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만 상생?' 배달의민족 광고정책 변화에 국민청원까지, '일부 자영업자 "광고비 더 부담"'

조민정 기자

기사입력 2020-03-26 09:39


국내 배달앱 시장 1위 업체인 '배달의민족'이 오는 4월 광고정책을 전격 변경한다.

배달의민족은 이번 개편을 두고 음식점주들이 더 공정한 환경에서 경쟁할 수 있게 된다고 밝혔지만 입점 업체 점주들은 "사실상 광고료를 더 지불해야 하는 구조로의 변경"이라며 "오픈서비스 신청을 고려해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청와대 청원게시판엔 이번 정책변경으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한 글까지 올라왔다.

앞서 '소량 신선식품의 즉시 배달'을 강점으로 내세운 'B마트'를 선보이면서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휩싸였던 배달의민족은 이번 광고정책 변경으로 다시 안팎의 냉정한 평가를 받게 됐다. 관련업계 내에서는 최근 영업이익이 적자로 돌아선 배달의민족이 수익 개선을 위한 자구책으로 이번 개편에 나선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광고정책 개편은 사실 수익개선 위한 '꼼수'? 국민청원까지 나온 이유는

배달의민족은 지난해 12월 현재 운영중인 '오픈리스트'를 폐지하고, 4월부터 '오픈서비스'를 새로 출시한다고 밝혔다.

개편되는 '오픈서비스'는 기존 '오픈리스트'에서 제공되던 중개수수료를 감면하고, 무제한으로 제공되던 '울트라콜'을 3건으로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오픈리스트는 앱 화면 상단에 보여지는 리스트형 광고로 신청 업체들 가운데 3곳을 랜덤 방식으로 노출한다.


울트라콜이란 입점 업체들이 배달의민족에 매월 8만8000원(부가세 포함)을 지불하면 배달의민족 어플리케이션 내에서 일정 반경에 위치한 소비자에게 업체 상호명과 배달 예상시간 등을 노출해주는 광고방식을 말한다.

그러나 탄탄한 자금력을 갖춘 일부 대형 업체들이 여러 지역에 무제한 노출이 가능한 울트라콜을 수십 개씩 등록한 뒤 상호를 반복 노출하는 이른바 '깃발 꽂기' 부작용이 생겨났다.

논란이 불거지자 배달의민족은 이번 개편을 통해 울트라콜을 3곳으로 제한하기로 결정했다. 또 3곳을 랜덤으로 노출하던 방식의 오픈리스트에서 모든 업체가 '무제한'으로 노출되는 오픈서비스로 개편하되 기존 6.8%의 수수료는 5.8%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배달의민족은 이번 광고정책 개편 취지에 대해 "깃발꽂기 부작용으로 피해를 입거나 자금력이 부족한 입점 업체들이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상생' 정신을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부 입점 업체들은 이를 두고 "오히려 광고비 부담이 증가할 것"이라며 "배달의민족만 더 돈을 벌 수 있는 정책 개편"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변경 이전에는 정액제인 울트라콜을 이용할 경우 오픈리스트 하단에 자사 광고가 바로 노출되는 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 그러나 4월 이후에는 광고료를 낸 입점 업체 전부가 노출되는 오픈서비스 광고 아래에 울트라콜이 배치된다. 만약 자금력이 풍부한 업체들이 오픈서비스 광고를 앞다퉈 이용한다면, 그 밑에 배치되는 울트라콜 업체의 광고는 눈에 띌 기회가 상당히 줄어들게 된다.

앱 상단에 노출되는 오픈서비스 광고도 이전 오픈리스트 시스템에 비해 입점 업체들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전 오픈리스트는 랜덤 3개 업체만 노출하는 방식이어서 효과가 높았는데. 오픈서비스는 광고를 이용하는 업체 전부가 돌아가면서 보이도록 변경됐기 때문이다.

결국 울트라콜이나 오픈서비스 등 배달의민족이 제시하는 광고서비스를 '최대한' 이용하지 않으면 이용자들 사이에서 과거보다 선택을 받기 더 어려워졌다는 것이 이들 일부 업체의 걱정어린 이야기다.

배달의민족이 국내 배달 앱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게 된 것도 입점 업체 운영자들의 자유로운 광고 선택을 어렵게 하고 있다. 배달의민족은 지난해 말 배달업계 2위 업체 '요기요'를 운영하는 딜리버리히어로(DH)와 인수합병했다.

명실상부한 국내 배달업계에서 독보적 점유율을 자랑하게 된 배달의민족은 자영업자들에게 있어 사실상 '갑'의 위치에 자리하게 됐다. 이번 개편 내용에 다소 부당한 측면이 있다 해도 자영업자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이를 이용할 수 밖에 없으리란 이야기가 벌써부터 나오는 이유다.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는 이와 관련해 배달의민족의 광고정책 개편 문제점과 가맹점주들이 받게 될 어려움을 토로하는 글이 게재됐다. 현재 3300명이 넘는 인원이 해당 청원에 참여한 상태다.

'배달의 민족 사용하는 소상공인 여러분들 꼭 봐주세요'라는 청원 글 게재자는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앞길이 막막한 가운데 업장을 겨우 유지하고 있는데, 배달의민족이 새롭게 시행하는 오픈서비스 정책으로 광고비 부담이 증가하게 됐다"면서 "광고비를 많이 지불하는 만큼 매장 주문량이 증가하는 것도 아니다. 배달의민족은 신규 서비스로 중개수수료를 정당화하고 경쟁사 대비 중개수수료가 저렴하다고 강조하지만, 현재 배달 앱 시장은 배달의민족이 독점하고 있어 자율경쟁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배달의민족은 "새로운 광고정책이 시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부 입점 업체 운영자 분들이 우려하는 부분에 대해 향후 지속적인 안내와 지원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1인가구 타깃 'B마트', 골목상권 침해 논란도…'상생' 강조하던 배민 어디에

배달의민족의 광고정책 변경 논란은 지난해부터 배달의민족이 주력사업으로 내세운 'B마트'의 골목상권 침해 우려에 이은 것이어서 더욱 눈길을 끈다.

B마트는 '소량 신선식품의 즉시 배달'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관련업계 내에서는 B마트가 주력 고객으로 삼은 1~2인 가구 비중은 2019년 통계청 기준 589만7000가구에 달해 이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진행하는 소상공인 등은 향후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이라 우려의 시각을 보내기도 했다.

배달의민족은 "B마트는 마켓컬리, 쿠팡 등 다른 이커머스 업체 내 서비스들과 마찬가지로 이익 추구를 위한 여러 사업 진출방안 중 하나"라고 답했다.

배달의민족은 그동안 영업점주들과의 '상생'을 꾸준히 강조해 왔다. 김범준 배달의민족 대표는 지난해 12월 "딜리버리히어로와의 인수합병으로 인한 독과점 문제나 중개수수료 인상 등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광고정책 개편과 관련해서도 "시장 상황이 극심해지면서 배달의민족 경영 상황도 녹록지 않지만, 자영업자들과 고통을 함께 짊어지기 위해 개편에 나섰다"는 설명만을 되풀이하고 있다.

그러나 한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이번 개편의 최종 목표는 철저히 '수익모델 개선'에 맞춰져 있을 것이라 분석했다. 2019년 배달의민족 연간 영업이익은 -364억원으로 4년 만에 적자전환했기 때문이다.

그는 "배달의민족의 입장에서는 소규모 매출을 올리던 영업점 절대수가 많았기 때문에 '개편을 통해 혜택을 얻는 영업점이 더 늘어난다'고 말하지만, 이번 개편을 통해서 배달의민족 수익 역시 증가하게 된다. 개편을 진행하지 않을 이유가 전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배달업계 관계자도 며 "소규모 영세업자들도 바뀐 광고 정책 하에서 노출 기회를 조금이라도 늘리기 위해 더 큰 광고부담을 느끼게 될 것"이라며 "배달의민족이 그동안 강조해오던 '자영업자와의 상생'이라는 가치와 사뭇 결이 다른 행보로도 오해를 불러일으킬 여지가 있다는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민정 기자 mj.c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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