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반려동물 '펫보험' 계약규모가 전년 대비 50% 넘게 증가했지만, 가입률은 1.4%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6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펫보험을 운용하는 ACE·DB·KB·농협·롯데·메리츠·삼성·캐롯·한화·현대 10개 보험사가 보유한 보험 계약 건수 합계는 10만9088건으로 전년(7만1896건)보다 51.7% 늘었다.
다만 지난 2022년 기준 반려동물의 개체수가 약 799만 마리인 것으로 봤을 때 펫보험 가입률은 1.4%에 그쳤다. 펫보험 가입률은 2020년 기준 0.4% 수준이었고, 2021년 0.7%, 2022년 0.9%로 꾸준히 1%를 밑돌았다.
국내 반려동물 가구가 602만 가구로 전체 가구의 25.4%에 달하지만, 펫보험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국내 펫보험 가입률은 영국(25.0%)이나 일본(12.5%) 등에 비해 뒤처지는 수준이다.
가입률이 저조한 이유는 기존 펫보험에 대한 불편사항과 필요성의 부재였다.
KB금융연구소 조사결과 반려가구가 펫보험을 이용하면서 느낀 주된 불편사항은 '치료비 보상률이 낮다'(48.7%), '보장범위가 좁다'(46.2%), '보장금액이 적다'(44.5%)였다. 이어 '월 납입 보험료가 부담된다'(35.3%), '가입 프로모션이나 우대 혜택이 부족하다'(31.1%)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펫보험에 가입하지 않는 반려가구는 '월 납입 보험료가 부담된다'(48.4%), '보장범위가 좁다'(44.2%), '보험필요성이 높지 않다'(33.4%)는 응답이 많았다.
미가입 가구는 펫보험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반려동물보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반려가구는 26.9%에 불과했고, '반반이다'라고 생각하는 반려가구는 64.3%를 차지했다.
손보업계에서는 관련 제도의 미비로 펫보험 시장이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이다.
진료비 관련 통계와 데이터 부족으로 보험료 산정 및 손해율 관리가 어려운 것을 문제로 꼽았다. 동물진료 표준 진료코드가 없고, 동물진료기록부 발급이 의무화되지 않는 등 제도적 기반이 미흡한 점도 펫보험 시장 확대에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업계는 수의사법 개정으로 동물병원 진료기록부 발급을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려동물에 대한 과잉진료나 보험사기 등을 방지하고, 반려동물의 품종과 연령 등에 맞춘 상품개발과 보장 확대를 이룰 수 있다는 주장이다.
2022년 농림축산식품부 국민의식조사 기준에 따르면 반려동물 월평균 양육비 15만원 중 병원비가 40%를 차지하고 있다. 반려동물 양육자의 약 83%는 동물병원 진료비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여야는 동물병원의 동물진료기록부 발급 의무화 관련해 7건의 수의사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그러나 현재 국회 농식품부에서 계류중으로 총선 일정을 고려했을 때 법안통과는 어려워 보인다.
금융당국은 동물병원이나 펫샵 등에서 반려동물보험 가입이 확대될 수 있도록 1년 이하의 단기 보험상품뿐만 아니라 3~5년의 장기 보험상품까지 가입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방침이다.
강우진 기자 kwj1222@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