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브로드밴드가 최근 해외 플랫폼에 대한 접속 장애를 일으켜 소비자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SK브로드밴드는 해저 케이블망 단선으로 인한 '일시적 먹통'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SK브로드밴드 이용자들은 최근까지도 유독 해외 서비스를 이용할 때 속도가 떨어지는 현상이 벌어진다는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일부 이용자들은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내는 '집콕족'이 늘어난 가운데, 급증한 트래픽 양에 대한 대응이 부실한 것 아니냐는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속도 저하는 '단순히' 해저 케이블 단선 때문?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해외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 이용량 역시 급증했다. 이 가운데 SK브로드밴드 인터넷 서비스에 가입한 고객들 사이에서 유튜브와 넷플릭스, 애플 아이튠즈 등 해외 콘텐츠 플랫폼 이용에 불편함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서비스 이용을 위해 접속을 시도하면 속도 저하 현상이 급격히 일어난다는 것이다. 일부 이용자의 경우 가정용 인터넷을 설치했음에도 스마트폰용 인터넷 망을 통해 넷플릭스 서비스를 이용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가운데 지난 3월 14일에는 급기야 SK브로드밴드가 이용하는 해저 케이블망이 단선돼 '먹통' 현상까지 발생했다.
SK브로드밴드는 "일본과 연결된 해저케이블이 어로 작업으로 끊어지는 일이 발생해 넷플릭스 이용에 일시적 오류가 있었다"고 답했다.
하지만 일시적인 오류라는 회사 입장과 달리 속도 저하와 이용 불편에 대한 불만은 해외 케이블망 단선 사고 이전부터 비교적 최근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SK브로드밴드 이용자들이 속도 저하 상황을 서로 공유하며 문제제기에 나서는 모양새다. 이들은 SK브로드밴드 해외 망 서비스 자체가 부실한 측면이 있다고 주장한다.
이용자들 일부는 "'패스트닷컴'을 통해 속도 측정에 나선 결과 국내서비스 이용 속도와 해외서비스 이용 속도 간 현저한 차이가 났다", "애플 앱스토어를 이용하는데 다운로드 시간이 지체돼 애를 먹었다"면서 "불편이 계속되면 경쟁 서비스업체로 갈아타고 싶다"는 목소리 등을 내고 있다.
이 같은 이용자들의 주장은 단순한 '주관적' 불만 수준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가 발표한 전세계 인터넷 사업자별 속도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국내 사업자 가운데 SK브로드밴드의 속도가 가장 낮다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기준 넷플릭스의 ISP(인터넷 접속 사이트)별 통계 자료에 따르면 넷플릭스 서비스는 LG유플러스가 3.94Mbps로 가장 높았다. 이어 딜라이브와 KT가 각각 3.59 Mbps, 3.49Mbps로 비슷한 수준이었다. 이와 달리 SK브로드밴드의 속도는 2.25Mbps로 다른 사업자들과 차이를 보였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 이용 정상화를 위해 별도의 망 증설에 나섰고 올해에만 네 차례 망 증설 작업을 진행, 400Gbps급 이상의 전송 용량을 확보했다"면서 "코로나19 등으로 시청시간이 증가한 것도 영향을 미쳤지만 기본적으로 망 운용을 50% 가량 여유있게 운영하고 있어 국내 서비스 이용에는 문제가 없다고 본다"고 답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SK브로드밴드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 등으로 급증하는 트래픽 변화에 보다 면밀히 대응하지 못하면 서비스 품질을 불가피하게 낮춰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한다. 업계 내에서는 일반적으로 해외망 구축 규모를 유료방송사업자 가입자 수에 비례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른 지난해 상반기 기준 유료방송 점유율 순위는 KT·KT스카이라이프(31.31%), LG유플러스·LG헬로비전(24.72%),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24.03%) 순이다.
관련업계 내에서는 LG유플러스와 딜라이브는 넷플릭스와의 협약으로 별도 캐시 서버를 운영중이기 때문에 안정적 운영이 가능한 반면, SK브로드밴드의 경우 이번과 같은 단선이나 급증하는 트래픽 대응 등 실시간 상황 대처에 다소 미흡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내놓는다.
넷플릭스와 망 사용료 갈등도…박정호 SK텔레콤 사장 주도 IPO 흥행 여부에 영향 미칠까
SK브로드밴드의 이번 속도저하 논란은 해외 CP(콘텐츠사업자) 선두주자인 넷플릭스와의 망 사용료 갈등이 채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어난 일이어서 더욱 이목을 끈다.
국내 ISP사들은 해외 CP들에게 정부에 지불하고 있는 망 사용료를 넷플릭스를 비롯한 해외 사업자들도 동일하게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SK브로드밴드의 경우 지난해 11월 방송통신위원회에 넷플릭스와의 망 사용료 갈등을 중재시켜 달라는 내용을 포함한 재정신청에 나선 상태다. SK브로드밴드는 "이용자 분들께 질 좋은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해외 CP사들도 적극적인 인프라 투자에 나설 필요가 있다"면서 "해외 CP사는 이용자 증가로 수익이 발생하는데, 이들을 위한 망 투자 등은 국내 ISP 회사들이 도맡는 현재의 불합리한 구조에 대해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생각되어 재정 신청에 나서게 됐다"고 답했다.
여기에 SK브로드밴드의 모회사인 SK텔레콤은 국내 OTT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넷플릭스와의 제휴를 한차례 거절한 바 있다. 때문에 당분간 이들 회사 간 협업은 이뤄지기 힘들 것으로 비춰진다.
일부에서는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간 갈등 상태가 계속되면 SK브로드밴드를 통해 넷플릭스를 이용하는 유저들의 불편 역시 장기화되고, 이용자들이 경쟁사로 이탈하는 현상을 맞게 될 수 있을 거라 우려한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대중들의 라이프 스타일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 집안에서 즐길 수 있는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이용 시간이 급증한 것. 콘텐츠 전송 네트워크기업 GS네오텍에 따르면 지난 2월 OTT 업체들의 트래픽이 전월 대비 44% 증가했다. 특히 OTT업계 1위인 넷플릭스의 경우, 밀레니얼-Z세대가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충성도 높은 콘텐츠 서비스이자 새로운 문화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SK브로드밴드의 속도나 화질 저하 문제에 대한 대책마련에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특히 새로운 소비주체들은 유료방송 서비스에서 속도나 화질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을 보인다. 때문에 이 부분에 적극 대처하지 않는다면, 이들의 이탈 가속화 또한 막을 수 없다고 보는 것이다.
더 나아가 지속된 수익성 유지가 어려워지면 예정된 IPO 흥행 여부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것이 일부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코로나19 여파로 가뜩이나 사업 유지에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 가입자 이탈로 인한 수익 부진까지 겹쳐진다면 계획된 IPO 흥행이 순탄하지는 않을 것이라 업계는 보고 있다.
당초 SK브로드밴드는 올 상반기 IPO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주도로 지난해 티브로드를 인수한 SK텔레콤은 4월 SK브로드밴드와의 합병을 통해 신규법인 출범에 나선다.
그러나 SK브로드밴드를 비롯한 SK텔레콤 계열사들의 IPO 일정은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26일 SK텔레콤 본사 사옥에서 개최된 정기 주주총회에서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올 상반기 계열사들의 IPO를 계획했으나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실물 금융경제에서 예전보다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판단, 일정이 내년으로 넘어가는 상황이다. 계획된 것보다 순연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SK브로드밴드는 "SK텔레콤 입장과 동일하게 연기된 IPO 흥행에 차질이 없도록 준비할 예정"이라면서 "고객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24시간 모니터링 팀을 가동하고 지속적으로 망 증설 작업을 진행하는 등 선제적 조치들을 취해 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조민정 기자 mj.cho@sportschosun.com
무료로 알아보는 나의 운명의 상대
눈으로 보는 동영상 뉴스 핫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