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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슬릭백 챌린지'가 유행하고 있다.
슬릭백은 스케이트를 타는 것처럼 양발을 앞뒤로 번갈아 뛰면서 미끄러지듯 나아가는 춤이다. 해외에서 먼저 화제가 된 후, 국내 한 중학생의 챌린지 영상이 공개 5일만에 2억뷰 이상을 기록하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슬릭백은 마치 공중부양하는 듯한 착시현상으로 입소문을 타고 챌린지 시도가 넘쳐나고 있지만, 각종 부상 위험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배우 전혜빈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SNS에 미끄러운 주차장에서 슬릭백을 연습하다 넘어져 다리에 깁스를 한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목동힘찬병원 정형외과 이동녕 원장은 "점프하고, 양발을 교차하면서 원형으로 도는 슬릭백 동작은 발목 염좌나 타박상 외 다양한 무릎 부상을 초래할 수 있다"며 "스트레칭으로 발목과 무릎의 긴장을 풀어주고, 미끄럽지 않은 지면에서 무리하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고 말했다.
미끄러지듯 돌다가 발목과 아킬레스건 부상 주의
슬릭백 동작은 힘과 방향 조절이 잘못되면 발목이 꺾이면서 발목 염좌 부상 위험이 크다. 발목 염좌는 발목이 외부 힘에 의해 비틀리거나 접질렸을 때 발목 관절을 지탱하는 인대 손상 및 발목 통증을 야기하는 질환이다. 발목 염좌를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인대가 늘어난 채로 아물면서 툭하면 발목이 다치는 발목 불안정증으로 이어질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
발목 인대가 단순 늘어나거나 부분 파열이 발생한 경우라면 냉찜질이나 1~2주 정도의 부목고정, 가벼운 발목 보조기 착용, 근력 재활 등 보존적 치료를 통해 회복이 가능하다. 그런데 발목 염좌를 제대로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거나 무리해서 활동하다가 만성 통증을 야기하는 발목 연골 손상 및 다른 발목 질환으로 이환될 수 있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
또 슬릭백 동작 후 아킬레스건 부위가 붉어지거나 열이 나면서 붓고, 종아리 뒤쪽에 통증이 생기는 아킬레스건염도 주의해야 한다. 아킬레스건은 발을 바닥 쪽으로 움직이게 하는 힘줄로, 뒤꿈치를 들어올릴 때 강하게 작용하는 근육을 말한다. 평소 운동량이 적은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무리한 운동을 하면 아킬레스건에 심하게 체중이 걸려 염증과 통증이 생긴다.
쿠션 없는 신발을 착용하고 슬릭백 동작을 반복하게 되면 아킬레스건에 충격이 고스란히 전해져 급성 아킬레스건염이 발생할 수 있다. 만약 아킬레스건염이 생겼다면, 당분간 슬릭백 동작을 중지하고 얼음 찜질로 안정을 취해야 한다. 그 후 증상이 완화되면 온열요법으로 혈액순환을 시켜주면 좋다.
무릎 굽히고 반복적으로 낮게 뛰는 동작, 무릎에 충격
슬릭백은 동작 자체가 원을 그리며 방향을 전환하고 발걸음을 점프하듯이 뛰기 때문에 무릎에 지속적인 압력이 가해질 수 밖에 없다.
무릎의 경우, 외부 부상으로 인해 인대를 다치는 경우가 많다. 무릎에는 좌우 안정성을 지탱해 주는 내, 외측 측부인대와 무릎이 앞뒤로 흔들리지 않도록 잡아주는 전, 후방 십자인대 총 4개가 있다. 무릎 인대가 다치는 경우는 환자마다 증상과 치료가 달라 꼭 전문의에게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
또 슬릭백 동작은 무릎 위 근육과 정강이뼈를 이어주는 힘줄인 슬개건에 염증이 생길 수도 있다. 슬개골이란 무릎관절 앞쪽에 위치한 동그란 뼈를 말한다. 슬개건은 이 슬개골 위를 지나 밑으로 정강이뼈의 앞쪽에 가서 붙는 힘줄을 말하는데 이 곳에 염증이 생겼을 때를 슬개건염이라 한다. 슬개골 밑으로 눌러서 아픈 상태(압통)가 유지되거나 슬개골 바로 아래쪽에 불편함을 초래하며 통증이 오면 슬개건염을 의심할 수 있다. 힘줄을 많이 사용할 때 발생하는데 점프와 갑자기 방향 바꾸기 같은 활동들이 슬개건에 스트레스를 주는 요인이 된다. 앉았다 일어설 때 무릎에 통증이 느껴지거나 딱딱거리는 소리가 나면 주의 깊게 무릎을 살펴보자.
치료 초기에는 운동을 제한하고 무릎을 안정시킨 후 보조기구를 사용하는 물리치료와 약물치료를 병행하면 대부분 회복이 가능하다.
이동녕 원장은 "만성적인 힘줄의 염증이 발생하면 치유가 힘들어지므로 초기 단계에 서둘러 치료를 받는 것이 현명하다"고 조언했다.
슬릭백 중 발생하는 부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체력과 몸의 유연성 정도에 맞게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 운동 전 발목과 무릎 스트레칭을 충분히 하고, 단단한 바닥에서 받는 충격을 줄이기 위해 발목을 안정적으로 감싸주고 쿠션이 들어간 신발을 착용하는 것이 좋다. 특히 챌린지 영상을 공유할 생각에 동작 욕심을 부리기 보다는 동작의 강도를 서서히 늘려 가도록 해야 한다. 무리한 점프와 방향전환은 자제하는 것이 좋고, 무릎 보호대나 테이핑을 적절히 활용하며 챌린지 후에는 냉찜질과 함께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 도움이 된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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