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신년사를 통해 "유통시장의 절대 강자로 도약하겠다"고 밝힌 허연수 GS리테일 부회장의 공언이 무색해졌다. 허 부회장이 야심차게 추진했던 신사업들이 시장에서 좀처럼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GS리테일이 508억 투자한 메쉬코리아, 창업자vs채권단 법적 다툼 예고
ARS는 법인회생절차의 한 종류로서, 법원의 보전처분·포괄적금지명령(채무변제, 강제집행 등 원칙적 금지) 하에 최대 3개월간 회생절차개시를 보류하고 채권자 채무자간 협의가 이뤄지면 회생신청을 취하하도록 하는 제도다.
메쉬코리아는 채무변제가 면제되는 3개월 간 외부 투자자로부터 새로 투자를 유치해 기존 채무를 변제하고 회생신청을 취하해 현재의 재무위기를 벗어난다는 계획이다.
앞서 메쉬코리아는 지난 2월 창업자 유정범 의장과 김형설 사내이사 지분 총 21%를 담보로 OK캐피탈로부터 360억원을 대출 받았다. 그러나 지난달 15일 만기 때까지 상환자금을 마련하지 못했다.
이러한 메쉬코리아의 결정에 OK캐피탈을 비롯한 채권단은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채권단 측은 이사회 결의없는 법정관리는 효력이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재 메쉬코리아의 주요 주주는 최대 주주인 네이버(18.48%), GS리테일(18.46%), 현대차(8.88%), 솔본인베스트먼트(7.51%) 등이다.
허 부회장은 2020년 11월 GS홈쇼핑 흡수 합병을 발표한 이후, 퀵커머스 사업 투자에 공격적으로 나섰다. GS리테일은 2021년 4월 메쉬코리아에 508억원을 투자하며 2대 주주로 올라선 GS홈쇼핑과 같은 해 7월 합병했다. 메쉬코리아는 당시 400개가 넘는 주요 도심 소형 물류거점을 보유하고 있었다. 경쟁사들이 이미 빠른 배송에 사활을 건 만큼, 허 부회장 역시 GS홈쇼핑과 부릉 간 시너지를 확대하고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업계에 따르면 OK캐피탈은 네이버, GS리테일, 현대차와 협의해 메쉬코리아의 경영권을 유진그룹 계열 물류기업인 유진로지스틱스의 자회사 유진소닉과 스톤브릿지캐피탈 컨소시엄에 매각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유 의장과 4대주주 솔본인베스트먼트가 반대하면서 채권단의 매각 작업에 제동이 걸렸다. 이에 채권단 측은 오는 2일 이사회 소집을 통해 매각을 의결, 불발 시 법정관리 'P플랜'을 가동할 방침이라고 밝혀 진흙탕 싸움이 예고되고 있다.
한편 메쉬코리아 매각과 관련해 GS리테일 측은 "드릴 말씀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GS리테일, 랄라블라 철수 후 편의점에 집중하겠다했지만…"본업도 만만치 않네"
GS리테일은 지난 20일자로 17년간 운영해 온 H&B 랄라블라 온·오프라인 사업을 완전 철수했다.
랄라블라의 전신은 왓슨스다. GS리테일은 지난 2004년 12월 홍콩 왓슨스홀딩스와 지분 50%씩 출자해 왓슨스코리아를 설립하며 본격적으로 H&B 사업에 뛰어들었다. 2017년에는 왓슨스코리아를 흡수 합병하고, 2018년 브랜드명을 랄라블라로 변경했다.
허 부회장은 일찍이 미래 먹거리로 H&B 사업을 점찍고, 랄라블라를 편의점 뒤를 잇는 중점 사업으로 키우는 데 주력했다. 그러나 이렇다 할 성과를 못 내고 끝내 사업을 접게 되면서 허 부회장은 체면을 단단히 구기게 됐다.
허 부회장은 랄라블라 출범 당시 "연내까지 매장 수를 300개로 늘리고 가맹사업도 진행하겠다"는 포부를 밝혔지만, 랄라블라는 곧바로 25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후 2019년 159억원, 2020년 188억원, 2021년 292억원(추정치)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국내 H&B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고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경영 악화를 피하지 못한 것.
매장 수도 급격하게 감소했다. 2019년 140개에서 2020년 124개로 줄더니, 2021년 70개로 급감했다.
사업 철수와 관련해 GS리테일 측은 "편의점 등 핵심사업에 더 집중하기 위해 H&B 사업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편의점 시장에서도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어 GS리테일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체 매출을 봐도 GS리테일이 사업 다각화에 주력하는 동안 편의점 한 우물만 판 BGF리테일이 맹추격해오고 있다.
올 3분기 매출에서도 BGF리테일은 전년 동기 대비 11.9% 늘어난 2조557억원을 기록하며 GS리테일(2조9560억원)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허연수 부회장이 이끄는 GS리테일은 신성장 동력 발굴에 공을 들여왔으나, 본업인 편의점 외에는 아직까지 유의미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면서 "최근 오랜 기간 운영해온 랄라블라 사업을 철수한 것처럼, 또 한번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기가 곧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미선 기자 alread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