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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니커즈는 어떻게 밀레니얼 세대를 사로잡았을까…'유통공룡' 롯데까지 리셀 시장 합류

이미선 기자

기사입력 2020-08-30 09:21


스니커즈 리셀 시장의 열기가 뜨겁다.

몇년 전부터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한정판 스니커즈 구입 후 웃돈을 주고 되파는 이른바 '리셀(Re-sell)'이 하나의 유행으로 자리 잡았다. 이와 함께 '스니커테크(스니커즈+재테크)'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스니커즈에 빠진 이들은 희소성 있는 신발을 '확보'하기 위해 매일 온라인 사이트에 접속해 드로우(Draw·제비뽑기), 래플(Raffle·추첨복권) 일정을 확인하고 응모한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운동화 발매가 있는 날에는 매장 앞에서 밤새 줄을 서는 것은 기본이다.

리셀은 얼핏보면 이미 구입한 제품을 되판다는 점에서 중고거래와 비슷해 보인다. 그러나 이는 일반 중고품 거래와 달리 희소성 있는 제품을 거래하는 형태라는 점에서 특히 밀레니얼 세대에게 신종 재테크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실제 지난해 나이키가 가수 지드래곤과 협업해 한정 출시한 운동화 '에어포스1 파라-노이즈'의 출고가는 21만9000원으로, 리셀 시장에서 흰색 로고 기준 60만원대, 빨간색 로고 기준 300만원대에 거래됐다.

업계에선 향후 글로벌 스니커즈 리셀 시장의 규모는 약 7조원까지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네이버·무신사 이어 롯데까지…스니커즈 리셀 시장 열기 후끈

'유통공룡' 롯데까지도 스니커즈 리셀 시장에 최근 뛰어들었다. 지난달 28일 롯데백화점은 한정판 운동화 재판매 플랫폼인 '아웃오브스탁'과 업무제휴를 맺고 스니커즈 리셀 시장 진출을 알렸다. 최근 백화점을 찾는 고객들의 연령층이 높아지자 롯데백화점은 이번 아웃오브스탁과의 제휴를 통해 1020세대의 운동화 마니아들을 백화점으로 끌어올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지난 3월 네이버의 자회사 스노우는 한정판 리셀 플랫폼인 '크림(KREAM)'을 내놓았다. 크림은 거래 전 사이즈별 입찰가 등 시세정보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최근에는 86만명의 회원을 보유한 네이버 카페 '나이키 매니아'와 독점 광고 계약을 맺는 등 시장 내에서 영향력을 높였다.

이후 무신사는 지난달 21일 비슷한 성격의 플랫폼인 '솔드아웃(soldout)'을 출시했다.

무신사 관계자는 "판매자와 구매자는 실시간 가격 변동 데이터를 통해 거래 현황을 확인할 수 있고, 입찰 시스템을 이용해 거래가격을 결정할 수 있다"며 "거래가 체결되면 판매자는 솔드아웃 검수센터로 상품을 발송하고 검수팀의 승인을 받은 상품만 구매자에게 배송된다"고 말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국내 최대 포털인 네이버와 패션 유니콘기업 무신사에 이어 오프라인 유통 강자로 불리우는 롯데쇼핑까지 가세하면서 스니커즈 리셀 시장을 둘러싼 경쟁은 향후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스니커즈 거래 관련 온라인 플랫폼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엄청난 경쟁률 탓에 실물로 보기 힘든 한정판 스니커즈를 직접 신어보고, 즉시 구매할 수 있는 오프라인 매장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3일엔 한정판 거래 플랫폼 XXBLUE(엑스엑스블루)가 'XXBLUE DROP ZONE 신사점'에서 한정판 스니커즈를 오프라인에서 구매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엑스엑스블루가 이처럼 오프라인 매장을 오픈한 것은 온라인 구매 특성상 실물 제품을 보지 못하는 아쉬움이 많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특히 스니커즈 시장이 커짐에 따라 리셀러뿐만 아니라 실착러(직접 신발을 신어보려는 사람들)도 함께 증가한다는 것에 주목, 이들을 공략하겠다는 취지다.

또한 진열된 상품을 즉시 구매할 수 있어 원하는 상품을 쉽고 빠르게 가져갈 수 있고, 일부 제품은 온라인 최저가보다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엑스엑스블루 관계자는 말했다.

밀레니얼 세대에게 스니커즈란?…"개성 표현 수단 및 일종의 재테크 수단"

스니커즈가 특히 밀레니얼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평소 스니커즈에 아낌없이 지갑을 연다고 밝힌 서울 영등포구의 김정민씨(28)는 "스니커즈는 단순히 운동화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며 "한정판 스니커즈는 옷이나 가방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돈으로도 나의 개성을 보다 쉽게 드러낼 수 있는 아이템"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트렌드에 발맞춰 일찍이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2017년 편집샵인 분더샵에 샵인샵 형태로 스니커즈를 판매하고 있는 케이스스터디를 오픈, 스니커즈 열풍에 참여했다.

롯데그룹은 올해 들어 스니커즈 사업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 4월 롯데백화점에서 운영하는 해외 직소싱 명품 편집샵 '탑스'가 국내 최초로 프리미엄 스니커즈 편집샵 스니커바를 오픈했다.

한편 전통적인 오프라인 유통 강자들에게도 주목을 받고 있는 스니커즈는 밀레니얼 세대의 사랑을 등에 업고, 일종의 재테크 수단으로도 위상을 새롭게 만들어나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때 고가의 명품백을 되팔아 재테크하는 '샤테크(샤넬+재테크)'가 유행이었던 것처럼 이제는 패션 재테크 대상이 스니커즈로 넓어지게 됐다고 말하고 있다.

취미생활에 돈을 아끼지 않는 밀레니얼 세대가 미술품 컬렉터(수집) 시장에서도 큰 손으로 불리우고 있는 가운데, 새롭게 떠오르는 컬렉터블(수집 가치가 있는) 아이템이 스니커즈라는 분석도 나왔다.

또한 업계 관계자는 "세계적인 경매사 소더비를 비롯한 경매시장에서도 스니커즈가 새로운 카테고리로 등장하는 등 스니커즈가 새 컬렉터블 아이템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2030세대 뿐만아니라 중·고등 학생까지 스니커즈에 투자할 만큼 스니커즈 리셀 시장이 하나의 사회 현상으로 주목받게 된 것 같다"고 전했다.

글로벌 스니커즈 리셀 시장 규모 또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의 투자은행 코웬앤드컴퍼니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스니커즈 리셀 시장은 20억달러(약 2조5000억원)로 2025년까지 약 7조원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재판매 시장이 급성장한 데에는 스니커즈를 거래하는 플랫폼도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밀레니얼 세대에게 최적화된 온라인 플랫폼이 갖춰지면서 거래가 한층 더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었다는 것. 미국의 경우 대표적인 스니커즈 거래 플랫폼 스탁엑스가 론칭 3년만에 1조원 이상의 가치를 지닌 거래 중개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태동기 수준이지만 네이버나 롯데쇼핑 등 국내에서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기업들이 리셀 시장에 잇따라 진출하고 있는 만큼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미선 기자 alread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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