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새로운 매력 '담양'…짧은 시간, 긴 여운 '슬로시티' 매력에 풍덩

김세형 기자

기사입력 2022-09-27 09:27 | 최종수정 2022-09-28 08:29


담양은 여유로움을 한껏 품은 여행지다. 흡사 가을을 닮았다. 발길 닿는 곳 마다 천혜의 자연 환경을 갖추고 있어 볼거리가 풍부하다. 슬로시티를 내세우고 있지만, 분주하게 움직여도 곳곳에 숨겨진 매력을 다 찾아내기란 역부족이다. 그렇다고 서두를 필요는 없다. 하루, 1박 2일의 시간만 있어도 충분하다. 수차례 방문해도 질리지 않는 곳이 담양이다. 한 번에 한두 곳, 조급함을 조금만 내려놓으면 나만 알 수 있는 매력이 오감을 자극한다. 짧은 여행의 긴 여운을 느낄 수 있는 여행 팁이다. 슬로시티로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개성을 충분히 드러내고 있는 담양, 그곳엔 기억 속에 담아둘 만한 게 한가득하다.


◇죽녹원.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죽녹원, 관방제림

담양 하면 많은 것이 떠오르지만 그중 으뜸은 대나무다. 하늘 위로 곧게 뻗은 대나무들이 숲을 이루며 장관을 연출하고, 그 숲속에 들어서면 시간이 느리게 간다. 무더운 여름이 지나 주변 나무들이 울긋불긋 자신을 뽐내기 시작했지만, 아직도 푸르름이 한 가득이니 말이다. 바람을 귀로 느낄 수도 있다. 흔들리는 댓잎 소리를 들으며 즐기는 죽림욕은 가을과 여름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든다.

족녹원은 담양군이 성인산 일대의 16만㎡에 조성한 대나무 숲이다. 대나무 숲은 일반 숲보다 건강에 좋은 음이온 발생량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일까. 잘 조성된 2.2㎞의 산책로를 걷는 게 힘들지 않게 느껴진다. 쌓였던 스트레스마저 한 방에 날려버릴 청량함이 더해지니 여행의 즐거움은 배가 된다.

산책로는 운수대통길, 죽마고우길, 철학자의 길 등 8가지 주제의 구성됐으며 죽녹원전망대로부터 산책로가 시작된다. 전망대에서는 담양천을 비롯하여 수령 300년이 넘은 고목들로 조성된 관방제림과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 등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생태전시관, 인공폭포, 생태연못, 야외공연장이 있으며 밤에도 산책을 할 수 있도록 대숲에 조명을 설치, 야간에는 낮과 다른 운치를 느낄 수 있다. 죽녹원 안에는 대나무 잎에서 떨어지는 이슬을 먹고 자란다는 죽로차가 자생하고 있다. 죽림욕을 즐기고 난 후 죽로차 한 잔은 바쁜 일상의 심신을 달래준다.


◇관방제림.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죽녹원이 여유와 느긋함, 심신의 안정을 느낄 수 있는 곳이라면 인근에 위치한 관방제림은 눈이 즐거운 곳이다. 관방제림은 죽녹원을 나오면 만날 수 있는 곳으로 관광지로 조성된 곳이 아닌 풍치림이다. 그럼에도 불구, 매력적인 이유는 수령 300~400년에 달하는 나무들이 담양호와 만들어 내는 풍경이 아름답다는 것이다. 연인들에게는 데이트 코스로, 가족에게는 힐링 쉼터로 안성맞춤이다. 특히 가을이면 담양호를 따라 알록달록 단풍이 물들기 시작, 죽녹원과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두 곳 모두 산책로가 완만하고, 주변에 쉴 곳이 많은 게 장점이다.

산책만 하는 게 따분해지면 대나무박물관을 방문해 보자. 눈으로 봤던 대나무의 변신은 신기함을 더한다. 대나무박물관은 4개의 전시실로 구성됐으며 대나무 제품부터 옛날 사람들의 대나무 활용 방법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소쇄원, 메타세쿼이아길

소쇄원은 말 그대로 작고 맑은 정원이다. 규모가 매우 작아 마음 급한 여행객이라면 놓치기 쉬운 여행지다. 한옥 형태 가옥이 덩그러니 있으니 겉만 보면 특별할 것도 없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마음의 여유를 갖고 들여다보면 그렇게 아름다운 곳이 또 없다. 조선시대에 만들어 진 정원, 게다가 인위적인 연못이 아닌 계곡을 담장 안에 품고 있다.


소쇄원.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소쇄원은 양산보(1503∼1557)가 기묘사화로 은사인 정암 조광조(1482∼1519)를 잃고, 출세에 뜻을 버린 뒤 자연 속에서 숨어 살기 위하여 꾸민 별서정원이다.

주거 관계에서 볼 때는 하나의 후원이며, 공간구성과 기능면에서 볼 때에는 입구에 전개된 전원과 계류를 중심으로 하는 계원, 내당인 제월당을 중심으로 하는 내원으로 되어 있다. 설명만으로는 복잡해 보이지만 눈으로 확인하면 소위 거주 공간을 중심으로 앞뒤 모두 정원이다. 소나무, 대나무, 버들, 단풍, 등나무를 비롯해 장미, 철쭉 등 수 많은 나무와 꽃에 둘러싸여 있다.

소쇄원의 매력은 계절과 날씨를 타지 않고 언제든 쉽게 들릴 수 있는 곳이라는 점이다. 죽녹원에 사람이 많다면 소쇄원을 찾는 게 대안이 될 수 있다. 규모는 작지만 죽녹원 못지않게 대나무를 비롯해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메타세쿼이아길.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소쇄원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면 메타세쿼이아길을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메타세쿼이아 길은 과거 24번 국도였지만 새로운 국도가 옆으로 뚫리며 산책로가 됐다. 1970년대 3~4년생 메타세쿼이아 묘목을 심은 것이 현재의 가로수터널길이 됐다. 가로수길의 총 길이는 약 8.5km로 양쪽 길가에 높이 10~20m의 메타세쿼이아가 심어져 있다. 거목이 일렬로 줄지어 서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이국적 풍경을 자랑한다. 덕분에 인생샷을 찍으려는 이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가로수길을 따라 걷다 보면 개구리 생태공원, 호남기후변화 체험관 등도 만날 수 있다.

메타세쿼이아길 인근에는 메타프로방스가 있다. 이국적 풍경을 배경으로 한 테마형 여행지로 프랑스 남부지역을 모티브로 한 곳이다. 메타프로방스 안에는 카페와 아울렛, 곤충방물관 등 다양한 시설을 비롯해 다양한 형태의 펜션도 있다. 담양여행과 더불어 작지만 유럽여행의 기분까지 느끼고 싶다면 메타프로방스를 거점으로 활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슬로시티 매력 삼지천 마을

담양의 또 다른 이름은 슬로시티다. 슬로시티란 공해 없는 자연 속에서 그 지역의 문화를 공유하며, 자유로운 옛날의 농경시대로 돌아가자는 느림의 삶을 추구하는 공간이다. 패스트푸드에 반대해 시작된 여유식(슬로푸드) 운동의 정신을 확대하면서 만들어진 개념으로 이해하면 쉽다. 2002년 유럽을 중심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국내의 경우 완도군 청산도, 신안군 증도, 장흥군 유치면, 담양군 창평면이 슬로시티 국제연맹의 실사를 거쳐 2007년 슬로시티로 지정됐다.


◇슬로시티인 삼지천 마을 돌담길.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담양의 슬로시티는 청평면의 삼지천(삼지내) 마을이다. 고택과 거미줄처럼 연결된 길을 따라 쌓인 돌담이 인상적이다. 사람이 사는 동네인 만큼 예의를 지켜야 하는 건 필수다.

삼지내 마을의 볼거리로는 고재환 가옥(지방민속문화재 제37호), 고정주 고택(지방 민속문화재 제42호), 고재선 가옥(지방민속문화재 제5호) 등이 있다. 한옥으로 지어진 면사무소도 인상적이다. 슬로시티방문자센터나 창평면사무소 등에서 슬로시티 관련 자료를 받고, 마을을 둘러보면 알찬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삼지천 마을을 둘러보고 시간이 남는다면 인근에 있는 후산리 은행나무와 청평향교 등을 둘러보는 것을 추천한다. 후산리 은행나무는 인조가 왕위에 오르기 전, 오희도를 만나기 위해 이곳에 왔을 때 말을 매어둔 곳이라 해서 일명 '인조대왕의 계마행수'라고 부르는 나무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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