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득자의 고액 신용대출을 '핀셋 규제'하는 가계대출 관리방안에 대해 은행권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다는 뜻)로 주택 구입할 길이 막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는 1억원 넘는 신용대출 받아서 집 사는 데 보태는 것을 더 어렵게 하겠다는 취지다. 차입을 과도하게 일으켜 신용대출로 빌린 돈이 부동산 자산 시장에 유입되는 것을 막겠다는 의도다.
서울 등 투기지역에서 집을 산다고 가정하면, 주택담보대출은 40% 나온다. 충분한 현금이 없다고 신용대출을 받아서 집값에 보태다간 해당 신용대출금을 모두 토해내야 한다는 것.
이 규제로 빚투(빚내서 투자)를 제어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연봉 8000만원, 신용대출 1억원 초과자에 DSR 40%면 꽤 임팩트가 크다는 평가들이 나온다"며 "젊은 부부들이 '영끌'로 각자 1억∼2억원씩 신용대출을 받아 3억∼4억원을 만들어서 집을 사는 일이 이제 불가능해졌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주요 은행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주택 가격이 급등한 상태에서 서민들이 대출 없이 집을 구입하기는 어려운 상황에서 DSR 규제에 더해 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을 중복할 수 없게 하는 것은 실제 주택을 구입하고자 하는 무주택자들에게는 더더욱 주택 구입을 어렵게 하는 것일 수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집값이 많이 오른 상황에서 무주택자들에까지 대출을 이용해 주택을 구입할 길을 막아버린 것은 너무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무주택자가 1주택자가 되는 경우는 예외를 두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번 대책에도 여전히 한계와 빈틈은 있다.
이달 30일 이전에 1억원이 넘는 신용대출을 이미 받은 경우는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 때문에 대출 수요자들이 규제 강화 전 '막차'를 타려고 대책 시행일인 30일 이전에 몰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또 고소득 맞벌이 부부가 각 9000만원씩만 신용대출을 내서 대출을 받는 경우 역시 규제 대상은 아니다. 개인별 규제이기 때문이다.
이번 대책을 통해 금융당국이 은행별 '고(高) DSR 대출 비중' 규제를 강화하기로 하면서 앞으로 가계 대출 전반에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시중은행은 DSR 70%를 초과하는 대출액을 현재 전체 대출 총량의 '15% 이내'에서 '5% 이내'로, DSR 90%를 초과하는 대출 비중을 현재 '10% 이내'에서 '3% 이내'로 각각 낮춰야 한다. 목표 수치를 맞추도록 금융당국이 설정한 시한은 내년 1분기까지다. DSR은 갚아야 하는 모든 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을 연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번 대책으로 개인 신용대출뿐 아니라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이 전반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은행권 일각에서는 이번 대책에서 2금융권에 대한 DSR 규제 내용이 불명확해 자칫 2금융권으로 수요가 옮겨가는 '풍선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놨다.
이와 함께 금융당국이 은행별로 신용대출 취급 목표를 준수하고 있는지 점검하기로 한 것과 관련, 신용대출 한도가 고소득자뿐 아니라 전반적으로 줄어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은행들이 우선은 고소득자 위주로 신용대출 한도를 줄이겠지만, 이를 통해 당국이 제시한 목표를 달성할 수 없을 경우 전반적인 한도 축소에 나서며 일부 저소득자들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이달 30일 새 제도 적용을 앞두고 은행권에서는 직장인 신용대출 심사 때 연소득 8000만원을 판단할 증빙 서류로 '건강보험료'를 추가해달라는 요구가 공통으로 나왔다. 이와 관련해 지난 13일 금융감독원과 주요 은행 실무자들이 참석한 회의에서 다수 은행이 이 문제를 건의했고, 금감원이 "검토해 보겠다"고 답변한 상태다.
한 은행 관계자는 "당초 금감원에서는 대출 취급 시 소득 증빙을 소득금액증명원이나 근로소득원천징수영수증 두 가지 종류만 인정하겠다고 했으나, 참석자들이 두 종류로 국한해 소득 증빙을 할 경우 대출 상담, 특히 비대면 대출에 어려움이 큰 만큼 직장인의 경우 건보료 납부액을 소득으로 환산해 취급할 수 있도록 건의했다"고 전했다.
건보료의 경우 소득금액을 기준으로 보험료가 산출돼 연 소득 증빙에 무리가 없다는 게 은행들의 설명이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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