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 시저, 나폴레옹, 바이런, 도스토예프스키, 고흐는 모두 뇌전증(epilepsy) 환자였다.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박유진 교수는 "뇌전증을 숨겨야 하는 질환이 아닌, 정확한 진단으로 치료가 가능한 질환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유진 교수와 함께 '소아 뇌전증'의 진단과 치료, 주의점 등을 Q&A로 정리했다.
뇌는 세포들끼리 전기적 신호를 주고받으며 활동하는 신체 기관이다. 건강한 상태에서는 이 전기적 신호가 적절히 만들어지고 제어되지만 여러 원인에 의해 뇌 조직이 과다한 전기를 방출하면 발작이 일어나게 된다. 뇌전증은 이런 발작이 특별한 유발 요인 없이 최소 24시간 이상의 간격을 두고 2회 이상 발생한 경우를 말한다. 전체 인구의 약 0.5~1%에서 나타날 만큼 비교적 흔한 질환으로 9세 미만에서 발생률이 가장 높고 이후 감소해 성인기에 가장 낮은 발생률을 보이다가 60~70세 이후 다시 증가하는 U자 곡선을 나타낸다.
-소아 뇌전증과 성인 뇌전증의 차이는?
가장 대표적인 것은 소아가 어른보다 빨리 심해지거나 빨리 낫는다는 점이다. 이는 잘 낫는 뇌전증과 잘 낫지 않는 뇌전증이 모두 소아에서 발생한다는 의미다. 소아는 비교적 적은 양의 항경련제 복용으로도 잘 낫지만, 어른에 비해 증상이 심하고 약물치료에 반응하지 않아 성장과 발달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는 뇌전증도 많다. 뇌가 이미 성숙한 성인의 경우에는 뇌전증으로 뇌 신경에 다른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적지만 소아는 이로 인해 뇌 신경 발달 자체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소아 뇌전증 발병 이유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을 수 있지만, 대개 나이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가능하다면 선행 원인을 찾아 교정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잘 알려진 요인으로는 유전적 요인이나 미숙아, 분만 중 뇌 손상이나 저산소증, 뇌 감염, 선천성 기형, 외상 등이 있다.
-아이가 어떤 증상을 보일 때 뇌전증을 의심해야 하나?
발작은 크게 뇌 전체에서 시작되는 전신 발작과 뇌의 국소 부위에서 시작되는 부분 발작으로 나뉜다. 발작이라고 하면 일반인들은 팔다리에 힘이 들어가면서 눈을 치켜뜨고 소리를 지르며 입에 거품이 고이는 대발작을 주로 떠올리지만 실제로는 부분 발작이 더 흔하다. 부분 발작은 한쪽 팔다리에 힘이 들어가거나 한쪽 얼굴만 씰룩이며 멍한 표정으로 고개와 눈이 한쪽으로 돌아가면서 입맛을 다시거나 손을 만지작거리는 것과 같은 증상을 보인다. 전신 발작의 경우에는 몸이 전체적으로 굳어지다가 떠는 전신강직간대발작, 갑자기 하던 행동을 중단하고 멍하니 바라보거나 고개를 떨어뜨리는 결신발작, 깜짝 놀라듯이 움찔거리는 간대성근경련발작이 있다.
-소아 뇌전증 치료는?
모든 뇌전증 치료의 첫 단계는 약물치료다. 소아청소년 환자의 약 70%는 약물치료로 발작의 조절 또는 완치할 수 있다. 보통 초기 치료는 한 가지 항경련제로 시작하는데, 항경련제 선택은 뇌전증의 세부 진단에 따라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약제를 선택하고 소량으로 시작해 점차 증량하며 치료 반응에 따라 적절한 복용량을 결정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약물치료를 시작하면 항경련제를 약 2~3년 이상 복용한다. 최근 개발된 항경련제는 대뇌에 미치는 부작용이 적어 비교적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지만, 체질적으로 민감한 일부 환자에서는 장기간 투여할 때 인지기능 저하가 초래될 수 있는 만큼 투약 전후 환자의 인지기능과 대뇌 활동의 저하가 있는지 면밀히 살피고 이런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약제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박유진 교수는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뇌전증을 정신질환으로 오인해 환자를 기피하거나 차별하는 등 편견이 심한 편이다. 또 뇌전증은 불치병이라는 잘못된 통념으로 상당수의 뇌전증 환자들이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사회에서 고립되거나 소외되고 있다. 이런 잘못된 편견과 오해를 바로잡고 뇌전증 환자가 제대로 생활하려면 먼저 환자와 가족들이 이 병에 대해 잘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반인에게 적극적으로 이 질환을 알리고 잘못된 인식을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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