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주요 기업들의 배당 규모가 전년 대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배당액이 증가함에 따라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즉 저PBR 기업들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정부 주도의 '밸류업 프로그램'과 더불어 한국 증시 저평가를 해소할 주주환원 정책이 본격화 되는 시발점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76개 기업 가운데 45개사는 배당액이 전년보다 증가했고, 12개사는 동일하며 19개사는 전년 대비 배당금이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삼성전자가 76개 기업 중 배당액이 가장 많았지만, 전체 배당액 증가에 가장 큰 기여를 한 곳은 지난해 나란히 역대 최대 실적을 낸 현대자동차와 기아다.
현대차와 기아에 이어 3위는 메리츠금융지주이다. 지난해 말 임시 주주총회에서 2조 1500억원 규모의 자본준비금을 이익이영금으로 바꿔 배당 재원을 늘이면서 전년(127억원)보다 무려 4356억원 증가한 4483억원을 결산 배당하기로 했다. 이어 메리츠증권(2199억원), 삼성생명(1257억원), 삼성화재보험(994억원), 셀트리온(519억원·이상 증가액) 등 저PBR의 금융주들 역시 배당 규모 증가 행렬에 동참했다.
반면 전년 대비 배당금이 감소한 19개사 중 가장 큰 규모의 하락을 기록한 기업은 LG화학이다. 지난달에 1년 최고가 대비 반토막에 가까운 주가를 찍으며 침체된 업황을 반영했던 LG화학은 2022년 7831억원 결산 배당에서 지난해는 2743억원으로 무려 65%나 줄어들며 투자자들을 울상짓게 했다. 포스코홀딩스 역시 1514억원 줄어든 7587억원을 배당하기로 하면서 감소폭이 컸다.
배당액 순위로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부문 대규모 적자에도 불구하고 전년과 동일한 9조 8094억원을 배당하면서 독보적인 1위를 차지했고 이어 현대차와 기아의 순이었다. KB금융(1조 1662억원), 하나금융지주(9798억원), SK하이닉스(8257억원), SK텔레콤(7656억원) 등 대표적인 고배당주나 시총 상위기업이 뒤를 이었다.
개인별로는 이재용 회장이 전년 대비해 195억원 증가한 3237억원을 받으며 1위에 올랐고, 2205억원 증가한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이 깜짝 2위를 기록했다. 3위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1762억원), 4위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1549억원)이다.
삼성가에선 이재용 회장만 증가했을 뿐 상속세 납부액을 마련하기 위해 삼성전자 주식을 매각한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전체 5위·1330억원),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6위·1245억원),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8위·733억원) 등 3명은 배당액이 줄어들었다.
LG가의 경우 구광모 LG그룹 회장(7위·778억원)이, 그리고 SK에선 최태원 SK그룹 회장(9위·331억원)이 가장 많은 배당금을 받게 됐다고 리더스인덱스는 전했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