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경수 손상으로 사지마비된 환자, 상지재건술로 손과 팔 기능 개선"

장종호 기자

기사입력 2020-12-30 09:27


척추를 다쳐 뇌와 팔다리를 연결해 주는 척수신경이 손상되면 운동신경이 마비돼 팔다리를 움직이지 못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감각신경까지 마비되면서 대소변의 조절마저 어려운 상태가 될 수도 있다.

이때 척추의 손상 부위에 따라 하반신에만 마비가 오거나 상·하반신 모두에 마비가 발생할 수 있는데, 경추(목)가 다쳐서 생긴 '경수 손상'일 때는 대개 상·하반신 모두에 마비가 오게 된다. 이러한 경수 손상으로 팔다리가 마비된 환자들은 일상생활에 많은 장애가 생기는 것은 물론, 보호자의 도움 없이 생활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에 이를 수밖에 없다.

때문에 사지가 마비돼 움직임이 불가능 하더라도 손이나 팔을 조금씩이라도 쓸 수 있다면 식사나 옷 입기와 같은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해지고 삶의 질도 나아질 수가 있다. 사지마비 환자(남성)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75%의 환자들이 다리 기능, 방광 조절, 성기능 회복보다도 손 기능의 회복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응답한바 있었다.

이처럼 사지마비 환자의 상지 기능을 개선하고자 할 때는 '상지재건술'이라는 수술을 시도해 볼 수 있는데, 이 수술은 기능이 남아있는 근육이나 신경을 마비돼 있는 근육으로 이전시켜 일상생활에서 더 필요한 근육의 기능을 살리는 방법이다. 완벽하게 정상적인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팔을 뻗거나 물건을 잡는 기능을 통해 전반적인 삶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 줄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환자와 보호자들이 상지재건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잘 모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척수손상을 치료하는 재활의학과, 척추외과, 비뇨의학과 전문의들 역시 상지재건술에 대한 경험이 적고 인지도가 낮아 환자에게 선뜻 추천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러한 부분을 개선시켜 척수 손상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진들이 상지재건술에 대해 이해하고 환자에게 쉽게 설명해 줄 수 있도록, 분당서울대병원 정형외과 연구진(공현식 교수, 심범진 임상강사)이 상지재건술에 대한 지침서를 '대한신경손상학회지' 2020년 10월호에 발표했다.

지침서에 따르면, 대표적인 상지재건술 방법으로 '팔꿈치 신전재건술'과 '열쇠집기 재건술'이 소개 됐다. 그 중 '팔꿈치 신전재건술'은 삼두근이 마비돼 팔꿈치를 힘주어 펼 수 없는 경우, 팔꿈치를 굽히는 이두근을 사용해 삼두근을 만들어 주는 수술이다. 연구진은 "이두근을 옮겨도 상완근이 남아 있어서 팔꿈치를 굽히는 기능은 지장이 없으며, 수술 후에는 팔꿈치를 펴고 손을 뻗을 수 있어 활동 반경이 넓어지고 손동작도 정교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 다음 '열쇠집기 재건술'은 손목 근육을 강화하고 근육을 재배치해 엄지와 검지로 열쇠를 잡듯이, 물건을 잡는 동작이 가능하도록 하는 수술이다. 물건을 잡는 것뿐 아니라 환자 자신이 도뇨관을 사용할 수 있게끔 도와 방광의 정상적인 기능 개선에도 효과적인 수술이 될 수 있다.

실제로 5년 전 다이빙 사고로 사지가 마비돼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상지재건술을 받은 30대 A씨는 "왼쪽 팔에 두 차례 수술을 받고 6개월 정도의 회복기를 지나 지금은 팔을 뻗고 물건도 잡을 수 있어 일상생활에서의 만족도가 매우 높아졌다"며 "내년에는 오른쪽 팔도 수술을 받을 예정인데, 다른 사지마비 환자들에게도 상지재건술을 적극적으로 추천한다"고 전했다.

분당서울대병원 공현식 교수는 "상지재건술은 유용한 수술이지만, 사고 후 힘든 재활을 겪은 환자들이 다시 장기간의 재활이 필요한 손 수술을 받기로 결정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며, "그러나 수술을 통해 손과 팔을 쓸 수 있고 기능이 개선될 수 있도록 환자와 의료진이 상지재건술에 대해 적극적으로 상담하고 수술을 고려해 볼 것을 권한다"고 밝혔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공현식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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