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태안의 풍경은 아름답다. 산과 들, 바다를 모두 품고 있다. 현지인의 인심도 넉넉하다. 바쁜 일상을 피해 여유롭게 '힐링 여행'을 떠나기엔 제격이다. 사계절 내내 남녀노소 즐겨 찾는 국내 대표 여행지로 꼽히는 이유다. 익숙한 태안에서 '낯섦'을 느낄 수 있는 곳을 소개한다. 곧 사람이 몰릴 수 있는 따끈한 '신상 명소'도 포함했다. 기대해도 좋을 만 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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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삼나무, 홍가시나무, 부처꽃, 앵초, 창포, 부들 같은 익숙한 수목과 야생화 600여 종을 볼 수 있다. 밀레, 고흐, 모네 등 예술가들의 작품 속 배경과 인물을 만날 수 있는 테마정원과 계절 따라 다양한 모습을 연출하는 산책로와 황금메타세쿼이아 등 볼거리가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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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수목원은 사랑의 불시착이 촬영된 곳이라고 하니 잠시나마 드라마 속 주인공이었던 현빈과 손예진이 되어보는 것도 여행의 재미 높일 수 있는 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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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 느낌 물신' 신두리 해안사구
신두리 해안사구는 넓은 모래벌판과 인위적으로 장식한 듯 보이는 이름 모를 풀들의 향연이 아릅답다. 게다가 고개를 돌리면 보이는 바다가 장관이다.
신두리 해안사구는 빙하기 이후 약 1만5000년 전부터 서서히 형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강한 바람으로 모래가 해안가로 운반되면서 오랜 세월을 거쳐 모래언덕으로 만들어졌다. 북서 계절풍을 직접적으로 강하게 받는 지역으로 북서계절풍에 의해 주변 산지의 운모편암이 깎여 바다로 들어간 뒤 파랑을 타고 다시 바닷가로 밀려들거나 파랑의 침식으로 깎여간 침식물이 해안가로 밀려와 쌓여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신두리 해안사구에는 독특한 생태계가 조성되어 전국 최대의 해당화 군락지, 통보리사초, 모래지치, 갯완두, 갯메꽃을 비롯해 갯방풍과 같이 희귀식물들이 분포해 있다. 표범장지뱀, 종다리, 맹꽁이, 쇠똥구리, 사구의 웅덩이에 산란하는 아무르산개구리, 금개구리 등도 서식한다.
신두리 해안사구 입구에 만들어진 비지터 센터는 사구 생태공원 안에 있는 각종 동식물과 해안사구에 대한 정보를 입체와 영상으로 재현해 놓은 공간이다. 신두리는 자연적인 특성상 해풍의 영향을 많이 받는 지역이므로 사구 지형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주변 환경과 수평적 이미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건축물로 설계된 게 특징이다. 전시박물관은 직접 보고 만지고 느끼는 체험 위주의 전시시설로 꾸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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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의 솔향기길은 이원면 만대항에서 해안선과 소나무 숲을 따라 백화산에 이르는 아름다운 해안가와 솔숲길을 연결한 길이다. 총 5코스의 길로 태안의 주요 경치를 둘러볼 수 있다. 솔향기길은 코스마다 매력이 넘치지만, 제1코스를 우선 추천한다.
제1코스는 만대항을 출발해 당봉전망대, 여섬을 거쳐 꾸지나무골 해수욕장까지 이어지는 길로 약 3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석화가 다닥다닥 붙은 갯바위, 오염되지 않은 깔끔한 모래해변을 자랑하는 만대항, 보는 장소에 따라 하나로도 보이고 둘 또는 셋으로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삼형제 바위, 섬돌모양으로 길게 뻗어 물에 잠기고 드러나기를 반복하는 장안여 수인등표 등 볼거리가 많다.
용이 나와 승천한 곳이라는 용난굴(용이 나온 굴)과 푸른 소나무 숲이 어우러져 있는 꾸지나무골 해수욕장 등 아름다운 절경을 감상할 수 있는 코스이기도 하다.
해변길은 학암포를 시작으로 바라길, 소원길, 파도길을 지나 솔모랫길, 천사길, 노을길, 샛별길, 바람길까지 태안의 해안가를 따라 걷는 100km의 길이다. 이중 석양을 자랑하는 노을길은 백사장항에서 꽃지까지 12km로, 3시간~4시간가량 소요된다. 옥석같이 고운 흰 모래밭이라 불리던 백사장은 우리나라 최대 자연산 대하 집산지다. 백사장항을 지나 세 개의 봉우리가 인상적인 삼봉해변에 닿으면 웅장하면서 호젓한 자태의 해송이 빽빽하게 들어찬 곰솔림을 만난다. 시원한 바닷소리를 들으며 넓고 완만한 길을 따라 산책을 즐기기에 좋다. 아름답게 복원되어 해안 동식물의 보고가 된 기지포 해안사구에서부터 천연기념물 138호인 방포 모감주나무 군락지, 아름다운 전경과 함께 슬픈 전설이 살아 숨 쉬는 꽃지 할미할아비 바위까지 생태적, 역사 문화적 가치가 있는 명소도 있다. 시간을 잘 맞춰 걸으면 마지막 꽃지 해변에서 멋진 노을이 선물처럼 펼쳐진다.
강한 바람으로 모래가 해안가로 운반되면서 오랜 세월을 거쳐 모래언덕으로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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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 꽃지해변이다. 꽃지해변은 안면도에서 있다. 넓은 백사장과 완만한 수심, 맑고 깨끗한 바닷물 덕에 여름철 태안의 대표 여행지로 꼽힌다. 오래전부터 주변에 해당화가 지천으로 피어 있어 꽃지로 불렸다고 한다. 꽃지해변은 바닷물이 빠지면 갯바위가 드러나 조개·고둥·게·말미잘 등을 잡을 수 있다.
꽃지해변은 할미바위, 할아비바위 사이로 떨어지는 낙조가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신라 흥덕왕 때인 838년 해상왕 장보고는 안면도에도 기지를 두었는데 기지사령관이었던 승언과 아내 미도는 부부 금실이 좋았다. 출정을 나간 승언이 돌아오지 않자 남편을 기다리던 미도는 죽어서 할미바위가 되었고 옆에 있는 바위는 자연스레 할아비바위라는 이름이 붙은 것으로 전해진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