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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가이드-당뇨병과 술] "경우에 따라 음주 가능"…양조주 보다는 증류주가 나아

장종호 기자

기사입력 2020-11-05 13:01


국내 당뇨 인구 1000만명 시대다.

대한당뇨병학회가 최근 발표한 '팩트시트 2020'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국내 30세 이상 성인의 당뇨병 유병률은 13.8%(인구 기준 494만 명)로, 당뇨병 전 단계인 공복혈당장애를 포함하면 국내 당뇨 인구는 948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당뇨병은 인슐린의 분비량이 부족하거나 정상적인 기능이 이뤄지지 않는 등의 문제로 발생한다.

이런 가운데 최근 중국 둥난대 연구팀이 알코올 소비량과 제2형 당뇨병의 관계를 조사한 10가지 연구를 분석해보니, 소량의 음주는 인슐린 수치를 낮추는 포도당 대사를 향상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는 당뇨 환자들은 술을 마시면 안된다는 기존 상식과 배치되는 것이어서 주목받고 있다.

당뇨병 환자 음주 가능?…"경우에 따라"

자동차를 움직이는 에너지가 기름이라면 우리 몸을 움직이게 하는 에너지는 포도당이다.

혈액 속에 있는 포도당(혈당)을 세포로 보내 에너지로 사용되는데 이때 포도당을 세포 안으로 보내는데 필요한 물질이 인슐린이다.

당뇨병은 포도당이 세포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인슐린 분비의 절대적 또는 상대적 부족으로 인해 혈당이 올라가고, 이에 의해 여러 가지 합병증을 일으키는 병을 말한다.


당뇨병은 초기에는 큰 증상은 없으나 고혈당 상태가 심할 경우 다뇨(소변을 많이 보는 것), 다음(물을 많이 마시는 것), 다식(많이 먹는 것), 체중감소 등의 증상을 보인다.

이처럼 명확한 증상을 수반하는 당뇨병의 진단은 어렵지 않지만 증상 없이 건강검진을 통해 발견되는 경우도 흔하다.

당뇨병은 질환 자체보다 당뇨합병증이 더 심각하다. 당뇨합병증은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 심혈관질환, 당뇨병성 망막병증, 만성신부전, 당뇨발 등이 있다.

그렇다면 모든 당뇨병 환자가 음주해도 괜찮을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경우에 따라서'라고 할 수 있다.

알코올 섭취는 합병증이 없고 간질환을 동반하지 않은 혈당조절이 양호한 환자에서는 반드시 금지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당뇨병 환자들이 음주가 가능한 것이 아니며 당뇨병 환자 중에서도 혈당조절이 잘된 당뇨병 환자들에 한해서만 소량의 음주가 허용된다.

일산백병원 내분비내과 노정현 교수는 "우리나라 당뇨병 환자에서 알코올 섭취 허용량에 대한 과학적 근거는 아직 부족하지만, 알코올과 관련된 다양한 건강문제를 고려해 만약 마시는 경우 1잔 이내로 제한한다. 또 음주량을 스스로 제한할 수 없으면 금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저혈당증' 유발이 가장 위험…양조주보다 증류주가 나아

당뇨병 환자가 음주할 경우 가장 위험한 부작용은 '저혈당증' 유발이다.

저혈당증은 정상혈당보다 낮은 혈당 상태를 말하는데 심할 경우 쇼크 상태가 초래될 수 있다.

더욱이 경구혈당강하제나 인슐린을 투여하고 있는 당뇨인의 경우 음주시, 저혈당의 위험이 더욱 커진다.

술의 주성분인 알코올은 중추신경을 억제하는 기능이 있어 저혈당 증상을 느끼지 못하게 할 수도 있다.

아울러 알코올 과복용 증상과 저혈당 증상이 비슷해 저혈당 증상임에도 불구하고 알코올 과복용 증상으로 오인해 치료시기를 놓쳐 매우 위험한 상황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음주 중에도 저혈당증에 대한 인식을 갖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불가피하게 술을 먹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양조주(맥주, 와인, 막걸리) 보다는 증류주(소주, 위스키, 브랜디)를 마시는 것이 낫다. 양조주의 경우 증류주보다 탄수화물이 많이 들어 있어 혈당을 올라가게 할 수 있기 때문에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 또한 과일소주와 단 맛이 나는 술은 피하는 것이 좋다. 증류주의 경우 탄수화물이 제거된 상태이기 때문에 양조주 보다는 낫지만 대체적으로 알코올 함량이 높기 때문에 췌장이나 간에 무리를 줄 수 있다.

결국 음주 여부는 먼저 전문의와 상담 후 결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노 교수는 "아무리 소량이라도 장기간 지속적으로 술을 마실 경우 고혈압, 고중성지방혈증, 간질환, 췌장질환 및 당뇨병성 신경병증 등 당뇨병과 관련된 합병증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연속적인 음주는 안된다"며 "음주를 한 다음날은 아침에 저혈당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반드시 혈당검사를 하고 아침 식사를 거르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당뇨병 환자의 경우 소량의 음주는 인슐린 수치를 낮추는 포도당 대사를 향상한다는 해외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받고 있다. 당뇨병 환자가 음주할 경우 가장 위험한 부작용은 '저혈당증'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가급적 음주를 피해야 하는 이유다. 사진은 일산백병원 내분비내과 노정현 교수가 환자에게 질환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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