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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균등 감자 추진…경영실패 책임 전가 논란

김세형 기자

기사입력 2020-11-06 07:49


금호가 형제간 갈등이 재점화 될 전망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최대주주인 금호산업이 '균등감자' 카드를 꺼냈고, 2대 주주인 금호석유화학은 '반대' 입장을 밝혔다. 금호산업의 최대주주는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금호석유화학 최대주주는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으로 둘은 형제다. 동시에 과거 경영권을 놓고 분쟁을 벌인 바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아시아나항공의 균등감자 결정에 대한 법적 대응 방안까지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형제간 갈등의 골이 깊어질수록 아시아나항공의 경영정상화 길도 험난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대 주주 반대…소액 주주 움직임 관건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3일 채권단과 합의해 3:1 무상 균등감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인한 실적 악화에 따른 재무구조 개선 차원이란 것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감자는 주식회가자 자본금을 줄이는 것을 말한다. 주식 소각이나 합병 형태로 주식 수를 줄이는 식으로 진행된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액면가 5000원의 기명식 보통주식 3주를 동일 액면 금액 보통 1주 비율로 합병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

아시아나항공의 발행주식 총수는 2억2323만5294주인 만큼 감자가 이뤄지면 7441만1764주로 줄어들게 된다. 아시아나항공 최대주주인 금호산업의 보유주식 수는 6868만8063주에서 2289만6021주로,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보유주식수는 1만주에서 3333주로 줄어들게 된다. 2대 주주인 금호석유화학 보유주식 수는 2459만주에서 819만7800주가 된다. 일반 소액주주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주식 30주를 보유한 주주라면 균등감자 이후에는 10주만 보유하는 식이다. 감자가 이뤄지면 아시아나항공의 자본금은 현재 1조1161억원에서 3720억원으로 감소하게 된다.

아시아나항공은 무상감자 추진 배경으로 높은 자본잠식률을 꼽고 있다. 지난 2분기 기준 자본잠식률이 56.3%에 달해 추가 자본확충이나 감자 없이는 관리종목 지정 및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이유다.

연말 사업보고서상 자본잠식률이 50%보다 높으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는 게 일반적이다.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면 일정 기간 주식 매매가 정지될 수 있고, 주식의 신용거래가 금지된다. 사업보고서 기준 완전 잠식에 빠지거나 자본잠식률이 2년 이상 이어질 경우 상장 폐지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고 있어 매출 회복이 어렵고, 회사 매각을 통한 자본확충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선택할 수밖에 없는 카드라는 게 아시아나항공의 설명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증자를 통한 자본확충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채권은행의 지원만으로는 자본잠식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경영정상화를 위한 불가피한 과정으로 주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의 감자안에 대해선 주주 동의가 필요하다. 내달 14일 주주총회를 열고 감자안의 표결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상황은 좋지 않다. 주주들의 반발이 거세다. 관리 종목 지정 위기감이 큰 만큼 감자 추진에 대한 거부감은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자칫 상장 폐지로 이어질 경우 떠안아야 할 손실이 크기 때문이다. 다만 균등 형태로 진행하는 감자 방안이 문제가 되고 있다. 대주주의 경영실패에 대한 책임을 일반 주주에게 떠넘겨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다만 균등감자가 아닌 차등감자로 진행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경영부실에 대한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아시아나항공의 무상 균등감자는 소액주주의 자금을 착취해 자본금을 만드는 것"이라며 "경영을 잘못 이끈 박삼구 대주주에게 책임이 있기 때문에 차등감자를 단행해야 한다"는 청원글이 올라왔다.

아시아나항공의 2대 주주인 금호석유화학도 균등감자에 대한 반대 의견을 내놓고 있다. 내부적으로 법률 조언을 받았고, 균등 감자를 막기 위해 법적 소송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석유화학은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아시아나항공의 균등 감자방안 결정에 반대 입장을 전달했다"며 "내부적으로 대응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영부실에 대한 책임을 묻는 차원에서 차등감자를 진행, 금호산업의 보유 주식 수를 더욱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아시아나항공 "재무구조 개선 목적" 강조

아시아나항공은 균등감자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자본잠식 위기 극복 차원에서 이뤄진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강조한다. 특히 대주주가 회사 경영에 관여하고 있지 않은 점 등을 반영했다고 강조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2020년 9월 11일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과 체결한 신주인수계약과 관련해 컨소시엄의 유상증자대금 납입의무 미이행에 따른 계약 해제 및 이에 따른 유상증자 계획 철회를 공시한 바 있다. M&A가 공식적으로 무산되면서 한국산업은행은 시장안정화조치를 발표하고 채권은행 관리를 받으며 아시아나항공 경영정상화를 추진한다는 내용도 함께 발표했다.

아시아나항공은 "대주주 지분은 아시아나항공 매각결정과 동시에 채권은행에 담보로 제공됐고, 2019년 4월 매각결정 이후 대주주가 회사경영에 전혀 관여하고 있지 않은 점, 거래종결을 앞둔 M&A가 코로나19로 무산된 점 등을 고려했다"며 균등감자 추진 이유를 밝혔다.

금융권 안팎에선 아시아나항공의 균등감자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내달 14일 진행될 아시아나항공 주주총회에서 감자 안건이 의결되기 위해선 출석 주식 수의 50%이상, 전체 발행 주식 수의 25%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아시아나항공 지분율은 금호산업 30.77%. 금호석유화학 11.02%, 1% 미만 소액주주 58.2%다.

증권가 한 관계자는 "균등감자를 반대하는 2대 주주인 금호석유화학과 소액주주의 지분이 과반을 넘지만 코로나19가 장기화 양상을 보이며 업종 실적 개선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최악의 경우 상장폐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채권단과 협의 끝에 내린 결론이라는 점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감자안이 통과될 경우 감자 기준일은 내달 28일이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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