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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에 부는 '여풍'·…"깨진 유리천장, 여성 CEO 잇단 선임"

김세형 기자

기사입력 2022-11-27 10:30 | 최종수정 2022-11-27 11:00


여성이 충분한 능력을 갖추고도 승진에서 뒤처지던 시대는 지났다. 적어도 재계의 유리천장은 깨진 모습이다. 연말 대기업 인사에서 여성이 그간 남성 전유물로 여기던 자리에 올라 조직을 이끌고, '최초'라는 수식어와 능력을 인정 받고 있다.

국내 유통업계는 올해 정기 인사에서 여성 임원을 잇달아 발탁하고 있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유리천장 깨기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LG그룹이다. 계열사인 LG생활건강은 올해 인사에서 그룹 공채 출신인 이정애 대표를 내정했다. 비오너가 출신으로는 첫 사장급 여성 CEO다. 이 대표는 그룹 공채 출신으로 1986년 입사, 2015년 첫 여성 부사장이 된 데 이어 '1호 여성 사장' 타이틀까지 얻었다.

이 대표는 부사장 시절 럭셔리 화장품 사업 및 음료 사업을 맡아 주요 브랜드의 성장을 이끈 경영능력을 인정받았다.

LG생활건강은 "(이 대표는) 생활용품 사업부장, 럭셔리 화장품 사업부장, 음료 사업부장 등을 두루 거치며 전체 사업 조직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고 사장 선임 배경을 밝혔다. 18년간 LG생활건강을 이끌었던 차석용 부회장을 대신하는 만큼 그룹 내에서 차지하는 입지도 상당할 것으로 알려졌다.

LG 계열사인 지투알도 연말 인사에서 박애리 전무를 부사장으로 낙점하며 CEO로 선임했다. 박 부사장은 1967년생으로 서울 무학여고와 연세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 대우자동차판매㈜를 거쳐 2005년에 부장으로 LG애드 기획15팀에 입사했다. 광고 마케팅 전문가로, 기획 및 업무 능력의 전문성을 인정 받아 지투알을 이끌게 됐다.

CJ그룹은 지난달 인사에서 올리브영 대표에 이선정 경영 리더를 낙점했다. 이 대표는 1977년생으로 CJ그룹 내 최연소 CEO이자 올리브영 최초의 여성 CEO다. 급변하는 화장품 시장의 트렌드를 파악하고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선보이는 등 사업을 확대해 온 능력을 인정 받았다. 특히 상장을 앞두고 있어 내부 출신 CEO 발탁을 통해 대내외 상황을 적절히 반영, 상장 적정 시기를 모색하겠다는 그룹 내 경영전략도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DL그룹 계열 글래드호텔앤리조트는 박명신 부사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박 대표는 삼성카드와 현대카드, ADT캡스 등을 거친 마케팅 전문가다. 2017년 글래드 총괄임원을 맡으며 신생 브랜드인 '글래드(GLAD)'를 성장시키는 데 주력했고, 지난 3년간 코로나19로 인한 업계 위기 속 디지털 전환을 통해 체질 개선을 이끈 점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글래드호텔앤리조트를 이끌게 됐다.


LS는 LS EV 코리아 대표이사에 외부 인사인 최숙아 전무(전 플러그파워 부사장)를 선임했다. 최 전무는 LS 창립 이후 첫 여성 CEO다. 삼성증권과 포스코를 거쳐 에어리퀴드코리아 최고재무책임자(CFO), 르노삼성자동차(현 르노코리아자동차) CFO 등을 지낸 재무분야 전문가다.

여성의 임원 발탁도 확대되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지난달 인사에서 갤러리아 부문에 김혜연 프로를 신임 임원으로 임명했다. 김 프로는 1981년생으로 한화솔루션에서 1980년대 여성 임원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신세계그룹도 올해 인사에서 여성 임원 4명을 발탁했다. 백화점에서는 김하리 브랜드 마케팅담당과 장수진 BTS잡화담당, 이마트에서는 이경희 ESG 담당, 브랜드 본부에서는 김정민 BX 담당이 상무로 승진했다.

재계 내 가장 보수적인 금융권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Sh수협은행을 이끌 새로운 수장으로 강신숙 은행장이 선임됐다. 강 수협은행장은 은행업계 내 세 번째 여성은행장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2018년 베이비부머 세대의 퇴진과 함께 여성 임원 발탁이 증가세를 보이며 유리천장이 얇아졌다"며 "올해 인사부터는 비 오너가 출신 여성 CEO의 발탁이 이뤄진 만큼 기업 내 여성의 활동 범위가 더욱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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