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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뼈닥터' 이수찬의 솔직한 관절톡] 스테로이드의 두 얼굴

장종호 기자

기사입력 2021-01-21 09:22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 엑스레이 사진



필자가 레지던트를 할 때는 인공관절 수술하면 고관절이 전부나 마찬가지였다. 당시만 해도 무릎은 거의 안 했고, 어깨는 더더욱 하지 않았다. 손가락과 발목까지 인공관절 수술을 하는 지금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느낀다.

레지던트의 눈에 인공관절 수술을 하는 전문의는 정말 멋져 보였다. 휠체어를 타고 들어온 환자가 인공관절 수술을 받고 걸어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의사라면 저런 수술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나도 수술을 하고 싶었다.

당시 나뿐 아니라 모든 정형외과 의사들이 인공관절 수술을 배우고 싶어 했지만 기회가 많지 않았다. 그때만 해도 인공관절 수술은 전문의 중에서도 종합병원 주임과장이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한 때 인공관절 수술의 대명사로 군림한 고관절 인공관절 수술은 지금은 무릎에게 그 이름을 넘겼다. 무릎 인공관절 수술이 급증하는 것에 비해 고관절 인공관절 수술은 과거에 비해 증가 폭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왜 고관절 인공관절 수술이 많이 늘지 않았을까?

고관절 수술은 주로 골절, 퇴행성 관절염,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에 많이 시행됐다.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는 골반뼈와 맞닿고 있는 넓적다리 뼈의 윗쪽 끝부분(대퇴골두)이 괴사해 무너져 내리면서 고관절 자체의 손상으로 나타나는 질환으로 이 병이 과거에 비해 많이 준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의 원인은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지금까지 밝혀진 원인은 스테로이드 남용과 과도한 음주이다. 과도한 음주의 기준은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수준을 훨씬 넘어선다.

필자가 전문의가 되고 난 후 몇 년 지났을 때 내원한 환자가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그 환자는 1년 동안 소주 8병을 매일 마셨다고 한다. 지금은 소주가 16~18도 수준이지만 당시는 25도 정도였다. 그 독한 술을 밥은 안 먹고, 안주도 없이 마셨으니 간이 버텨낼 수가 없었다. 간은 응고된 피를 풀어주는 기능을 하는데, 간 기능이 떨어져 피가 응고되니 혈액순환이 안 돼 고관절에 피가 잘 공급이 안 되었고, 결국 괴사가 일어난 것이다.


환자는 양쪽 고관절 모두 인공관절 수술을 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다. 질환의 주원인이었던 술도 끊었다. 하지만 1년 후 다시 술을 마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극구 말렸다. 술 때문에 그렇게 고생을 했는데도 왜 또 술을 마시는지 안타깝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했다.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를 일으키는 또 다른 원인은 스테로이드라는 강력한 소염진통제이다.

소염진통제는 크게 스테로이드성과 비스테로이드성으로 구분할 정도로 스테로이드는 소염진통제의 대명사와 같은 약이다. 흔히 뼈주사라 불리는 주사의 성분이 바로 이 스테로이드이다.

사실 스테로이드는 잘 쓰면 그만한 명약이 없다. 실제로 스테로이드는 염증과 통증을 가라앉히는 것 외에도 천식, 피부질환, 희귀난치성 질환, 류마티스 관절염 등 다양한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사용한다. 스테로이드 면역억제제라는 이름으로 암 수술 후에 사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효과만큼 부작용도 크다. 적당한 양을 적절한 기간만큼 사용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약이지만 남용하면 엄청난 부작용에 시달려야 한다.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도 스테로이드를 무분별하게 남용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 중 하나다.

과도한 음주와 스테로이드 남용이 줄면서 이 질환은 많이 줄었지만 퇴행성 관절염과 고관절 골절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많이 발생한다. 물론 고관절 인공수술은 무릎보다 수술 후 임상 경과가 좋다. 고관절이 무릎 관절보다 구조가 단순해 회복이 빠르기 때문이다.

게다가 수술 기법도 날로 발전하는 추세이고, 최근에는 로봇으로 더 정확하고 정밀한 수술이 가능해져 수술을 해야 할 경우 시기를 놓치지 않고 하는 것이 현명하다. 다만 로봇 고관절 수술은 미국에서는 시행 중이나 한국에서는 도입이 안 된 상태다. 물론 현재 기술로도 고관절 인공관절 수명이 30년이어서 로봇 수술이 당장 급한 것은 아니지만 로봇 수술로 긴 수명을 더 길게 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싶다.
도움말=힘찬병원 이수찬 대표원장


◇힘찬병원 이수찬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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