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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에게 팔꿈치를 기꺼이 내미는 아이들" 서울시교육청 통합교육 토크콘서트,미래와 희망을 봤다[4.20.장애인의 날]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23-04-18 17:14 | 최종수정 2023-04-19 09:56


"시각장애인에게 팔꿈치를 기꺼이 내미는 아이들" 서울시교육청 통합교육 토…
중화고 졸업생 조준원군이 특수학교 대신 일반학교 통합교육을 택한 이유와 후회 없는 선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제공=서울시교육청

"시각장애인 친구에게 기꺼이 팔꿈치를 내미는 학생을 키우는 서울 통합교육-공존교육."

서울특별시교육청이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통합교육 길동무와 함께하는 장애공감 토크 콘서트'를 열었다. 18일 서울 코리아나호텔 글로리아홀에서 열린 행사에는 장애·비장애학생 모두를 위한 통합교육에 진심인 관내 유·초·중·고교 교(원)장 70명이 참석했다. 서울시교육청 유아교육과, 초등교육과, 중등교육과를 이끄는 과장 등도 함께 자리해 모두가 함께하는 통합교육에 대한 지지와 정책 의지를 표했다.


"시각장애인에게 팔꿈치를 기꺼이 내미는 아이들" 서울시교육청 통합교육 토…
조희연 서울시교육청 교육감.  사진제공=서울시교육청
모든 일정을 제치고 행사에 참석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내가 생각하는 특수교육은 장애학생들을 위한 특별한 교육이 아니다. 모든 차이, 모든 다름을 가진 존재를 존중하고 존중받는 학교 교육, '특수'한 특수교육이 아닌 '보편'적 특수교육을 바란다"고 말했다. "장애는 다양한 특별함의 일부일 뿐"이라면서 "우리 모두 '공감 체크리스트'를 만들면 좋겠다. 왼손잡이, 오른손잡이, 장애, 비장애, 남성, 여성,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다수와 소수의 특성을 20가지씩 열거하고 그중 우리가 소수자의 특성을 몇 개나 갖고 있는지 체크해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어쩌면 우리 모두는 소수자다. 우리 모두는 장애를 갖고 있다. 다양성에 대한 보편적 특수교육이 필요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다양성을 인정하는 교육을 통해 한단계 성숙한 사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그는 "챗GPT, AI 기술 발전에 대한 논의가 한창인데 지금 우리가 당면한 장애는 미래에 다양한 AI 등 기술적 도구를 위해 상당히 보완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면서 "기술 산업 분야의 노력이 있겠지만 특수교육 분야에서도 관련 TF를 만들어 함께 탐구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서울 통합교육을 위해 여기 계신 교장선생님들의 변화가 가장 중요하다"면서 학교장, 원장들에게 당부와 감사도 잊지 않았다.


"시각장애인에게 팔꿈치를 기꺼이 내미는 아이들" 서울시교육청 통합교육 토…
통합교육에 진심인 일선 교장, 교사들이 통합교육 경험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는 모습.
 사진제공=서울시교육청
교사들의 토크:장애-비장애아이들 함께 성장하는 통합교육

이날 장애공감 토크 콘서트는 학생(장애·비장애), 학부모, 교원(장애·비장애 교사, 학교장)들이 통합교육 경험담을 통해 교장 등 학교 관리자들과 허심탄회하게 소통하는 시간으로 진행됐다. 1부엔 통합교육에 같한 관심을 가진 일반학교 교장, 교사들이 무대에 올랐다.


"시각장애인에게 팔꿈치를 기꺼이 내미는 아이들" 서울시교육청 통합교육 토…
사진제공=서울시교육청
정영철 신목고 교장은 "2007년 통합교육이 시작된 지 16년이 지났지만 아직 갈길이 멀다"면서 "장애학생의 일이 특수교사만의 일이 아니라는 일반 교사의 인식, 일반학급 교사와 특수학급 교사의 협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독일의 특수교육 현장 예를 소개했다. "독일 특수학교 교실에 들어가보고 깜짝 놀랐다. 특수학교인데 비장애학생이 많았다. 비장애학생들이 특수학교에 입학해 장애학생들과 함께 한 선생님 아래 공부한다. 다양성, 개별성을 인정하는 교육을 지향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5년 독일 메르켈 총리 시절 난민문제가 터졌다. 메르켈은 100만명의 난민을 받으면서 '독일은 할 수 있다'고 설득했다. 다양한 이주 배경을 가진 아이들의 교육 문제와 관련, 독일의 통합교육은 장애 기반 통합교육에서 다문화, 다양성을 추구하는 확장성을 고민중"이라고 했다. "다문화 학생이 늘고 있는 우리나라 역시 통합교육의 지향점을 트랙을 넓혀 다양성을 포용하는 모습을 담아내는 것으로 바꿔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시각장애인에게 팔꿈치를 기꺼이 내미는 아이들" 서울시교육청 통합교육 토…
사진제공=서울시교육청
단자영 명원초 교사는 학교장의 관심이 학교를 바꾼 사례를 소개했다. "1학년 뇌병변 장애학생을 맡았는데 손잡이가 없으면 혼자 계단을 오르내릴 수 없었다. '운동장 스탠드에 핸드레일이 없다'고 교장선생님께 무심코 말씀드렸는데 교장선생님께서 교내 모든 계단과 스탠드, 건물 연결 계단에 모두 핸드레일을 달아주셨다. 한 학생을 위한 교육을 나 혼자가 아닌 전 학교, 교장, 교감, 특수선생님과 모두 함께 한다는 사실이 너무나 감사했다"고 말했다. "장애, 비장애 아이들이 통합교육을 통해 서로 배우고 성장하는 모습을 볼 때 너무나 뿌듯하다. 서로 다른, 다양한 학생들이 서로를 통해 자연스럽게 배운다. 이런 아이들이 사회에 나가서 장애를 가진 누군가를 만나면 우리처럼 어쩔 줄 몰라 하지 않고 좀더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시각장애인에게 팔꿈치를 기꺼이 내미는 아이들" 서울시교육청 통합교육 토…

"시각장애인에게 팔꿈치를 기꺼이 내미는 아이들" 서울시교육청 통합교육 토…
출처=한국장애인고용공단
시각장애인 최초의 역사교사 류창동 중암중 교사는 교내 '점자동아리'를 운영한 경험을 소개했다. "1학기 때 한글점자 쓰기, 읽기 연습. 2학기 때 점자 알고 점자 나누기 교육을 통해 교내 점자 표지판을 만드는 일을 했다. 점자를 매개로 시각장애인 삶을 공감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잊지 못할 에피소드도 공개했다. "얼마전 맹학교 선배에게 전화가 왔다. 시각장애인은 전철에서 앉고 싶어도 빈자리가 어딘지 몰라서 서서 간다. 그런데 한 고등학생이 다가와 '저기 빈자리가 있다'며 팔꿈치를 내밀더라는 거다. 중학교 때 시각장애 역사선생님한테 배웠다고 이야기하더란다. 선배가 전화해서 '제자 잘 키웠다'고 하는데 행복하고 뿌듯했다." 류 교사는 교장선생님들을 향해 "지하철에서 멀뚱 서있는 시각장애인에게 팔꿈치를 내미는 학생을 기를 수 있는 교육의 기회를 더 많이 만들어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시각장애인에게 팔꿈치를 기꺼이 내미는 아이들" 서울시교육청 통합교육 토…
통합교육 길동무와 함께하는 장애공감 토크콘서트를 기획한 김정선 서울시교육청 특수교육과장(왼쪽 끝)이 패널로 참여한 학생, 학부모들과 '통합교육 길동무 실천다짐'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시각장애인에게 팔꿈치를 기꺼이 내미는 아이들" 서울시교육청 통합교육 토…

학생-학부모의 토크: "장애-비장애학생 함께 하는 시간 더 많았으면"

2부는 장애, 비장애학생, 학부모의 토크 시간. 중화고 졸업생으로 바리스타 취업을 준비중인 조준원군(자폐스펙트럼 장애)은 "내게 통합교육이란 도전이었다"면서 "처음엔 힘들었지만 도전에 성공했다"며 활짝 웃었다. '준원군 어미니' 천연현씨는 특수학교 대신 일반학교 통합학급 진학을 택한 이유에 대해 "아이가 자라서 어른이 되면 장애인들과만 살 수 없다. 비장애인들과 어울려 살아야 한다. 처음부터 이겨내면서 살아내는 게 맞겠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준원군과 바리스타 과정을 함께 한 정혜솔양(대진대)은 "준원이가 커피맛 설명도 잘하고 취향에 맞춰 커피를 정말 잘 내리는 모습을 보고 많이 배웠다"면서 "장애-비장애학생이 직접 부딪치고 정서적인 교류를 할 수 있는 수업이 더 늘었으면 한다"고 했다. 이현서양(영신여고) 역시 "방송으로 하는 형식적인 장애인식 교육 말고 장애학생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많이 만들어주면 좋겠다"고 했다.

윤여운양(성신여대)은 "고3때 학창생활이 정말 즐거웠다. 담임선생님이 모든 활동에서 장애학생인 저를 배제하지 않으셨다. 늘 저를 먼저 챙기셨고 자연스럽게 친구들도 따라왔다"고 경험담을 소개했다. "고3때 선생님, 친구들과 함께간 식당에서 문턱 때문에 들어가지 못해 망설일 때 친구들이 '우리가 들면 되지' 라면 휠체어째 저를 번쩍 들어올렸던 기억은 평생 잊을 수 없다"고 털어놨다. "여기 계신 교장선생님들께서 제 후배 장애학생들이 배제되지 않는 교실을 만들어가셨으면 좋겠다"는 당찬 당부에 박수가 쏟아졌다.


"시각장애인에게 팔꿈치를 기꺼이 내미는 아이들" 서울시교육청 통합교육 토…
중화고에서 바리스타 과정을 함께 이수했다는 정혜솔양과 조준원군, 학부모 천연현씨, 중화고 교감선생님도 통합교육 길동무 실천다짐 인증샷을 찍었다.

"시각장애인에게 팔꿈치를 기꺼이 내미는 아이들" 서울시교육청 통합교육 토…

"시각장애인에게 팔꿈치를 기꺼이 내미는 아이들" 서울시교육청 통합교육 토…
토크 콘서트 후엔 '통합교육 길동무 실천 다짐'이 이어졌다. 학교장, 유치원장 선생님들이 '통합교육의 시작과 완성은 나야나! 통합교육의 길동무가 되겠습니다'라고 씌어진 플래카드를 들고 환한 미소의 인증샷을 남겼다. 훈훈했던 토크쇼는 믿음직한 약속으로 마무리됐다.

김정선 서울시교육청 특수교육과장은 "그동안 특수교육을 하는 사람들끼리만 모여 통합교육을 이야기했다면 오늘은 실제 학교 현장에서 특수교육, 통합교육에 함께 해온 분들과 경험담을 나눴다. 사회가 발전할수록 특수교육, 통합교육은 블루오션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면서 "더 많은 분들이 '길동무'가 돼주시길 바란다"며 기대감을 표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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