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국내 유명 홈쇼핑 회사인 현대홈쇼핑에서 2년여 전 제품이 신상품으로 둔갑해 판매되는 일이 발생해 논란이 일고 있다. 현대홈쇼핑은 문제가 제기된 이후 환불조치에 나서는 등 수습에 나섰지만, 늑장 대응 및 사전 검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점 등이 문제로 지적된다.
2021년 제작 상품, 올해 7월 생산 제품으로 둔갑…1억5000여만원어치 팔려
해당 제품은 블라우스 3벌이 한 세트로 구성됐다. 가격은 중간 할인 과정을 거쳐 4만~5만원대에 판매됐으며, 판매 금액은 총 1억5000여만원에 달한다.
관련 업계 취재 결과 국내 의류업체 A사는 지난 2021년 3월 중국에 공장을 둔 B사에 해당 블라우스 제품 생산을 의뢰했다. B사는 2021년 4월과 5월 동안 이 제품을 생산했지만 납기일을 맞추지 못했다. 일부 제품에는 하자까지 있었다. 의류 판매 이전에 통과해야 하는 한국의류시험연구원 심사에서 특정 항목의 기준치를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B사의 납품 계약이 취소되면서 상황이 마무리됐다.
2년여가 지난 현재, 해당 제품은 올해 생산된 제품으로 '변신'을 꾀한 후 홈쇼핑에 등장했다. 업계는 이 제품이 다른 의류업체를 거쳐 홈쇼핑에 납품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면서 납품 과정 도중 올해 제작된 것처럼 제조 연월을 바꾸는 '라벨갈이'가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홈쇼핑을 통해 배송된 제품들을 살펴보면 원래 부착된 라벨을 뜯어내고 새로운 라벨을 붙인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홈쇼핑은 제품 관련 문제가 제기되자 지난 6일 해당 제품의 판매를 중단했고, 구매 고객들에게 환불 조치를 진행중이다.
현대홈쇼핑 관계자는 "해당 제품 구매 고객들께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 현재까지 제품 구매 고객들께 문자 발송 등 조치를 취했다"면서 "소비자 보호정책에 의거 전체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관련 사실을 공지하고 품질문제가 발생한 고객들을 대상으로 신속하게 반품 및 환불 조치를 진행하고 있으며, 앞으로 상품 판매 후 협력사에서 자체적으로 배송하는 상품의 품질관리를 더욱 철저히 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제품 판매 중단이 지난 6일에 이뤄졌지만 반품 및 환불 가능 안내는 이주일 가량이 경과한 20일 즈음부터 이뤄진 것이 대외로 알려지며 '늑장 대응'이란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소비자들은 "대기업 홈쇼핑 채널에서 판매하는 제품이라 믿고 구매했는데 이런 일이 발생해 황당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대홈쇼핑은 라벨갈이 논란에 따른 신뢰도 및 기업 이미지 타격은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성장 둔화세 접어든 현대홈쇼핑… KT스카이라이프와 송출 수수료 놓고 갈등도
현대홈쇼핑은 최근 외적인 부문 외에도 내부적으로도 상황이 좋지 못하다. 유료방송사업자 KT스카이라이프와 송출 수수료 갈등을 겪고 있어서다. 양사는 지난 20일 예정됐던 협상을 다음 달 20일로 미뤘다. 이들은 송출 수수료 책정 및 채널번호 배정 등 문제를 두고 협상을 진행해 왔다. 현대홈쇼핑은 송출 수수료 인하와 현재 채널 번호 6번이 아닌 뒷번호 배정 등을 요구하고 있으나, KT스카이라이프는 요구 사항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양측 대립각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으면서 방송 송출 중단 위기를 겪기도 했다. 갈등 배경에는 현대홈쇼핑의 매출 둔화세가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올 2분기 현대홈쇼핑의 매출액은 5228억원, 영업이익은 17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 36.4% 감소했다.
KT스카이라이프 관계자는 "합리적인 송출수수료를 산정하기 위해 대가검증협의체를 신청했다"면서 "현대홈쇼핑의 방송송출 중단 없는 송출수수료 계약 협상이 원만하게 해결되길 바라며 앞으로도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며 2023년 송출수수료 계약에 성실하게 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현대홈쇼핑 관계자는 "KT스카이라이프를 이용 중인 고객분들께는 죄송한 일"이라면서 "대가검증협의체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실적 개선책과 관련해서는 "이용자 연령층 저변 확대를 위한 유튜브 채널 및 모바일 라이브 커머스 프로그램 론칭 등 색다른 시도를 위한 노력을 다각화로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조민정 기자 mj.c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