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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불만 ↑' 명품플랫폼, 면세점 되살아나니 입지 흔들 '성장통일까, 반짝 인기였던 것일까'

강우진 기자

기사입력 2022-08-15 14:54 | 최종수정 2022-08-18 08:42


코로나19 이후 보복 소비 등으로 급성장한 명품 플랫폼에 대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하늘길이 열리며 면세점 등과의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해진 만큼 명품 플랫폼의 미래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17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구글앱스토어 애플리케이션(앱) 다운로드 50만건 이상인 국내 주요 명품 플랫폼 4곳(발란·트렌비·머스트잇·오케이몰)의 매출액은 지난해 3824억8700만원으로 지난 2020년(2802억6500만원)보다 36.5% 증가했다. 그러나 단기간에 규모가 커진 것에 비해 운영체계는 제대로 자리잡지 못하며 소비자 불만을 고조시키고 있다.


 ◇명품플랫폼 청약철회 제한 실태 자료제공=한국소비자원


소비자원 "불만 건수 2년새 4배"

소비자원은 최근 3년간 주요 명품 플랫폼 이용 관련 소비자 불만이 총 1151건 접수됐다고 밝혔다. 2020년에는 655건으로 2019년(171건)보다 4배 가량 급증했다.

'불합리한 거래정책'은 소비자 불만의 주요 이유로 꼽혔다. 소비자원의 발표에 따르면 전자상거래법에서는 소비자 청약 철회권을 보장하고 있지만, 이들 업체 모두 청약 철회 기간이 법정 기간(수령 후 7일 이내)보다 짧거나 특정 단계(주문 접수 또는 배송 준비 중) 이후에는 철회할 수 없었다. 발란·트렌비·머스트잇 등 3곳은 단순 변심이나 특정 품목에 대한 청약 철회도 제한하고 있었다.

반품 비용도 소비자에게 불리하게 책정됐다고 소비자원은 지적했다. 해외 구매 표준약관은 실제 소요되는 비용을 근거로 발송 단계별로 반품 비용을 정하고 있지만, 발란과 머스트잇은 전체 비용만 표시하고 있었다. 일부 입점 판매자는 반품비를 판매가보다 높게 책정하거나 판매가가 62만원인 제품의 반품 비용을 30만원으로 정하기도 했다.

이중 발란의 경우, 할인행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잡음을 빚기도 했다. 발란은 지난 4월 해당 행사에서 17% 할인을 진행하겠다고 홍보했다. 그러나 행사 직전 일부 제품 가격이 오르면서 소비자들의 항의가 이어지기도 했다.


여기에 가품 판매로 '신뢰도 하락'의 직격타도 맞았다. 지난 6월 시장에서 200여만원에 거래되는 '나이키 에어조던1 X 트레비스 스캇 레트로 하이 모카'의 가품을 판매한 사실이 드러난 것. 이에 따라 소비자들은 발란의 명품 검증 체계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냐는 의구심을 표했다.

이뿐 아니다. 고객정보 관리 소홀의 문제도 드러났다. 발란은 지난 3, 4월 2번에 걸쳐 해킹 피해로 162만건에 이르는 개인정보를 유출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지난 10일 발란 측에 5억원대 과징금을 부과했다. 트렌비도 지난해 31건의 고객 개인정보를 유출해 개인정보위가 지난 5월 트렌비 측에 36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특히 고가의 명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의 기록은 경제범죄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커 같한 주의가 필요하지만,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외에 트렌비의 경우 지난 7월 '국내 매출액이 1위'라고 허위·과장 광고를 한 사실이 드러나 공정거래위원회 경고 처분을 받았다. 공정위는 트렌비가 경쟁업체와 상이한 기준을 적용해 허위 거짓 광고를 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트렌비 관계자는 "당시 다른 플랫폼들이 공시 대상이 아니라 나이스 신용평가 등을 활용해 재무제표를 확인했다"며 "자사 지표는 더 정확했기 때문에 활용한 것으로 해외 매출액 기준으로 1위는 트렌비가 맞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는 문제 소지가 없도록 객관적이고 명확한 내용만을 광고하는 방향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줄어드는 이용자 수…고객서비스 개선에 사활

연이은 사건·사고에 소비자들은 명품 플랫폼을 떠나고 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명품 플랫폼 발란·트렌비·머스트잇의 지난 6월 월간 이용자 수(MAU)는 최고점 대비 최대 40%까지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발란은 지난 4월 82만명이던 이용자가 지난 6월 60만명으로 줄었고, 지난 3월 MAU가 70만명에 달한 트렌비의 이용자 수도 지난 6월 47만명으로 줄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엔데믹으로 부활 조짐을 보이는 면세점과의 경쟁은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명품매장을 굳건히 지키고 있는 백화점과도 마찬가지다.

신세계면세점을 운영 중인 신세계디에프는 지난 2분기 8132억원(전년 대비 45.1% 상승)의 매출을 기록했다. 신세계 백화점의 매출은 2분기 1조8771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4.5% 증가했다. 명품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22% 늘었다.

현대백화점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 2분기 면세점 매출은 5703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2.5%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여행이 풀리며 국내 명품 플랫폼들이 흡수했던 명품 소비 수요가 다시 해외로 분산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들 플랫폼의 시장경쟁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명품 플랫폼들은 소비자보호정책을 강화하는 등 소비자 신뢰 회복에 중점을 둘 예정이다.

발란은 최근 반품비 상한제를 실시하고, 오프라인 매장을 열어 소비자 신뢰도를 끌어 올리는 데 노력하고 있다. 트렌비는 해외 명품 업체들과의 협의를 통해 반품 불가 상품군을 대폭 줄이고, 고객서비스(CS)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발란 관계자는 "마무리 단계에 있는 반품비 상한제 도입 등으로 소비자 신뢰 제고를 위해 노력 중"이라며 "판매자들이 거래 관련 법령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이에 대한 교육 역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강우진 기자 kwj1222@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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