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한화손보, 보험료 대폭 인상에 '압수수색' 논란까지…

김소형 기자

기사입력 2020-12-30 08:25


올해 비상경영으로 실적 반전에 성공한 한화손해보험이 또다시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다.

내년 실손의료보험 인상률을 두고 금융당국과 업계의 '줄다리기'가 이어지면서, 올해 한화손보가 실손보험료를 57%나 인상한 내용이 뒤늦게 전해진 것. 게다가 최근 보험사기조사팀 직원의 경찰 유착 의혹으로 사무실 압수수색이 이루어진 것이 알려지면서 구설에 휘말렸다.

관련업계에서는 지난 3월 초등생 대상 거액의 구상금 청구로 '불매운동'의 타깃이 됐던 한화손보 이미지에 다시 한번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올들어 실손보험료 57% 인상…내년에도 두 자릿수 ↑

보험업계 '핫 이슈'였던 내년도 실손보험 인상률이 지난 22일 당국이 가이드라인을 내놓으며 사실상 결정됐다. 대외적으로 보험료 인상률은 업계 자율이라는 게 금융위원회의 입장이지만, 금융위의 의견이 매년 인상률 지침 역할을 해왔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융위는 2009년 10월부터 2017년 3월까지 판매된 표준화실손 상품에 대해선 각사가 요구한 인상률의 60% 수준을, 2009년 10월 이전에 팔린 구실손 상품에 대해선 80%를 반영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른바 '착한실손'으로 불리는 신실손에 대해서는 보험료 동결 요청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내년 보험료 인상률은 구실손보험 15∼17%, 표준화 실손보험 10∼12% 수준이 될 전망이다. 전체 실손보험 평균 인상률은 10∼11%로, 업계가 요구한 평균 21% 인상의 절반 수준이다. 올해 업계 평균 실손보험료 인상률은 9%대다.

그런데, 한화손보의 경우 이미 올해 실손보험료를 57% 인상한 데 이어 내년에도 두 자릿수 인상을 예고해 가입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보험업법에서 실손보험료 변경은 매년 ±25%를 초과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보험사가 경영개선협약 체결 등 금융당국의 경영관리 대상으로 편입된 경우는 예외가 된다. 한화손보는 손해율 급증에 따른 수익성 하락으로 올해 1월부터 비상경영에 돌입하며 예외 리스트에 포함됐다.

한화손보 관계자는 "그동안 보험료가 타사에 비해 워낙 낮았기 때문에, 대폭 인상했더라도 타사 대비 약간 낮은 편일 것"이라면서, "올해 보험료가 많이 인상된 만큼, 내년 인상률은 업계 평균을 약간 밑도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손보는 시장점유율 기준 손보업계 6위권 회사다. 지난해 600억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던 한화손보는 올해 3분기까지 911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구조조정과 긴축경영 등도 실적 개선의 한 축이 됐지만, '소비자 보험료 부담을 올려 경영 부담을 대폭 덜었다'는 해석이 나오면서 소비자 입장에서의 형평성 문제도 거론되고 있다.

한화손보 실손보험 가입자인 이모씨(43)는 "가입시 보험료가 낮은 편이라 선택했는데, 한꺼번에 너무 많이 오르니 부담이 너무 커졌다"면서, "진작 다른 회사 보험으로 갈아탈 걸 후회가 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일각에서는 경영악화 책임을 소비자에게 '떠넘기게' 되는 보험업법 감독규정을 보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배홍 금융소비자연맹 보험국장은 "손해율을 핑계로 소비자에게 보험료 부담을 전가하게 되면, 결국 이것이 민원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거듭될 뿐"이라면서,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과잉진료 방지 등 근본적 시스템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경찰 출신 직원 휴대폰서 압수수색 영장 사진 발견 '의혹'

최근 한화손보를 둘러싼 논란은 이 뿐이 아니다. 보험사기 조사 담당 직원이 사건 담당 경찰관들과의 유착 의혹으로 검찰의 압수수색 대상이 된 것.

법조계 등에 따르면, 인천지검은 최근 인천지방경찰청 소속 A씨와 인천 서부경찰서 소속 B씨의 휴대전화 등을 압수수색하고, 이들과 유착 의혹이 있는 C씨가 근무 중인 한화손보 보험사기전담조사팀(SIU) 사무실도 압수수색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화손보 관계자는 "당사 직원에 대한 압수수색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구체적인 혐의에 대해서는 자세한 파악이 어렵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들이 보험사기 관련 제보를 주고받고 수사하는 과정에서 유착한 의혹이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전직 경찰인 C씨의 휴대전화에서 A씨 등이 수사했던 사건의 압수수색 영장 사진이 발견된 점 등을 토대로 이들이 서로 유착한 정황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는 것.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수사가 진행 중이어서 구체적인 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통상 보험사에서 보험사기 의심 사례를 모아 경찰에 제보하고, 이를 토대로 경찰에서 수사가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면서, "수사권이 없는 보험사 입장에서는 경찰과의 공조는 필수"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경찰과의 '부적절한 유착'이 생겨날 소지도 적지 않아, 소비자에게 상대적으로 '불리한 요인'이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보험사기전담조사팀(SIU·Special Investigation Unit)에 대해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것이 사실이다.

지난 2016년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시행에 맞춰 보험사들은 전직 경찰관들을 대거 채용했다. 현장 조사 전문성과 현직 경찰과의 공조수사 가능성이 그 이유였다.

고용진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한화손보의 경찰 출신 SIU 직원은 30명 선으로 업계 2위 규모다.

실제 경찰 출신 직원들이 자동차보험 사기 적발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소비자 입장에서는 '강압적인 조사'로 느껴진다는 민원이 제기되는 등 잡음도 적지 않다.

지난 10월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보험사기 예방 과정에서 억울한 소비자를 양산하는 적발행태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당시 전재수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감독당국에서 적발한 보험사기범 9만3000여명 중 실제 재판에 넘겨진 건 862명에 그쳤다"면서, "나쁜 한명을 잡기 위해 보험계약자 모두를 잠재적인 보험사기범으로 보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 번 점검해봐야 한다"고 일침을 가한 바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지난 3월 초등생에 대한 거액 구상권 청구로 홍역을 치른 한화손보가 또다시 연이은 논란으로 이미지 추락은 물론 가입자 이탈도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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