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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발에서 필로폰 성분이 검출돼 마약류관리법 위반죄로 기소된 피고인에게 실형을 선고한 판결이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로 뒤집혔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년2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북부지법에 돌려보냈다.
당시 압수된 모발은 4∼7㎝ 길이였다. 통상 마약 수사를 할 때는 모발을 3㎝씩 잘라서 투약 시기를 판별하는데 이때는 이 같은 구간별 감정이 이뤄지지는 않았고 A씨는 결국 기소되지 않았다.
그해 8월5일 다른 경찰서에서 A씨의 뺑소니 혐의를 수사하려 차량을 압수수색하던 중 주사기와 고무호스 등 마약류 투약에 사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도구들이 발견됐다. 실제로 주사기에서는 필로폰 성분이 나왔다.
경찰은 A씨가 마약류를 투약한 것으로 의심해 8월24일 재차 모발과 소변을 압수했다. 소변에서는 여전히 필로폰 성분이 나오지 않았으나 길이 6∼9㎝ 모발에서 필로폰 성분이 검출됐다. 구간별 감정 결과 모근에서 3㎝, 3∼6㎝, 6∼9㎝ 구간에서 전부 필로폰 성분이 나왔다.
검찰은 1차 압수수색 다음날인 7월4일부터 2차로 압수수색한 8월5일까지 사이에 알 수 없는 장소에서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로 A씨를 기소했다.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에 대해 1심은 무죄로, 2심은 유죄로 판단이 엇갈렸다. 나머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 등 혐의는 똑같이 유죄가 인정돼 1심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2심은 징역 1년2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A씨가 마약류를 투약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봤다.
대법원은 사람의 머리카락이 평균 한 달에 1㎝씩 자라므로 7월 압수수색 당시 7㎝ 모발에서 필로폰 성분이 나왔다면 52일 뒤인 8월 압수수색에서는 최대 9㎝까지 필로폰 성분이 검출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A씨가 두 압수수색 사이에 새로 필로폰을 투약했다는 점이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두 감정의뢰 회보가 사실상 동일한 내용에 불과한 것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했다.
차량에 있던 주사기에서 A씨 DNA가 발견되지 않아 다른 사람이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는 점, A씨 팔에 주사 자국이 없고 두 차례 소변 검사에서 필로폰 성분이 나온 적이 없는 점도 판단 근거가 됐다.
water@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