나다 무술 선수권 대회(2023 Western Canadian Martial Arts Championship)에서 일어났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교(University of British Columbia)에서 화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중국인 유학생 레이젠환(26)은 토너먼트에 참가해 프로 수준의 킥복싱 선수와 맞붙은 후 혼수상태에 빠졌다.

레이의 어머니 잉 리(Ying Li)는 지난 2월 주최 측과 기타 관련 당사자들을 상대로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대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레이의 상대 선수는 최근 태국에서 열린 킥복싱 대회에 참가하는 등 프로 경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을 숨기고 초보자 그룹에 '사기' 배치됐다고 주장했다.

또 해당 선수는 레이의 머리를 반복적으로 발로 걷어차는 등 규칙을 어겼고 이로 인해 레이는 심각한 뇌출혈을 겪고 혼수상태에 빠졌다.

심지어 레이는 부상 징후를 보인 뒤에도 경기 규정에 따라 총 세 번의 경기에 참가해야 했고 이로 인해 상태가 악화돼 구토까지 했다고 말했다.

리씨는 "주최 측이 현장에서 적절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해 의료진의 도움 요청이 지연됐다"며 "구급대원이 현장에 도착하는 데 90분이 걸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주최 측이 내 아들과 같은 초보 선수들에 대한 적절한 보호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며 행사 주최자들을 고소했다.


리씨는 또한 캐나다 세계 가라테 및 킥복싱 연합(WKU)가 이 행사를 합법적으로 승인하지 않았으며 사이먼 프레이저 대학이 시설을 부적절하게 사용하도록 허용했다고 비난했다.

현지 의료진은 레이가 의식을 회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으며, 리씨는 이번 달 추가 치료를 위해 레이를 데리고 중국 베이징으로 떠난다.

리씨는 "내 아들은 한부모 가정에서 자랐고 외아들이다. 나는 아들을 위해 모든 노력을 쏟아부었다. 홀로 아이를 키우는 것은 쉽지 않았다"면서 "아들이 박사 학위를 마치려는 순간 우리의 희망은 산산조각 났다"고 하소연했다.

한편, 레이가 재학 중인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교는 토론토 대학교, 맥길 대학교와 함께 캐나다 3대 명문 대학교로 꼽히며, 세계 최상위권 명문 대학이다.

링크드인(LinkedIn) 프로필에 따르면 레이는 베이징 교통대학교와 캐나다 워털루 대학교에서 재료 및 나노과학 학부 과정을 마친 후 2020년부터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화학 박사 학위를 밟고 있다.
김소희 기자 yaqqo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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