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준비 중인 대학생 박모씨(23)는 신입생 때부터 배변 때마다 항문이 찢어질 듯 아프고 진물과 함께 종종 피가 보였다. 근처 의원에서는 치질이라며 바로 수술을 했지만 이후로도 증상은 잘 낫지 않았다. 통증과 진물은 호전과 악화를 반복했고 간혹 혈변까지 보였다. 1년 전부터는 2~3일에 한 번씩 복통이 있으면서 하루에 3~5회의 설사를 하는 경우가 잦아졌다. 하지만 의원에서는 위염, 과민성장증후군, 치질 같다는 말만 반복하고, 자신도 과음과 취업 준비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으로 치부하고 아파도 참고 지냈다. 그러나 최근 설사, 복통, 혈변 등의 증상이 더 심해져 대학병원을 찾아 내시경검사를 받은 결과 '크론병'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만약 병원을 찾는 시기가 늦어지면 증상이 악화되고 장폐쇄, 천공, 대장암, 치루 등의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우리나라 크론병 환자의 특징은 남자에서 더 많고(2~3배) 소장 병변이 흔하며(약 90%) 진단 당시 항문 치루가 동반돼 있는 경우가 많다(약 50%).
염증성 장질환의 원인은 장내세균, 유전적 소인, 면역 반응, 환경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추정될 뿐, 아직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염증성 장질환은 한 가지 검사만으론 진단이 어렵다. 증상, 혈액검사, 대변검사, 내시경검사, 조직검사, 영상검사 등을 종합해 진단한다. 특히 병변과 질병의 범위 확인을 위해 대장내시경 검사와 조직검사가 가장 우선적으로 권장된다. 만약 소장 침범이 의심되는 크론병이라면 캡슐내시경 검사 또는 CT(컴퓨터단층촬영)나 MRI(자기공명영상)와 같은 영상검사가 필요할 수 있다.
염증성 장질환은 만성적으로 증상의 악화(활동기)와 호전(관해기)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데 아직까지 완치를 할 수 있는 치료제는 없다. 따라서 약물치료를 통해 증상이 소실되는 관해를 목표로 하고 이 관해기를 얼마나 길게 유지하는 지가 치료의 관건이다. 나수영 교수는 "과거에는 주로 증상의 호전에 초점을 맞춰 치료했지만, 최근에는 목표가 상향돼 장 점막의 염증을 완전히 소실시켜 장 손상과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는 점막 치유를 목표로 치료가 진행된다"고 말했다.
완치 약물은 없지만 염증을 조절하기 위한 여러 가지 약물들이 개발돼 사용되고 있다. 병변의 심한 정도, 범위, 합병증 유무 등에 따라 항생제, 5-아미노살리실산, 스테로이드, 면역조절제, 생물학적제제 등을 적절하게 조합해 사용한다. 특히 최근에 개발된 생물학적제제는 염증을 감소시키고 점막을 치유하는 데 매우 효과적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출혈, 누공, 천공, 농양, 장폐쇄, 대장암 등의 합병증으로 응급 상황이 발생해 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다. 수술은 치료의 마지막 수단이 아니기 때문에 수술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적절한 시기에 알맞은 수술법을 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술법으로는 대장절제술, 절제-문합술, 협착성형술, 소장 장루술 등이 있다.
나수영 교수는 "염증성 장질환의 경우 만성적 재발성 질환으로 증상이 호전됐다고 해서 치료를 절대 중단하면 안 된다"며 "치료를 중단하면 대부분의 경우 재발하고 합병증의 위험이 증가한다"고 강조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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