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조금만 다르게 행동했더라면 그 친구가 죽지 않았을까요?"
생존자의 죄책감은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편람(The 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에서도 트라우마 이후에 나타날 수 있는 주요한 증상 중 하나로 꼽고 있다. 어떤 이들은 많은 사람들이 죽었음에도 자신이 살아남은 것 자체에 죄책감을 느끼고, 누군가를 구하지 못한 것을 지나치게 자책하기도 한다. 이러한 죄책감은 트라우마로부터의 회복에 큰 방해가 되기도 하고, 때로 자살과 같은 끔찍한 결과를 초래한다. 이들을 대상으로 한 지속적인 심리 지원과 돌봄이 매우 중요한 이유다.
생존자의 죄책감으로 괴로운 사람들에게 누군가 무심코 던진 한마디는 평생을 괴롭히기도 한다. "왜 하필 거기에 갔나", "철없이 놀다 죽은 것을 애도해야 하나", "스스로 선택해서 간 것인데"라는 등의 댓글은 벼랑 끝에 있는 생존자들을 더 큰 고통의 나락으로 내몬다. 누구나 살다 보면 결과가 좋지 않았던 선택을 할 수 있고, 삶과 죽음이 내 능력 밖의 일임을 절감하는 상황을 마주하곤 한다. 그러기에 우리는 예기치 않은 죽음 앞에 더 신중해지고, 겸허해질 필요가 있다.
이제 우리 사회 전체가 트라우마로부터 회복하는 길이 무엇인지 모색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살아남은 사람들의 고통 곁에 진정으로 같이 서있는 법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결국 공감 어린 연대만이 우리를 살아남게 할 것이다. 살아남아 자책하고 있을 누군가에게 꼭 말해주고 싶다.
"당신의 잘못이 아니었다고. 우리가 곁에서 함께 있겠다고."
도움말=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허휴정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