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를 다쳐 뇌와 팔다리를 연결해 주는 척수신경이 손상되면 운동신경이 마비돼 팔다리를 움직이지 못하게 된다.
때문에 사지가 마비돼 움직임이 불가능 하더라도 손이나 팔을 조금씩이라도 쓸 수 있다면 식사나 옷 입기와 같은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해지고 삶의 질도 나아질 수가 있다. 사지마비 환자(남성)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75%의 환자들이 다리 기능, 방광 조절, 성기능 회복보다도 손 기능의 회복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응답한바 있었다.
이처럼 사지마비 환자의 상지 기능을 개선하고자 할 때는 '상지재건술'이라는 수술을 시도해 볼 수 있는데, 이 수술은 기능이 남아있는 근육이나 신경을 마비돼 있는 근육으로 이전시켜 일상생활에서 더 필요한 근육의 기능을 살리는 방법이다. 완벽하게 정상적인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팔을 뻗거나 물건을 잡는 기능을 통해 전반적인 삶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 줄 수 있게 된다.
이러한 부분을 개선시켜 척수 손상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진들이 상지재건술에 대해 이해하고 환자에게 쉽게 설명해 줄 수 있도록, 분당서울대병원 정형외과 연구진(공현식 교수, 심범진 임상강사)이 상지재건술에 대한 지침서를 '대한신경손상학회지' 2020년 10월호에 발표했다.
지침서에 따르면, 대표적인 상지재건술 방법으로 '팔꿈치 신전재건술'과 '열쇠집기 재건술'이 소개 됐다. 그 중 '팔꿈치 신전재건술'은 삼두근이 마비돼 팔꿈치를 힘주어 펼 수 없는 경우, 팔꿈치를 굽히는 이두근을 사용해 삼두근을 만들어 주는 수술이다. 연구진은 "이두근을 옮겨도 상완근이 남아 있어서 팔꿈치를 굽히는 기능은 지장이 없으며, 수술 후에는 팔꿈치를 펴고 손을 뻗을 수 있어 활동 반경이 넓어지고 손동작도 정교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 다음 '열쇠집기 재건술'은 손목 근육을 강화하고 근육을 재배치해 엄지와 검지로 열쇠를 잡듯이, 물건을 잡는 동작이 가능하도록 하는 수술이다. 물건을 잡는 것뿐 아니라 환자 자신이 도뇨관을 사용할 수 있게끔 도와 방광의 정상적인 기능 개선에도 효과적인 수술이 될 수 있다.
실제로 5년 전 다이빙 사고로 사지가 마비돼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상지재건술을 받은 30대 A씨는 "왼쪽 팔에 두 차례 수술을 받고 6개월 정도의 회복기를 지나 지금은 팔을 뻗고 물건도 잡을 수 있어 일상생활에서의 만족도가 매우 높아졌다"며 "내년에는 오른쪽 팔도 수술을 받을 예정인데, 다른 사지마비 환자들에게도 상지재건술을 적극적으로 추천한다"고 전했다.
분당서울대병원 공현식 교수는 "상지재건술은 유용한 수술이지만, 사고 후 힘든 재활을 겪은 환자들이 다시 장기간의 재활이 필요한 손 수술을 받기로 결정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며, "그러나 수술을 통해 손과 팔을 쓸 수 있고 기능이 개선될 수 있도록 환자와 의료진이 상지재건술에 대해 적극적으로 상담하고 수술을 고려해 볼 것을 권한다"고 밝혔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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